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자’, 이들처럼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겐 점심 한 끼가 소중하다. 시각장애인 예술단 단원들이 모여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무료급식봉사 ‘사랑해밥차’를 시작했다. 사랑해밥차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12년째 운영되고 있다. 돈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함께 모이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랑해밥차’ 봉사자들의 하루를 함께해 보자●

사랑해밥차는 달린다

(사)사랑해밥차는 주 5회, 그리고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마다 밥차를 운영하며 한달에 총 22회 운영한다. 밥차는 요일마다 정해진 장소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무료로 전한다. 사랑해밥차는 민간단체로, 정부의 지원 없이 문화공연사업을 통한 자체 자금 충당과 기부를 통해서 운영된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부는 줄어들고 밥차를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 대구시의 밥차들이 문을 닫는 위기상황이다. 하지만 12년을 이어온 사랑해밥차는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다.

아침을 뜨겁게 달구는 사랑해밥차

목요일 아침 9시, 사랑해밥차가 서부정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식 세 시간 전부터 물을 끓이고 재료들을 손질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9시 30분이 되자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본격적으로 급식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봉사자들은 혼자 능숙하게 앞치마를 묶거나 서로의 앞치마를 묶어주며 익숙하게 자기 할 일을 시작한다. 청년도 있고 중년도 있으며, 몇 년 째 이 일을 해온 봉사자들도 여럿 있다. 목요일의 메뉴는 무채, 어묵볶음, 시레기 무침, 된장국이다. 조리를 맡은 자원봉사자는 사랑해밥차의 로고처럼 빨간 고무장갑, 빨간 장화, 빨간 앞치마를 입고 있다. 빨간색 일색의 아주머니 봉사자들은 무와 배추를 씻기 시작한다. 남자 봉사자들은 모여서 급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한다. 트럭에서 검고 가벼운 조립식 식탁 다리를 꺼내 빈 공간에 깔고 그 위에 직사각형의 알루미늄 판을 깔아 식탁을 완성한다. 18개의 상을 깔고 상 하나에 의자 6개씩 두어 108자리 만들었다. 요일마다 장소가 달라 오는 사람 수가 차이나고 날씨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설치하는 자리의 수를 유동적으로 조절한다. 설치를 마친 청년들은 이제 조리 준비를 도우러 간다. 

실외에서 진행되는 밥차의 어려움

이때 날이 흐리더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비가 많이 오면 밖에서 밥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밥차가 쉬어야 한다. 오늘은 다행히 이슬비가 내린다. 청년들은 트럭으로 가서 주황색 천막 두 개를 꺼내와 설치한다. 날이 쌀쌀하기에 자원봉사자들은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서로 나눈다. 밥차를 안내하는 안내판을 잘 보이는 위치에 설치한다. 문구는 ‘사랑해밥차는 무료급식은 정부 지원 없이 운영하는 민간단체입니다’이다. 정부에서 돈을 지원받아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종종 있어 이러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 또 사람들이 무료급식임을 알고 모이도록하기 위해 설치한다. 10시 30분이 되자 배식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배식은 12시지만 미리 줄을 서기 시작한다. 몸이 불편한 이들은 앉아서 기다린다. 앉아있는 이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고, 줄 서 있는 이들 중에도 몇몇은 앞사람, 혹은 뒷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날이 약간 쌀쌀해 다들 따뜻하게 입고 나왔다. 장소가 바뀌어도 밥차의 모습은 거의 유사하다. 금요일에는 2호선 대실역 만남의 광장에서 밥차를 운영한다. 한 어르신이 신문지를 챙겨와 먼저 온 사람들에게 한 장 씩 깔고 앉으라며 나눠줬다. 신문지 한 장이지만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즐거워 보였다. 봉사자 한분이 집에서 초코막대과자를 챙겨오셨다. 과자 한 개 씩을 먹으며 어르신들은 급식시간을 기다렸다. 현장을 방문한 다사읍 읍장 김현태 씨는 “처음 밥차가 급식을 시작했을 때는 주변 상가들이 반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다사읍 특성상 급식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서 지금은 상인들 반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밥차에 대해 “밥 먹으면서 친구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며 “집에서 멀더라도 일부러 요일마다 밥차를 따라 다닌다”고 말했다. 

