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1일, 미국의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실험은 중력파 발견으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력파는 1916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예견된 것이다. 1916년에 예견된 중력파가 100년의 세월을 거쳐 발견된 것은 우주에 대한 깊은 사유와 그것을 발견해 내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고 건설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만들어 낸 쾌거이다. 중력파는 예를 들어 아주 무거운 중성자 별이나 블랙홀이 원궤도를 돌 때 시공간을 뒤틀리게 만들고 뒤틀린 시공이 파동의 형태로 빛의 속도로 전파되어 가는 것을 말한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어 물결이 전파되어 나가듯 뒤틀린 시공이 그러한 방법으로 전파되어 가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는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한 쌍의 블랙홀이 13억년 전 질량중심 주위로 원궤도를 돌다 충돌 후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발견의 시작은 대략 40년 전 미국 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의 지원으로 시작됐으며 이번 발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Michelson 간섭계 건설로 이어지게 됐다. Michelson 간섭계는 빔 가르개(Beam Splitter)를 지나는 하나의 레이저 빔이 두개로 나뉘게 되고 이는 길이가 각각 4km이고 L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긴 진공터널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터널끝에서 반사되어 되어 온 레이저빔이 다시 합쳐질때 간섭 무늬를 만들게 된다. 이때 중력파가 지나가게 되면 지구의 변형으로 이어지게 되고 레이저 빔이 지나는 경로의 길이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 변화는 곧 간섭 무늬의 변화로 이어지게 되며 과학자들은 이것을 분석함으로써 중력파를 검출하게 됐다.LIGO 실험에 사용된 간섭계는 양성자 직경의 1/10,000에 해당하는 변형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이 간섭계는 미국 워싱턴주의 Hanford와 루이지애나주의 Livingston에 건설되어 있다. 두 도시간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여행을 하게 되면 약 10ms(밀리초)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번 발견에서 어떤 신호가 루이지애나주 Livingston에 먼저 도착했고 6.9ms 후에 워싱턴주 Hanford에 도착했다. 이것은 곧 중력파가 지구에 영향을 미쳐 차례로 Livingston의 간섭계에 신호를 먼저 남기고 6.9ms 후 Hanford에 있는 간섭계에 신호를 남겼다는 것을 의미해 중력파의 발견을 이끌어 내었다. LIGO 실험은 미국과 전 세계 15개국으로 부터 온 950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중력파 발견에 공헌을 했다. 그리고 미국의 NSF 는 약 11억 달러의 연구비를 실험의 건설과 업그레이드, 실험 운영에 투자했다. 오랜 시간동안 1조원이 넘는 돈을 100년 전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 투자해 오고 과학사에 길이 남을 발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량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중력파의 발견처럼 항상 과학사에 남을 중대한 발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실패할 확률과 그만큼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혁명적인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기초과학 실험을 통해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첨단 기술의 발전은 또 하나의 이점이기도 하다. LIGO 실험을 예로 들면, 중력파를 측정하기 위해 설계하고 건설한 레이저 간섭계 장치에 쓰이는 기술들 중, 안정된 레이저 빔을 만드는 기술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고, 진공 기술이나 미러 코팅 기술들은 우리의 산업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LIGO 실험은 2016년~2018년 동안 레이저 간섭계의 감도를 높이는 계획을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가 건설하는 간섭계도 LIGO 네트워크에 포함시켜서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계획도 있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매우 격렬한 천체물리학적 현상을 더욱 더 정확히 측정할 계획이다. 이번 발견에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이태리 피사 근처에 있는 VIRGO 실험도 LIGO 실험과 같이 레이져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하지만 VIRGO 실험은 업그레이드 중이어서 LIGO 실험이 중력파를 측정할 동안 중력파를 측정하지 못 했다고 한다. 만약 이번에 VIRGO에서도 중력파를 LIGO와 동시에 측정했다면 중력파의 발견을 완벽히 확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 수 년 동안 전 세계에 있는 중력파 측정 장치로 부터 중력파를 거의 동시에 측정하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하고 있는 과학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우주는 왜 반물질이 아닌 물질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지, 초 대칭 입자의 존재,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관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CERN 의 LHC 실험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경북대학교 물리학과의 입자물리 실험 연구팀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세욱 교수(자연대 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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