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차 콜로키움에 참석했었다. 현재와 미래의 대학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다. 평소 많이 들었던 내용이라 들었던 내용을 다시 듣는다는 생각으로 참석했었다. 교수님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좋은 내용이였지만 뻔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토론은 대학 자율성과 대학 민주주의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에게도 질문할 차례가 왔다. 한 학생이 물었다. “대학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뻔하게 느껴지고 있던 콜로키움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대학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다” 콜로키움에 참석했던 한 교수님이 이런 대답을 했다.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콜로키움이 있고 난 후 2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저 질문과 대답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학내외를 취재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이 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적은 없었다. 취재를 갔을 때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대학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콜로키움이 끝나고 난 후 고민도 없이 그 단어를 사용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찾고 싶었다. 우선 ‘대학’이란 교육의 단계상 고등 교육기관에 속하며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함께 하는 기관이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두 가지 의미를 적절히 조합하면 대학이란 공간에서 주권이 그 구성원들에 있고 그들을 위한 일을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단어를 조합하면 대강의 뜻이 나온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럼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다’라는 말은?그 의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생각해 보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누군가가 그것을 정의내리고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그것에 대해 정의 내린 순간부터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찾은 답이다. 물론 그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겠다. 지금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이 정도이다. 나의 이 부족한 이해력으로도 올해는 의미가 깊었다.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님의 희생이 대학 민주주의의 점화점이 됐다. 그리고 전국교수대회, 전국 국공립대 대학생대회 등 대학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고현철 교수님은 유서에서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 뜻을 잊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다사다난 했던 2학기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학기에는 누군가 대학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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