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 내 이름이 뭘까요? 나는 나비에요. 아니, 까망이에요. 사실 엘리자베스이기도 하고 치치기도 하죠. 당신이 부르고 싶은 이름이라면 뭐든 좋아요. 대신 좀 친해진 것 같다고 나를 당신의 집으로 데려가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난 아기도 있는 고양이니까요. 응? 외롭지 않느냐고요? 당신이 날 데려가 또 버린다면 더 외로워지겠죠!(야옹!) 잘 지냈냐고요?…얼마 전에 내 아가들이 독 든 사료를 먹었어요. 누가 그랬냐고요? 밤에 시끄럽다고 우리를 쫓아내곤 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요, 궁금하군요. 당신들은 우리가 그렇게 밉나요? 내가 불결한가요? 나와 당신은 이웃이 아닌가요?●

대학가 캣맘들의 시간, 캣타임

주인의 무릎에 앉아 갸르릉 우는 애완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소리도 없이 걸어가는 녀석들이 있다. 눈이 마주쳤다 싶으면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녀석들이다. 우리는 그런 녀석들을 ‘길고양이’라고 부른다. 길고양이는 주인으로부터 버려졌거나 외출 또는 가출을 한 고양이로 정의할 수 있다.

1980년대 기존의 건물이 철거되고 도시에 새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길고양이 개체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길고양이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쓰레기더미를 뒤졌다. 캣맘(Cat Mom)은 이러한 주인 없는 길고양이를 불쌍히 여겨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남자의 경우에는 캣대디(Cat Daddy)라고 부르기도 하며, 일각에서는 ‘캣맘’이라는 단어 자체가 모성애를 포함하기 때문에 성별의 구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본지에서는 편의를 위해 ‘캣맘’으로 일관함)

이들이 물밑에서 벗어나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요즘 들어 자주 발생하는 각종 길고양이 관련 사건들에서 캣맘들은 이제 사회적 갈등의 한가운데 섰다. 이제 캣맘들은 길고양이의 생존을 위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례가 바로 본교 학생들이 운영하는 ‘캣타임’이다.

김수정(IT대 컴퓨터공학 11) 씨는 약 1년 6개월 동안 본교 서문에서 ‘캣타임’이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경북대 캠퍼스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모임”이라고 캣타임을 설명했다. 이 모임은 지난 5월 대동제에서 유기동물 후원 마켓 ‘설레발마켓’과 부스를 열고, 지난달 수의대 ‘반려동물한마당’에 바자회에 참가해 얻은 수익금을 대구의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연령,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캣타임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지난 21일 기자가 모임에  참가해봤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길고양이 TNR : 같이 살아요!>였다.

TNR, 공존을 위한 해결책

TNR(Trap Neuter Return)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뜻한다. 고양이를 포획해서(Trap) 중성화 수술을 거친 후(Neuter) 다시 원래의 영역으로 방생하는 것(Return)이다. 현재 국내 TNR은 정부적인 차원과 단체·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도시에서 길고양이 개체수가 급증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TNR 예산을 따로 배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은 비용 부담 없이 각 구청 담당부서에 TNR을 신청할 수 있다. 구청마다 조금씩 방법의 차이가 있으나 대개 두 가지 방법을 취한다. 첫 번째는 전화로 중성화 수술이 필요한 고양이를 신고하면 구청에서 해당 고양이를 포획해 협력 동물병원에 넘기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신고자 개인이 직접 고양이를 포획한 뒤 구청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직접 포획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예산을 절감해 더 많은 고양이를 TNR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성화수술에 관해 대구 중구청과 TNR 건을 계약한 동인동물병원 최동학 원장은 “개인이 TNR을 요구하면 2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구청에서 의뢰 받은 병원은 봉사 차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하고 있다”라며 “수술 부위가 작기 때문에 TNR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수술 후 회복기간에 길고양이가 충분한 안정을 취하지 못하면 염증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술 후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고양이가 있던 장소에 그대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는 고양이가 영역동물이기 때문이다. 원래의 영역에 방생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고양이 무리가 유입되므로 TNR이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수술을 마친 고양이는 TNR을 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왼쪽 귀를 조금 자른다.

늦은 저녁, 캣타임에 모인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지역 캣맘들은 모두 이 TNR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참석자들은 TNR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감을 토로했다. 북구 캣맘 전혜영 씨는 “TNR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알고 있어도 TNR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사람이 많아요. 또 구청에 신고하는 것 자체도 귀찮고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달성군에서 온 이수정 씨는 “퇴근길에 어떤 아주머니랑 길고양이들한테 밥을 줬었어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아저씨와 크게 싸운 적이 있어요. 아저씨가 화가 나니까 우리가 밥 주던 3, 40마리 새끼 고양이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지금은 성묘만 몇 마리 남아있어요. 그런데 걔네가 또 새끼를 낳아서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은 거예요. 새끼들 보니까 너무 안타까운데 정보도 없고...”

