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命至上 (인명지상)’  경북대 병원 본원 입구에는 가로 길이가 사람 키 만큼쯤 되는 바위가 있다. 누군가 기증한 기록이 있는 이 바위에는 ‘人命至上’이라는 한자어가 검은색을 입은 채 새겨져 있다. ‘사람 목숨이 최고다.’ 참 숭고한 말이다.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은 그 목숨을 유지하고 지키는 일 또한 숭고하다는 의미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밥벌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밥벌이만큼 우선인 일이 또 있을까.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밥벌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다.경북대 병원 주차장. 몇 명의 주차원들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주차장은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승용차들과 구급차들로 붐비고 있다. 주차를 안내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최근 이곳 주차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스물여섯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10월 1일에 출근해보니 기존의 노동자들이 일하던 자리에서 새로 온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지난 5년간 경북대학교 병원 주차 업무 일을 맡아서 하던 도급업체가 바뀌면서 일할 사람들을 새로 채용했다는 거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전 업체 사장으로부터  퇴직금 2억여 원과 체불임금 9천만 원을 받지 못했다. 병원에 항의했지만 원사업체인 병원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게 경북대 병원의 입장이다.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는 ‘수급사업주가 교체되는 경우에는 원사업주는 신규사업주와 협의하여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는 지침이 있다. 또한 ‘원사업주의 귀책 사유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 사업주는 수급사업주와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지침도 있다. 비록 병원의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병원은 마땅히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주차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은 한달 평균 백사십여만원. 누군가에는 가벼운 돈일 수도 있겠지만 이 노동자들에게는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가족의 목숨을 돌본 소중한 돈이었다.‘人命至上 (인명지상)’, 이 말이 실현되는 경북대 병원이 되기를 바란다.

서분숙(대학원 문학치료학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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