“아니 ○○학과는 대면식 때, 새내기들을 일렬로 엎드리게 한 다음에 때린다더라”, “세상에, 내가 듣기로 XX학과에서는 학년 별로 여학생 복장제한이 있다던데? 남자들 군기보다 여자들 군기가 더 무섭대나 뭐라나”, “□□학과에서는 선배들이 새내기들을 모아놓고 거기다 술 뿌리는 행사도 있다던데 미친 거 아니야?” 학과 별 악폐습 관련 이슈는 연초마다 교내에서 회자되는 주요 화제 중 하나다. 자세히 들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데, 이러한 이슈들을 퍼뜨리고 공유하는 이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 행위들을 하다니 미개하기 짝이 없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반면 소문의 당사자인 학과 구성원들은 입장이 나뉘는 편인데, ‘대대로 이어져 오는 전통이고, 학과 별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소문이 와전되었다. 실제로는 악폐습이 아닌, 정상적인 행사이며, 내부 구성원들도 충분히 용인하는 상황이다’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타 학과의 부조리함과 악폐습을 비판하는 학생들 중에는 교내에서 부조리함과 악폐습으로 유명한 일부 학과 소속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A는 ㄱ학과 학생이다. ㄱ학과는 매년 대면식 때마다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신입생들의 잘못을 꾸짖는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은 매우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은 물론, 각종 욕설과 구타가 성행하기도 한다. 또한 신입생들의 참석여부에 자유는 없다. 대면식이 끝이 날 때,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끌어안으며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한 뒤 학교 인근 술집에서 뒤풀이를 가진다. 이러한 ㄱ학과에 소속한 A는 ‘우리 과는 대면식 때만 선배들이 꾸짖는 반면에, ㄴ학과는 매 주 운동장에 집합시킨 후에 구타 및 폭언을 가하더라. ㄴ학과보다는 우리 과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등의 합리화 과정을 거치게 되고, A에게 ㄴ학과는 마땅히 욕먹어야 옳은 학과가 되는 것이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딱 알맞은 상황이다.탐사보도 뉴스타파 김진혁 PD는 2015년 5월에 제작한 5분 시사 영상 “선배와 꼰대”에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꼰대질이라고 보았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본인의 학과를 기준 삼아 다른 학과의 부조리와 악폐습을 정의하고 비판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꼰대질’, 혹은 소위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갈수록 발전하는 대학사회를 위해 학과 별 부조리와 악폐습을 비판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단순히 비난과 욕지거리로 끝나는 일회적 배설적 비판으로 끝나는 것을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다면, 본인이 소속한 학과의 부조리나 악폐습의 여부부터 곰곰이 사유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오영준(사회대 신문방송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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