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만학도’이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의 주인공인 김경숙 씨가 바로 만학도이다. 김경숙 씨는 올해로 54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만학도라고 하면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김경숙 씨는 현재 270여 마리의 한우육종을 하는 ‘백상농장’을 운영하며 본교 축산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전문가와 같이 열변을 토하는 김경숙 씨. 소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한 김경숙 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백상농장은 어떤 곳인가요?백상농장은 문경에 있는 한우육종농가예요. 육종이란 것이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입니다. 한우를 조금 더 좋은 품종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현재는 소가 약 270마리 정도가 있어요. 거기서 소를 치료하고 수정 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남편이랑 소 2마리로 시작했지만 점점 규모가 커져서 전국에 100명 정도밖에 없는 육종 농가를 운영하는 사람이 됐어요. 아들이 3명 있는데 그 중 2명이 축산에 관련된 대학에 입학하면서 같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Q. 학교를 다니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한우 육종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모임이 있어요. 그 모임에서는 소를 어떻게 더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해요. 저도 그 모임에 참여는 하지만 뭔가 체계적으로 소에 대해 공부를 하고 지식을 다져나간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또한 아들이 축산 전공을 하고 있는데 같이 우사에 들어가서 서로 배운 것을 말하고 같이 공감하며 토론도 해보고 싶었어요. 아들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엄마도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Q. 직접 소를 키우시면서 학과 공부를 하시니 공부가 편하실 것 같아요. 공부를 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물론 소를 키우다 보면서 공부를 같이 하니 도움은 많이 되는 편이에요.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자꾸 까먹게 돼요. 특히 학교에서 주관식 시험이 가장 난감해요. 밤을 새서 공부를 해도 막상 시험 날이 되면 자꾸 까먹어서 속상해요. 그래도 과제나 출석은 꼬박꼬박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교수님이 제 나이를 봐서 편의를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그건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업도 계속 앞자리에서 듣고 과제도 받는 날 바로 하는 등 열심히 생활하고 있어요.

Q. 축산관련 종사자로서 본교 상주캠퍼스의 축산학과 운영 시스템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현재 상주캠퍼스 축산학과 실습실 현황을 보면 환경이 그리 좋지 못해요. 학교 부속 목장을 가보니 관리도 조금 미흡하고 다양한 개체가 없어 실험하기가 힘든 상황이에요. 다양한 실험이랑 실습을 해야 학생들이 취직을 할 때 현장에서 바로 일을 적응할 수 있거든요. 학과 교수님들 수업하는 걸 들어보면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공무원 쪽으로 취직을 하라고 말씀을 하세요. 저는 그런 행동은 잘못됐다고 봐요. 작년에 축산식품에 관해서 수업을 들어봤는데 실험 실습을 하는 곳이 없었어요. 직접 만들어보고 배워야하는데 너무 이론적으로만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대학원 원서에 쓸 증명사진도 찍고 왔어요. 대학원은 축산 번식학 쪽으로 진학하려고 해요. 현재 한우는 산업으로 분류가 돼있어요.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추세인데 거기에는 번식학이 정말 중요해요. 한우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번식학을 공부 해보려고 해요.

Q.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저는 장사꾼이 아니라 한우 번식에 대해 애정을 가진 기본에 충실한 소 키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대부분의 한우산업 종사자를 보면 소를 판매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의 소 값을 중요하게 여기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에만 발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미래를 생각하고 한우 번식의 기본적인 것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기반이 많이 약한 상황이에요.

글,사진: 이상봉 기자/lsb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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