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 중인 조용준 씨와 런던에서 구입한 새 자전거

대학교 4학년이면 보통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곤 한다. 하지만 조용준(과학대 자동차공학 10) 씨는 달랐다. 한 번뿐인 20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자전거를 가지고 무작정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조용준 씨는 런던에서 시작하여 독일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총 6.000km를 자전거로 종주하며 유럽국가에 우리나라를 홍보하기도 했다. 남들과는 달랐던 그의 여행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Q. 대학교 4학년, 그것도 학기 중에 여행을 하기로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다들 취업에 목숨을 걸고 스펙을 쌓으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학점관리, 토익준비, 인턴 생활 등 정말 바쁘게 살고 있죠. 하지만 저는 한 번뿐인 20대를 공부만 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는 인생은 성적보다는 행복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Q.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가?다들 저보고 미쳤다고 하죠. 취업 준비도 바쁜데 여행이라니… 다들 말렸습니다. 친구들에게도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권해 봤지만 다들 바쁜지 거절했죠. 그래서 혼자 떠나게 됐어요. 조금 위험하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런던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Q. 여행준비는 어떻게 했나?학교를 다니면서 학기, 방학 구분 없이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어요. 여행 가기 1년 전부터 계속 저축을 해온 결과 1000만 원 정도가 통장에 모였어요. 그 돈으로 자전거 용품부터 시작해서 캠핑장비,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고 비행기 표도 구매했습니다. 유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도서관에서 유럽에 관한 책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했습니다. 또한 여행을 하면서 ‘웜샤워’(전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의 모임으로, 자신의 지역으로 오는 자전거 여행자들의 비영리 숙소 제공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 커뮤니티)를 이용했어요. 웜샤워를 이용하면서 자기소개도 할 겸 한국에 대해 알리고 싶어 홍보 포스터도 제작했습니다.

Q. 여행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은?첫 여행지인 런던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요. 비행시간도 길고 여행 시작이라 많이 피곤해서 런던 한인 민박집 앞의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를 놔두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날 밤 자전거를 도난당했습니다. 몇 달간 고생하며 준비한 자전거 여행 계획이 물거품이 돼서 정말 허탈하고 맥이 풀려버렸어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배낭여행으로 시작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며칠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런던 곳곳에 있는 자전거 가게를 돌아다니며 어렵게 새로운 자전거를 구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도둑에게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그 사건 덕분에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혼자 다니면서 힘들지는 않았나?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지만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어요. 산을 넘어갈 때 말동무라도 있으면 서로 의지하며 버틸 수 있었겠지만 혼자서 다니다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갈 때 태풍을 만났는지 비가 엄청 와서 비를 다 맞으면서 달렸어요. 너무 춥고 힘들고 서러웠지만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좋았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유럽 자전거 여행을 한 후 느낀 점이 많아 올해에는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자전거 여행을 계획 중입니다. 미국 여행은 ‘알림장 여행’을 컨셉으로 잡고 한국의 가치관과 문화를 알려보도록 준비 중입니다. 이번에는 주변 친구들도 제가 다녀온 유럽 자전거 여행을 보고 관심을 가졌는지 같이 가자고 해서 덜 외로운 여행이 될 것 같아요. 또한 자전거 여행 영상과 사진을 올렸더니 자전거, 캠핑 업체에서도 후원을 해줬어요. 미국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와서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줄려고 합니다.

Q. 20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인생에서 20대는 단 한 번뿐이니 너무 취업 준비에만 목숨 걸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하세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습니까?

▲조용준 씨가 한국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이상봉 기자/lsb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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