뜨거운 밥과 국처럼 

따뜻한 자원봉사자들

일손은 넉넉한 마음만큼이나 많다. 사랑해밥차 자원봉사자는 1,000명 정도로, 이들은 연령, 가능한 요일 등을 기반으로 팀을 짜 봉사를 한다. 물론 아침부터 나와 밖에서 조리를 하고 밥차를 찾는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밥차를 찾는 사람들은 보통 500명에서 1200명이다. 그만큼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취재를 한 날은 비가 올 듯 날이 흐려서 평소보다 적게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조리하는 음식 양을 조절한다. 그래도 준비해야 하는 식사의 양은 많다. 많은 양의 무와 배추를 씻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씻긴 무와 배추가 쌓여가는 한편, 간이 조리대를 조립하는 손들도 있다. 실외에서 운영되는 밥차이기 때문에 밖에서의 조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조리대가 완성되자 그 위에 도마를 얹어, 씻은 무를 썬다. 다른 한편에서는 둥글게 모여 씻은 배추를 손질한다. 음식 준비에 열중하는 분위기지만, 모여 앉아 서로 이야기하며 웃는 소리가 정겹다. 익숙하고 친근한 분위기이다. 

2003년도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랑해밥차 박태연 팀장은 “내가 밥차 봉사 안오면 저 어르신들 밥 한 끼 어떻게 먹겠나 하는 심정이다”며 “밥을 드시러 온 분들이 고맙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들이 있기에 봉사를 할 수가 있는 것이여서 오히려 이 분들에게 더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활동을 온 성유정 씨(20)와  서현정 씨(20)는 “학교 봉사시간 때문에 봉사활동을 왔지만 이곳에서 밥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보니 진짜 봉사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배식이 끝난 후에야 

자원봉사자가 식사한다

큰 솥에 어묵 볶음을 만들고, 다른 솥에서는 된장국을 끓인다. 빨간 거통은 양념된 무채로 가득찼다. 배식 한 시간 전, 60명 정도의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밥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을 뿐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이곳에 모인다. 조리가 끝나자 조리대는 배식대로 바뀐다. 한편에 작은 물병들을 쌓기 시작하는데, 혹여 밥을 먹는 중에 목이 메일까 걱정하여 물도 하나씩 나눠드린다. 12시가 되자, 배식이 시작된다. 우선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과 장애인 분들에게 직접 음식을 가져다 드린다. 그 후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배식을 받는다. 때로는 노숙자들이 줄 앞에 끼어들기를 하고, 이를 막으면 욕을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는 경찰이 와서 중재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질서를 지킨다. 많은 사람들이 배식을 받기 때문에 사용된 식기가 돌아오면 바로바로 설거지를 한다. 자원봉사자간의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순조롭게 진행된다. 배식이 끝나고, 고생한 자원봉사자들도 모여앉아 식사한다. 모여 앉아 자신들이 일찍부터 준비한 음식을 먹고, 모두 깨끗하게 정리한다.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이날의 밥차를 마친다. 

밥차도 배가 고프다

사랑해밥차의 경우 대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밥차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해밥차의 경우도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올해만 해도 무료 급식을 하던 장소에서 여러 번 마찰이 생겼다. 올해 7월에는 서부정류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밥차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음식물이 하수도로 들어가고 그 때문에 냄새가 많이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행히 문제가 생기고 며칠 뒤 남구청에서 하수도 공사 지원을 해주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올 6월에 유행했었던 메르스 역시 밥차가 배식하는 것을 막았다. 밥차의 급식이 주로 노약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메르스 전염이 진정세를 보인 후에야 급식을 재개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북비산네거리는 급식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구청의 ‘명품 거리 만들기’ 사업으로 급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구청에서는 서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지하공간을 대체 공간으로 제시했지만 지하라는 특징과 40~50 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공간이여서 사실상 급식이 불가능하다. 6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오던 사랑해밥차가 이로써 18일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장소선정에도 문제가 있지만 재정적 문제도 있다. 많은 밥차가 기부와 후원으로만 운영을 하다보니 재원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사랑해밥차의 경우 정부로 받는 지원금은 ‘0원’이다. 밥차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사랑해 밥차 최영진 단장은 “어르신들이 실내에서 편안하게 밥도 먹고 공연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실로는 이루기 힘든 목표이지만 언제가 꼭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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