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의를 무엇이라 내릴 수 있을까요?” 항상 맡은 강의의 첫 시간에 던지는 질문이다. 정답은 있을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왜일까? 아마도 우리 대부분 항상 도시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너무 당연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 보자. 가장 쉽게는 행정구역상의 구분을 떠올릴 수가 있다. 우리 경북대학교가 위치한 대구광역시는 도시이다. 대구 인근의 경산시 또한 도시일 것이다. 그렇다면 칠곡군은 도시가 아닌가? 인접해 있는 대구시와 경산시는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구분되는가? 궁금증은 늘어만 간다.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는 도시의 경우도 많다. OO신도시, OO혁신도시 등 하나의 행정구역 내의 일부 지역만을 뜻하는 경우도 적잖이 접하게 된다. 그것뿐인가. 최근의 경향들을 반영한 문화도시, 창조도시, 안전도시, 방재도시 등 매우 많은 경우에 우리는 도시라는 단어를 접하고 있다.  

이렇듯 언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도시라는 대상, 그러나 그 정의를 한마디로 내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도시는 복잡하고 어렵다. 도시(都市)라는 한자의 어원을 보면 행정의 중심을 뜻하는 도(都)와 경제활동의 중심인 시장을 뜻하는 시(市)가 결합하여 정치, 행정, 경제 활동이 중심적으로 일어나는 곳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도시를 뜻하는 영어의 city는 시민(citizenship)의 의미를, urban은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 도시의 어원으로부터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상의 구분은 물론이거니와 높은 건물들의 집합군(群)과 같이 우리가 흔히 눈으로 보게 되는 물리적인 대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정 및 경제활동의 중심활동’이라는 도시의 비물리적 측면이 그 주체인 시민들 즉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는 장소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는 결국 ‘사람’들에 의해서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된다. 또한 우리의 문화나 사고가 변화함에 따라 도시 역시 계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는 시대와 지역, 국가, 종교 등 우리의 문화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인자들에 따라 그 도시의 모습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도시 속에서도 그 도시에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달라지면 도시의 모습은 변화하게 된다. 또 동일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살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도시의 모습은 달라진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흔히 유럽의 도시들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도시들은 무엇이 달라서 아름답고 우리의 도시는 그렇지 않은 것인가? <사진1-1>과 <사진1-2>는 주택가에서 가로공간과 대응하는 우리와 유럽의 차이를 나타내는 모식도이다. 우리의 주택들은 가로공간과 주택건물 사이에 마당을 놓게 되지만 유럽은 집 밖을 나서면 바로 가로공간과 만난다. 우리의 마당은 매우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가변성이 풍부한 완충공간의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유럽의 주택에서는 그러한 공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매우 질서정연하게 구성된 건물들과 가로공간, 그리고 광장이 만들어짐으로써 정돈된 가로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물론 유럽의 도시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 한가지만으로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면, 유럽에서 앞마당은 가로공간의 일부로 간주되는 데 반해, 우리의 앞마당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의 일부이다. 따라서 개인의 내적 공간과 공공의 외적 공간 사이에는 담이라는 경계가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주거의 모습을 통해 문화가 도시의 모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도시학의 분야에서는 도시의 모습이나 형상을 다루는 도시형태학(urban morphology)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도시형태학에서는 도시의 모습을 좌우하는 요소로서 건축물, 토지이용, 필지패턴, 가로패턴 네 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이들 중 건축물과 가로패턴은 이해하기 쉬우므로 별도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토지이용이란 어떠한 토지가 사용되는 용도(주거, 상업, 공업 등)를 말하며 필지패턴이란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 필지의 크기나 모양을 말한다. 필지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들어서는 건물의 크기나 모양도 달라지고 이것들이 도시 전체의 모습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여러 도시의 차이, 혹은 한 도시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은 이 네 가지 요소를 통해서다. 이 중 제일 처음 요소인 건축물은 변화가 빠르나 가로패턴은 변화가 매우 느리다. 우리가 주로 사는 아파트는 50년도 안 되어서 재건축되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불리는 파리의 샹젤리제 대로는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사진2>와 <사진3>에서와 같이 다양한 도시의 모습의 차이를 이 네 가지 요소를 비교해보면 매우 재미있는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요소들의 생성 혹은 변화는 도시계획 등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나타나거나 혹은 아주 느리게 자연적이고 점진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하나의 도시 속에서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수년 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어 가이드 북 출판회사인 론리 플래닛에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아파트들로 가득 찬 도시의 모습을 거론한 적이 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대 대표적인 주거형식인 아파트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라는 것일까? 

<사진4>를 보자. 사진 속에는 오래된 단독주택들과 새롭게 지어진 고층 아파트들을 볼 수 있다. 오래된 단독주택들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건물들로 도시가 채워지는 것이 무엇이 나쁜 것일까? 

문제점은 긴 역사를 가지고 지속하여 왔던 우리 고유의 도시형태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주거지역, 그리고 그 지역 내부의 골목길에서 같이 사는 이웃들끼리 서로 식구처럼 지내던 우리의 문화(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시는 분들은 이해가 쉬울 것이리라) 또한 도시의 형태와 함께 무너져버렸다. 한때 우리의 주거형식이었던 기와집 형태의 한옥들 또한 신개발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새로운 개발지를 찾아 도시는 외부로 확장을 계속했으며 이에 따른 공해, 교통, 환경오염 등이 도시문제로 지속되어 왔다. 반면 이전 시기에 도시의 중추 역할을 하던 도시 중심부의 구도심들은 노후화가 지속되어 거주인구의 노령화, 황폐화가 거듭되어 앞서 문제점으로 거론되었던 아파트 재개발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왔다. 구도심의 노후화는 전 세계의 모든 도시가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최근 우리 도시형태의 역사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새로운 경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옥의 관심으로부터 한옥마을이 생겨나고(서울, 전주), 6.25전쟁 시 피난민들의 집단거주지가 문화마을로 탈바꿈했다.(부산 감천문화마을) 대구의 중구는 역사성을 가진 근대골목으로 전국의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며 북성로 또한 공구상들이 가득했던 공구골목에서 건물들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세련된 카페나 전시관들이 들어서는 등 근대 시기의 영화를 다시 찾고 있다. 창고건물이 복합문화공간이 되었고(인천 아트플랫폼), 바닷가 언덕마을은 벽화그림이 가득한 동화 나라로 탈바꿈하였다.(통영 동피랑 마을) 한동안 업신여겨 왔던 일제강점기 때의 적산가옥, 개량한옥들, 공장건물들이 이제는 각 도시에서 못 찾아서 안달이 났다.

도시는 여러 이유로 변화한다. 그것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한번 활성화되었던 지역이 슬럼화 되고 다시 그 지역이 되살아나는 것을 반복한다. 높고 세련된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들도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를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내부에는 항상 우리 자신들이 있다는 점이다.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도시는 어떠한 변화를 맞게 될까? 이제는 도시축소의 시대로 돌입한다고 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성장 또한 둔화됐다. 그동안 성장일로의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도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지 아니 우리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어떠한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낼지, 도시가 보여주는 유기체적인 변화는 항상 흥미진진하다.

윤철재 교수

(공대 건축)

▲ <사진1-1> 한국의 주택가   

 

  ▲ <사진1-2> 유럽의 주택가

▲ <사진2> 선형도시(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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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3> 상 : 방사형 도시(경남창원) 하 : 격자형도시(바르셀로나)

▲ <사진4> 오래된 단독주택들과 새롭게 지어진 고층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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