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실제 겪은 군기는?
과 내 군기가 있다는 걸 알게된 건 새터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 밤, 선배들은 '몰래 카메라'를 했고 고학번 남자 선배들이 아래 학번 남자 선배들을 구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학과 내에서 어떤 폭력이나 폭언이 있을 때는 늘 고개를 숙이게 했었는데, 그 당시에 고개를 숙였음에도 폭력이 가해지는 소리나 신음소리가 명확하게 들렸던 것 같아요. 충격이 정말 컸어요. 이런 내용의 몰래 카메라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한 생각이 들었구요.
개강 후 학기 초 대면식이 있었어요. 모든 학년 선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맨얼굴을 한 신입생들이 한명씩 나와서 큰소리로 인사를 하도록 했는데, 만약 소리가 작거나 동작을 바르게 못하면 몇 번이고 다시 하도록 했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앉아 있던 선배 중 몇 명이 나와 앞에 있는 신입생을 발로 차기도 하고 머리박기를 시키기도 했어요. 어떤 선배들은 외모비하 발언을 하는 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어요.
그런 사건들 이후 저뿐만 아니라 동기들 대부분이 선배라는 존재 자체를 정말 무서워하며 그들의 말에는 복종하다시피 했고, 우리들끼리 그런 문화를 욕하는 상황조차 없었어요. 이때는 휴학이나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몇몇은 실제로 이 문제로 자퇴를 하기도 했어요.

Q. 최근 SNS를 통한 공론화에 대한 생각
저는 이러한 대학 내 군기문화는 반드시 공론화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 집단안의 문화에 대해 반발하고 거부감도 크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도 모르게 어느 정도 세뇌가 되어 그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거든요. 학번이 높을수록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데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커지지만, 당장 자신이 당하는 일이 아니고, 문제의식도 약해지다 보니 사실상 내부에서의 개선은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다같이 그 관습에 저항하려고 한다 해도,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어려울 뿐더러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찾더라도 같이 행동하자고 설득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러므로 각 과의 군기잡기 문제들이 공론화되어서 그런 관습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학내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Q. 어떤 제도적 대안이 있어야 할까
군기 중 가장 심각한 게 폭력과 폭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폭력이나 폭언에 대한 피해를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다른 학교에서 봤던 건데, 엠티나 오티 등 큰 행사에서 인권 지침을 정해 놓고 늘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매년 똑같은 풍경이다. 벚꽃이 내리는 봄의 캠퍼스. 어두운 강의실 안에서 머릿가죽이 까지도록 ‘엎드려뻗쳐!’를 했던 신입생들은 자신은 ‘저런’ 선배가 되지 않기를 다짐한다. 하지만 계절이 지나고 학년을 바꿔 달 때가 오면 불과 작년의 자신들 마냥 호기심 가득한 새내기들의 눈망울 앞에서 ‘나도 당했는데…’하는 심정을 가지는 이가 대다수다. 매 학기 초, 군기 문제로 뉴스에 보도되는 대학들만 일 년에 대여섯 곳. 또 마이크가 닿지 못하는 그 곳, 얼마나 많은 신입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대학 내 군기문제, 정녕 뿌리뽑지 못할 존재인 걸까. ●

#1. 과운영에도 군기가 영향 미쳐
…한번은 총회 때 한 11학번이 ‘학번제보다는 나이제가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총회가 끝나자 한 09학번 선배가 그 11학번 선배를 불러 경고를 줬습니다. 총회는 과운영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합리적인 토의를 하는 곳인데 이런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회의 중 대놓고 의견에 대해 ‘옳은 소리 하지마라’며 기를 죽입니다.…

#2. 공식 과행사도 꺼리게 하는 군기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MT에서 막상 겪은 것은 운동장 뛰기, 팔굽혀펴기,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났다하기…. 누구는 울고 누구는 무릎이 까졌습니다. 기합이 끝나자 선배들은 "우리는 너네랑 친해지고 싶어서", "동기끼리 친해지라고" 그랬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과행사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다른 몇몇 학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3. 교수들도 묵인?
…엎드려뻗쳐는 기본이고 군대에서 한다는 온갖 pt체조를 시킵니다. ‘몸통비틀기’를 하다 우는 학우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교수님의 그만하라는 말에 기합이 중단되었습니다. 다른 교수님들은 학과 군기잡기에 대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 사연들은 본지에서 페이스북으로 모집한 본교생들의 실제 이야기다. 학과 군기잡기의 집행 주체가 학생회인 과들은, 학과 총회나 공식 과행사에서도 군기잡기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좌측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군기잡기가 행해지는 장소로는 기타 항목(22.9%) 이외에 ‘오티·새터’(22.9%) 항목이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또 각 과의 전임교수들 또한 이런 학과 군기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고발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가까운 학생회와 전임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과 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고, 둘째로는 학생들 스스로가 군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필히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나영 기자/kny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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