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화두                                                          변희수

영남고등학교 교훈은 ‘잘 살자’다 근면 정직 성실 이런 말 일언지하에 싹 거절하고참 단도직입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선문답 같다잘 사는 건 따로 답이 없고있다고 해도 늘x 혹은 y와 같이 아리송하다는데

그러니까 잘 사는 건 미적분보다 더 어렵다고졸업하고도 줄기차게 따라다니고 있는저 교훈 한 줄희끗 해져가는 뒤통수를또 한 번 긁적이게 만드는 뜨거운 화두 한 줄시끌벅적한 송년의 밤이 먼저 와서 불콰하게 취하고 있다

변희수 시인

 경남 밀양 출생. 2011년 영남일보,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3년 천강문학상 수상.

 그때 나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밀양은 대구와 부산의 중간지점 정도에 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좀 더 남쪽을 택했다. 그때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오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들과 더 멀어진 것인지 더 가까워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아득하게 사라지던 경부선열차의 꼬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곳에서 시를 접견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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