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면 연재기획 ‘대구 구석구석 박물관’ 취재로 수성구에 위치한 ‘박물관 수’를 찾아갔을 때였다. 자수 박물관이라기에 갖가지 자수 작품들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직접 찾아간 박물관은 전시관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은 반면,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 및 실습 공간이 무척 잘 돼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번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작업실로 찾아와 바느질을 하고 민화를 그렸다. ‘박물관 수’의 이경숙 관장이 말했다. “박물관은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매력적인 박물관이란 무엇일까.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을 갈 때 박물관을 찾아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유리벽 안에 갇힌 유물을 옷이라도 고르듯이 훑어보고는 컨베이어 벨트에 탄 것처럼 그것들을 스쳐지나갔던 것만 기억난다. 박물관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관람객뿐이었다. 목소리를 낮추고, 유물의 설명글을 다 읽으면 그럭저럭 잘 본 셈 치는 것이다. 물론 박물관의 매력을 그것이 보유한 전시품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듯이, 전시품의 명성은 관람객들을 끄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박물관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역사 속에 사라져가는 유물을 모아 보존하고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러나 박물관의 역할이 시민 교육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결코 충분치 않다. 또한 시민들을 끌 매력적인 박물관이 될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박물관의 매력은 유물뿐만 아니라 유물을 수집한 ‘사람’에게, 실제로 유물을 사용한 ‘사람’에게, 그리고 박물관에 모이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박물관은 결국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기에.문제는 그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인데, 일방적인 전시와 몇 줄의 설명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박물관 수’의 경우,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과 강사 육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문을 열고 있다. 사람이 모이고, 유물을 수집한 관장과 자수와 민화에 대해 얘기하고, 직접 만들어본다. 한 공간에 모여 몇 백 년 전 사람들도 했던 예술 활동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재현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이 쓰던 것에 대해 사람과 얘기할 때, 박물관이 오로지 관장의 소유가 아니라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일 때, 그때 정적인 박물관은 매력적으로 살아 움직인다.본교 대구캠퍼스에도 일청담 앞 언덕에 박물관이 하나 있다. 본교 동문인 이 관장은 학내 박물관을 “매력적이지 않은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본교 2015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간 관람자 수는 2만 4천여 명이다. 상주캠퍼스 분관에는 2014년에 1천 8백여 명이 관람했으나 작년에는 726명에 그쳤다. 무려 2만여 명의 학생들이 박물관에 찾아왔다. 그러나 정작 주위 학생들이 박물관에 직접 찾아간 경우는 드물었다. 한 학생은 “박물관이라는 말만 들었을 때는 고루하고 정적인 이미지만 생각난다”며 “능동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은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서현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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