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군기에 대한 기획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본지 수습기자일 적부터 해왔다. 새내기 시절 학년대표로서 학과 군기잡기 문제로 선배와 갈등이 있었던지라 해당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기 때문이다. 대표로서 동기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배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단지 ‘전달자’의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군기라는 개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내 의견을 관철시켜 ‘전장의 맨 앞에 선 돌격대’가 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며칠 밤낮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대해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며 당시 내가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은 사람마다 ‘군기가 무엇인가’ 내리는 정의가 다 다르고, 그들이 강조하는 ‘예의’를 가르치고자 하는 행위라 받아들일 수 있는 군기는 어디까지인가가 제각각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고자 가족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도 저마다 의견이 달라 다투게 될 위기까지 갔었다.―그래서 이번 기획의 설문조사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대학 내 ‘필요한 군기’와 ‘똥군기’ 사이의 선은?’이라는 문항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경북대학교 군기 인식 실태 조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군기라는 개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응답이 35.8%로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군기문화가 왜 필요한지 들어보려고 했던 ‘군기문화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서도 ‘필요하지 않다’에 응답한 학생이 82.7%로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를 보였다. 본교에는 대학 내 군기잡기에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실제로 많았다. 그렇다면 ‘본인이 속한 학과 내 군기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문항의 ‘예’(33.1%)라는 응답은 어디서 왔는가? 군기잡기를 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작품인가?이번 ‘군기, 그 뿌리 깊은 곯은 나무’ 기획을 준비하며 군기잡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간담회를 진행해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성껏 만든 이미지와 함께 간담회 참석 신청을 받는다는 글을 본지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을 당시에는 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운 편이었다. 최근 본교 학생들이 구독하는 SNS 페이지를 통해 학과 군기잡기 문제의 내부고발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시기를 잘 탔다는 평도 스스로 내렸다. 간담회 홍보글 ‘좋아요’ 수가 올라가고 있다는 알림을 받으며, 간담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감히 예상했다. 그러다 간담회 당일, 간담회 신청자 수가 미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간담회 신청기간을 늘려도 보고 홍보도 확대했지만, 결국 간담회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학내 사안이라도, 단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넘어 직접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은 몇 되지 않았다. 33.1%의 ‘예’ 응답자들이 존재하는 건 어쩌면 ‘좋아요’만 누른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은 엄지를 까딱해 ‘좋아요’를 누르며 나름의 학내 사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지만,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 학내 사안에 관심이 있다면 그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항상 직접 나서는 이들에 의해 문제는 해결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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