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 근처 농생대 3호관 앞에 매년 만개하는 목련

나무들은 봄날에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지난해 여름부터 꽃눈을 만들어 낸다. 대부분 크기가 작아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으나 목련은 크고 아주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지 끝마다 손마디만 한 꽃눈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밍크코트라도 장만한 듯, 진한 갈색의 두껍고 부드러운 털에 덮여 있는데 꼭 붓처럼 생겼다. 그래서 한자로는 목필화木筆花라고 한다. 겨울 동안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에는 안성맞춤의 구조다. 두툼한 외투로 감싸고 있지만 피부는 봄바람에는 아주 민감하다. 따스한 바람이 대지를 몇 번 훑어내면 금세 웃옷을 훌훌 벗어던져 버린다. 속살을 드러내어 피는 주먹만 한 꽃은, 6개의 꽃잎 하나하나가 하얗다 못해 백옥을 보는 듯 눈이 부시다. 작고 자질구레한 꽃을 잔뜩 피우는 보통 꽃과는 품위가 다르다. 가지의 꼭대기에 한 개씩 커다란 꽃을 피우는 고고함으로나 순백의 색깔로나 높은 품격이 돋보이는 꽃이다. 향기 또한 은은하여 이래저래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목련木蓮이란 이름은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는 뜻이다. 목련 꽃눈은 자세히 관찰해 보면 끝이 대체로 북쪽을 향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이수광의 지봉유설 훼목부에 “순천 선암사에는 북향화北向花란 나무가 있는데, 꽃이 필 때 반드시 북쪽을 향하는 까닭에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했다. 눈썰미 있는 사람에게나 들킬 만한 목련의 비밀이다. 자세히 관찰하면 겨울 꽃눈의 끝이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꽃눈의 아랫부분에 남쪽의 따뜻한 햇볕이 먼저 닿으면서 반대편보다 세포 분열이 더 빨리 이루어져 자연스럽게 끝이 북쪽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목련꽃을 신이辛夷라 하여 꽃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내어 약재로 사용하였다.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는 것을 낫게 한다. 얼굴의 부기를 내리게 하고 치통을 멎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목련에 관한 기록이 처음 나온다. 김수로왕 7년(서기48) 신하들이 장가들 것을 권했지만, ‘하늘의 뜻이 곧 있을 것이다’고 하면서 점잖게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바다 서쪽에서 붉은 돛을 단 배가 북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사람을 보내어 목련으로 만든 키를 바로잡고,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가서 그들을 맞아들였다. 배 안에 타고 있던 아리따운 공주는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으로서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다. 꽃이 아니라 나무로서도 쓰임새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목련은 잎이 변한 심피心皮가 여럿이므로 흔히 원시 피자식물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억 4천만 년 전, 넓은잎나무들이 지구상에 첫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때 나타났으니 원시란 접두어가 붙을 만하다. 우리가 흔히 목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백목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라산에 자라는 진짜 우리나라 토종 목련은 잘 심지 않고, 중국 원산인 백목련이 오히려 더 널리 보급된 탓이다. 목련은 꽃잎이 좁고, 완전히 젖혀져서 활짝 핀다. 반면에 백목련은 꽃잎이 넓고 다 피어도 반쯤 벌어진 상태이다. 우리 대학 안에는 북문 수위실 앞의 목련 몇 그루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백목련이다. 하얀 꽃이 피는 목련과 달리 자목련이라하여 자주 꽃이 피는 목련도 있다. 목련보다는 꽃피는 시기가 조금 늦다. 공대 6. 7호관 앞에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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