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언론에서는 ‘여론’을 근거로 기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곤 한다. 선거 출구조사와 같은 여론조사, 설문조사, 인터뷰까지 여론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방안이 동원된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여론이라 할 수 있을까? 무엇이 여론일까. 보통 여론은 사회의 현상이나 정치적 문제 등에 대해 시민들이 나타내는 공통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론은 언론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수만큼이나 그 의미가 다양하다. 단순히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의 합인지, 다양한 의견 중 가장 공통점을 많이 갖는 것 하나를 여론이라 해야 할지 사람들마다 정의가 다르다. 이에 대한 정의를 공식처럼 쉽게 대입해 이것이 여론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 없다.이렇듯 ‘여론’은 정치·경제·사회·교육수준 등의 변수나 의견의 실체가 무엇인지와 같이 개인이나 집단단위로 객관화시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고민은 2년간 취재하면서 계속 따라다녔다. 예컨대 작년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보궐선거로 넘어갔을 당시, 투표율 저조 원인을 분석하며 학생들의 무관심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후 학생들이 관심이 없어서 투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게 됐다. 알면서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선거가 무산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기사에 대한 익명의 피드백을 두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고 내가 틀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여러 취재를 하면서 누구의 의견도 꼭 맞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겉으로만 보기엔 학생들의 피해만 있는 듯한 사례도 본관이나 다른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그 사이에서 기자는 각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스스로 하나의 재판관이 되어야 했다. 그저 현상을 거울처럼 비춰야 할지,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어느 때는 기사거리를 위해 여론을 취사선택한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그 속에서 여전히 확연한 갈피를 잡지 못했을 무렵, 한 교수님과의 인터뷰로 생각을 다잡게 됐다. 교수님은 전염병에 대한 미국의 대처를 예로 들며 전염병이 유행하는 국가를 다녀온 의사들에 대해 여론은 전염이 두려워 본국에 환송되는 것을 반대했으나 미국은 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 어떤 일이 진정 중요하다면 여론에 관계없이 행동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학생회, 학내 언론 모두 늘상 이야기한다. 학생들이 관심이 없다고.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학생회와 학내 공론장 역할을 해야하는 학내언론이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 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하더라도, 기사의 여론을 확언할 수 없더라도 진정 중요한 일에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단지 역사를 기록하기만 할 뿐 아니라 여론과 다르더라도 바른 길로 인도해나가는 것이 언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여론’에게 이제는 있는 너를 찾기 보단 진정 중요한 일을 찾겠다고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다짐해 본다.

최지은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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