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노가 파미나 공주를 구할 것이라 밤의 여왕에게 맹세하는 장면. 타미노가 밤의 여왕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본 공연에서 밤의 여왕은 어머니로 상징되는데, 아들의 첫사랑은 어머니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 장면이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무대와 객석 사이, 아래로 파인 공간(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자들의 손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팀파니가 울렸다. 서곡(Overture), 막을 여는 첫 번째 곡이다. 또한 이번 무대에 올라서는 가수들의 첫 곡이기도 하다. 조명이 켜지고 대학생 가수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올라선 무대, ‘2016 오페라 유니버시아드-대구’. 빛나는 별이 될 젊은 가수들의 서곡이 시작됐다●

유니버시아드를 준비하며지난 17~1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2016 오페라 유니버시아드(Opera Universiade)’가 열렸다. 오페라 유니버시아드는 대학(University)와 올림피아드(Olypiad)를 합성한 타이틀로써, 지난해 처음 열린 대학생 오페라 축제다. 지역과 외국의 음악대학 학생들이 협력해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며, 재능 있는 젊은 성악가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실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3일간 총 4차례로 이뤄졌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оte)’가 무대에 올랐다. 행사에는 지역 대학인 본교와 계명대·대구가톨릭대·영남대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까지 총 6개 대학의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참여했다. 본교는 총 11명의 학생들이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명현(예술대 음악 11)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조 씨는 세 번째 무대(3월 19일 오전)의 주연 타미노 왕자 역을 맡았다.“솔직히 연습을 계속하니까 조금 멍해요” 공연이 시작되기 약 일주일 전, 한창 연습 중이던 조 씨를 만났다. 조 씨의 연습시간은 하루 평균 6~7시간이다. 그러나 공연 연출에 들어가면서부터는 12시간, 조 씨는 하루의 절반을 연습하는 데 보냈다. 조 씨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체력 관리가 필요해요”라며 “아침 연습 시작할 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서면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오페라는 음악극의 하나로서,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음악극의 흐름을 따르고, 모든 대사가 노래로 된 장르다. 마술피리의 경우 노래 외에도 대사가 들어가는데, 이때 마술피리를 노래하듯이 말하는 형식인 ‘징슈필’ 오페라라 볼 수 있다. 오페라는 연기와 대사, 무대장치와 의상, 무용이 모두 갖춰져야 하는 종합예술로,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면서도 손짓 하나 표정 하나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인터뷰는 오페라하우스 연습실 한 구석에서 바쁘게 이뤄졌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학교, 다른 팀인 학생들이 연출가의 지시에 집중하며 동작을 고치고, 감정 표현을 달리 했다. 올해 오페라 유니버시아드는 4차례 공연 모두 서로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각기 4개의 팀을 이뤄 한 무대에 한 팀씩 공연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연습실에서 마지막 공연(3월 19일 오후)의 파미나 공주 역을 맡은 양지민(영남대 음대 성악 11)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양 씨는 “학교가 달라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항상 같이 있다 보니 편해졌고, 요즘은 부모님보다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독일에서 오신 연출가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쓰는 말이 달라도 이해가 빨리 돼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 날(3월 18일) 공연에서 모노스타토스 역을 맡은 임경훈(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 성악 12) 씨는 젊은 가수가 대구에서 무대에 설 기회가 많은지 묻자, “대구가 제2의 음악 도시라고 하지만 서울보다는 아직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 중에는 외국 학생도 몇몇 보였다. 조 씨는 “외국 학생들이 아무래도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고 행동에 제약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경쟁심이 없으면 거짓말이죠.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기왕이면 잘해서 팀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번 행사는 조 씨의 첫 번째 오페라 무대였다. “주역을 맡아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부담도 많이 돼요. 눈으로만 보다가 직접 무대에 올라서니까 정말 다르구나 싶었어요” 조 씨가 속한 팀의 가수들은 모두 16명으로, 그 중 5명이 본교 학생들이다. 조 씨의 팀은 대부분 재학생으로 이뤄졌으며, 또한 대부분이 이 무대가 그들의 첫 무대였다.“모차르트의 음악은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서 고민도 많이 되고, 무대 위에서 주역으로 혼자 노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어요” 조 씨가 말했다. 그러나 정작 조 씨가 어렵게 느꼈다는 것은 무엇보다 ‘사랑의 감정 표현’이었다. “오페라를 처음 해봐서 다른 사람과 사랑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서로 친해지고, 상대역인 파미나가 잘 받아주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오페라, 대중적인 예술로‘마술피리’ 줄거리의 큰 줄기는 왕자 타미노와 공주 파미나의 사랑이다. 배경은 고대 이집트, 잘생긴 청년 타미노는 사냥 중 구렁이에게 쫓아다니다 ‘밤의 여왕’의 숲에서 정신을 잃는다. 그때 밤의 여왕의 시녀 세 명이 이 근사한 청년을 보고 구렁이를 죽여 그를 구해주는 것이 스토리의 시작이다. 시녀들은 밤의 여왕이 보낸 파미나 공주의 초상화를 타미노에게 보여주고 그 아름다운 초상화를 본 순간, 타미노는 사랑에 빠진다.그러나 파미나는 악당 자라스트로에게 끌려가 있었다. 밤의 여왕이 마술피리와 은종을 타미노와 파파게노에게 건네며 딸을 구해줄 것을 명령했다. 타미노는 그녀를 구할 것을 맹세하며 파파게노와 길을 떠난다. 그러나 악당인 줄 알던 자라스트로는 사실 이시스와 오시리스를 섬기는 정의로운 제사장이었다. 그가 파미나를 데려간 것은 밤의 여왕이 매우 악독한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자라스트로의 앞에서 타미노와 파미나가 드디어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자라스트로는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위한 시련을 내린다. 그 과정에서 밤의 여왕이 복수심에 불타 딸 파미나에게 자라스트로를 죽일 것을 명령한다. 그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독창)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Der Hо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다.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 불타오르네!-Der Hо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중

