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 이른바 코어사업을 우리대학이 신청하여 1차 심사를 통과하였고 이제 최종선정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어 매년 40억원씩 3년간 무려 120억원이란 막대한 재정이 오로지 인문학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만 쓰인다면 이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일단 짚어두자.
코어사업은 그 발상부터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일명 프라임)사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사업이다. 프라임사업이 추진되면 인문학이 죽으니 최소한도로 생명줄은 남겨놓아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만든 것이 바로 코어사업이다. 말하자면 지역의 여타대학에서는 인문계열 학과를 축소하거나 아예 접는 프라임 사업에 참여케 하고 우리대학처럼 거점대학에서는 인문학을 강화하기 위한 코어사업을 추진케 하여, 언뜻 보기에 그럴 듯한 지역의 대학 간 구조조정을 교육부가 기획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커다란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 널리 퍼져있는 인문학 교육망을 한두 곳에 집중시키면 결국 인문학의 엘리트 양성에는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인문학의 저변확대 혹은 출구는 결국 봉쇄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지역의 한두 대학에서 양성된 인문학 엘리트들은 결국 어디서 활동해야 한단 말인가? 주변의 여타 대학이 프라임사업의 부산물로 만든 교양과정이나 교양대학에서 과연 전공과 관련된 진지한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평생교육의 한 과정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인문학 교육과정이 도대체 몇 개의 안정된 취업 자리를 확보해 줄 수 있겠는가? 교육부나 한국연구재단에서 목축임 정도의 재원으로 제공하는 각종 연구지원 사업들이 과연 학문후속세대에게 지속적이고 안정된 인문학 연구를 담보해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왕에 신청한 코어사업이라면 어쨌든 선정되어 제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대학은 몇 가지 중요한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리라. 첫째는 코어사업의 신청 자격을 설정하는 전제조건인 인문학 관련 교양과목 8학점 이상 이수원칙의 의미다. 이러한 이수원칙은 명실상부하게 우리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몰입할 기회를 대학을 다니는 동안 어느 정도 꼭 해보라는 숨은 의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인문학 관련 학문후속세대양성의 중요성이다. 지역의 여타 대학에서 이러한 책무를 포기하는 판국에 지역거점국립대학이라면 더더욱 잊지 말아야 하는 사명임을 확고히 하자. 대학의 행정에서부터 교수, 학생까지 이러한 책임의식을 발휘하여야 적어도 코어사업이 앞에서 우려한 대학 구조조정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융합전공이 새로이 신설될 것인데 여기에 학내 구성원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또한 관심을 끌 만하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전의 연계전공처럼 수강생들에게 부담감만 주고 새로운 전공의 가능성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약화된 연계전공이라는 최초의 인상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학내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어사업이 단지 3년간의 단기 프로그램으로 그친다면 더 커다란 부작용이 예상될 수도 있다. 3년간 지원만으로는 프라임 사업의 폐해를 막을 수도 없지만, 코어사업의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 이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더 커다란 상대적 실망감으로 인문학을 외면할 여지가 많으며 그렇게 된다면 재앙에 가까운 학문의 불균형을 맞이할 수도 있다. 교육부에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던 것처럼 이후의 지속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렇게 될 때 그나마 지역의 인문학은 어느 정도 명맥만은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어사업이라는 전대미문의 인문학 지원책이 주는 달콤함에는 이러한 씁쓸한 우려와 걱정이 스며있다. 자칫 독이 든 술잔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건배를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