이에 대한 조언과 격려도 오고갔다. 운영자 김 씨는 “고양이들의 번식력이 어마어마해서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TNR”이라며 “아무나 TNR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내가 밥을 주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좋아요. 사료를 주면 무리가 형성되고, 그 개체수와 수술이 가능한 상태인지 파악하기 쉬우니까요”라고 말했다.

본교 한 대학원생 A 씨는 “TNR이 어려운 게 아니에요. 구청에서 자필로 신청만 해도 가능하고, 주소지가 다른 곳이어도 돼요. 신청 후에는 구청에서 따로 연락이 와서 그 후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요. 길고양이들이 수술 후에 원래 영역으로 돌아오면 밥은 지속적으로 줘야 하고요”라고 말했다.

힘을 모으는 시와 시민, 시민단체

서울시는 길고양이 수가 약 20만 마리, 1km²당 약 33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그만큼 서울 시민들은 길고양이와 매우 가깝게 살고 있고, 따라서 다양한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TNR, 캣맘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애니메이션 제작, 길고양이 급식소 등이 그 내용이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동물정책팀 배진선 주무관은 “2008년부터 TNR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요. 길고양이 새끼는 대부분 6개월 이내에 50%가 질병으로 죽어요. 밥만 주면 어미는 끊임없이 새끼를 낳고 길러야 되고, 새끼는 쉽게 병에 걸리죠. 계속 태어남과 죽음이 반복되기 때문에 중성화를 하는 것이에요”라며 “그런데 실제로 효과가 높진 않아요. 밥을 주시는 캣맘은 정말 많은데 TNR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어요. 그래서 길고양이 정책의 핵심은 어느 한쪽만 일하고 한쪽은 쳐다만 보는 게 아니라, 시·시민·시민단체가 사업에 책임 있는 참여자가 돼서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청은 2013년 만화가 강풀의 제안으로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자치구다. 관공서 주변으로 20개소를 시범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구청은 장소를 선정해 행정 지원을 하고, 자원봉사 캣맘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면서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맡았다.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 생활경제팀 황창선 팀장은 “길고양이들이 배가 고파 뒤진 쓰레기더미 때문에 주변 환경이 지저분해지고, 발정기만 되면 울음소리를 내서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라며 “그러나 급식소가 60개소로 늘어났고 민원의 70%가 줄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선입견을 갖고 있던 분들도 고양이가 밥 먹는 걸 보며 가까워지고 학대도 많이 줄었어요. 이러한 인식 개선 사업에 중점을 두고 동물학교, 동물과 함께 하는 행사 등을 마련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민단체 차원의 활동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매년 300마리의 길고양이에 대해 TNR과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캠페인카드를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고 있다. ‘카라’의 박아름 활동가는 “길고양이가 쥐의 서식을 막아 쥐로부터 오는 질병을 예방하게 하는 탁월한 사냥꾼”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국내 TNR 제도에 대해 “TNR 기준이나 과정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업체에서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 위치한 ‘참고양이’는 천연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길고양이에게 TNR을 하며, 사무실 내에 TNR한 고양이가 회복기간 동안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80마리의 고양이를 TNR했다. 신숙주 대표는 “보호소나 단체에서 TNR을 후원해주는 곳이 많이 있었지만, 투명성을 유지하는 곳은 없었어요. 차라리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어서 팔고 TNR을 후원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익의 100%를 길고양이에게 쓰고 있어요. 직원들이 생업은 있지만, 밤에 와서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캣맘, 책임감을 가져주세요!

참고양이 신 대표와 캣타임에 참여한 대학원생 A씨에게 고양이 밥을 주는 지역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르쳐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불법 포획을 하거나 고양이 밥에 약을 타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였다. 10월 26일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지를 뜯고 있는 것을 보고 스포츠용 컴파운더보우 활을 조준 사격해 길고양이의 몸통을 관통한 사건이 있었다. 길고양이도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지만, 사회에는 혐오나 확대가 만연하다. 그럴수록 캣맘들에게도 강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캣타임에 참여한 이정선 씨는 “고양이를 키우려고 할 때는 기본적으로 결혼, 출산 등 내가 20년 동안 고양이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야 돼요. 고양이가 아프면 수술비를 충분히 댈 수 있는 지까지도. 사람 입양하는 것과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 씨는 당부했다. “고양이 밥을 준 공간이 남의 공간이면 꼭 치워주세요. 사료만 차 밑에 넣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싫어해요. 밥만 주고 책임을 안지니까 분쟁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고양이만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공존하려는 융통성이 필요해요”

▲ TNR을 마친 고양이의 모습

▲‘참고양이’에서 판매하는 방석 위에 편안하게 앉아있는 ‘노랭이’. ‘노랭이’도 길고양이 출신이다. 왼쪽 귀가 TNR을 완료한 표시로 조금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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