마술피리를 올해 행사의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대구 오페라하우스 박명기 예술총감독은 “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대표작이죠. 스토리가 굉장히 환상적이고 음악과 역할도 다양해서 작년보다 많은 학생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독일인 헨드릭 뮐러 씨는 공연을 통해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오목한 설치물이 무대 그 자체였고, 가수들은 그 무대를 타고 기어오르거나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했다. 또한 공연 중 파파게노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관객과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1791년에 초연된 마술피리는 현대적인 색깔을 입었다. 한편 뮐러 씨는 한국 오페라에 대해 “약간 문화적인 충격이 있었어요. 독일 사람 시선에선 한국 오페라 씬은 전통적이고 좀 더 보수적인 것 같아요. 전통적인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 형식만 반복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옛날에 오페라는 혁명적이고 계몽적인 장르였어요. 지금 변화한 현대사회를 오페라를 통해 어떻게 새롭게 얘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보기에, 독일 사람들은 오히려 과감하게 작품을 해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막을 내리며대구 오페라하우스 홍보담당 조하나 씨는 “내년 유니버시아드는 지금보다 더욱 확대되어 전국 단위의 팀이 구성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공개오디션 등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조명현 씨는 “우리끼리 모이면 졸업하면 뭘 하지 하는 고민을 많이 해요. 진로가 고민 많이 돼요. 유학을 가야 할지, 다른 일을 해야 할지… 목소리는 나이가 먹을수록 더 잘 다듬어져서 성악가는 오래 봐야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라며 “소리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매력적인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공연 전 연습 시간. 조명현 씨(윗줄 가장 왼쪽)와 학생들이 모여 앉아 연출가 헨드릭 뮐러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파파게노가 스마트폰을 들고 객석으로 나와 관람객과 사진을 찍고 있다. 뒤에 보이는 오목한 설치물은 다양한 연출 영상에 따라 색이 변하거나 위치가 바뀐다

▲밤의 여왕의 세 시녀들과 타미노, 파파게노. 본교, 빈 국립음악대학, 계명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이 다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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