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는 생리의학·물리학·화학상과 문학·경제·평화상이 있다. 본지는 지난 호에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물리학·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그것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올해 노벨 문학·경제학·평화상과 이를 수여한 인물들과 그들의 업적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볼 것이다. 노벨상, 받을 만한가?●

문학상: 세상에 울려 퍼지는 기억되지 못했던 목소리

올해 노벨 문학상은 벨라루스 출신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수상했다. 이로 인해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세계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녀는 독특한 작가다. 그녀의 소설은 ‘목소리 소설’이라고 불리며, 그녀 자신은 ‘인간의 목소리’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녀의 수상 이유는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담아낸 기념비적인 문학과 용기”라고 발표됐다. 그녀의 책은 논픽션이지만, 소설처럼 읽히기도 하는 강렬한 영혼이 느껴지는 산문으로 평가된다. 그녀는 “나는 수천 개의 목소리로 일종의 작은 백과사전, 즉 우리 세대에 대한,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백과사전을 만들었죠.”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는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소름끼치도록 담담히 담겨있다. 이 작품은 전쟁을 겪은 여자들의 독백, 2차 대전의 알려지지 않은 면을 이야기하는 독백들로 이루어졌다.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에는 백만 명 이상의 여자들이 복무했다. 또한 더 많은 여자들이 군대가 아닌, 비정규군 요원이나 레지스탕스로 전쟁에 참여했다. 그들의 나이는 15세에서 30세까지였다. 이들 여성이 털어 놓는 전쟁 회고담은 전쟁 베테랑 군인이나 남성이 털어 놓는 전쟁 회고담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온 다른 이야기다. 여자들은 전장에서도 사람을 보고, 일상을 느끼고, 평범한 것에 주목한다. 첫 월경이 있던 날 적의 총탄에 다리를 잃은 소녀,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의 끔찍함, 전투 이후 시신이 널린 들판을 지나는 일, 숨어 있는 아군들이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는 아이를 자기 손으로 죽인 어머니 이야기 등이다. 두 번째 책 『마지막 목격자들: 순진하지 않은 이야기들』은 2차 대전 당시 7-12세였던 아이들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가장 순진한 증인이지만 그들의 눈으로 본 전쟁은 더 끔찍하게 전달된다. 여자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은 감정과 사상에 전혀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는 이념의 순수성과 창작 의도, 그리고 작품의 문학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다. 작가의 이념적 입장에 대해 친미적이며, 친서구적이라는 비난과 더불어 알렉시예비치가 창시한 ‘목소리 소설’이라는 장르도 인터뷰를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며, 그 내용은 조국의 아픈 역사를 선정적으로 까발리는 센세이셔널리즘이라고 폄하하는 의견도 심심찮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소련 시절에도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에는 피와 시체가 즐비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푸틴을 직접 지목하면서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알렉시예비치가 곱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알렉시예비치는 역사는 사건을 목도하거나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것이며”, “역사는 거리에, 군중 속에” 존재하며 “모든 인간들에게는 역사의 한 조각이 존재”하고, 그들 모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모든 것은 문학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작품의 정치성과 문학성에 대한 논란을 일축한다.

평화상: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

성공적인 민주화를 이끌어 내다

“재스민 혁명 이후 다원적 민주주의 구현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내전 직전 상황인 튀니지에 평화적인 정치 절차를 수립했다”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Tunisian National Dialogue Quartet)’에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 이 기구는 튀니지에서 다원적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해 4개의 시민 단체가 중심이 돼 결성된 기구이다. 기구를 구성하는 핵심시민사회조직은 ‘튀니지 노동연맹(UGTT)’, ‘튀니지 산업·무역·수공업연맹(UTICA)’, ‘튀니지 인권연맹(LTDH)’, ‘튀니지 변호사회’이다. 이들은 재스민 혁명 이후 사회 혼란을 관리하고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의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이들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데는 수상이 튀니지의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그밖의 다른 지역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노벨위원회의 의도도 있다.

재스민 혁명은 2010년 12월 18일 튀니지에서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이다. 당시 튀니지는 1987년 무혈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벤 알리 대통령이 2009년 5선까지 성공하여 장기 집권을 지속하여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이들은 장기 독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바와 같이 정부의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게다가 이들 정권의 경제 정책에 실패하여 튀니지는 30%가 넘는 높은 실업률에 곡물 및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물자 유통이 마비돼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과일 노점상 청년이 분신자살을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전국적으로 튀니지 민중들의 반독재·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으며 이는 SNS 네트워크를 통해 활성화됐다. 혁명의 결과로 벤 알리 대통령이 사직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으며, 비밀경찰조직과 구 집권당 헌법민주회가 해체됐으며 중립적인 인사인 베시 엘셉시가 총리로 임명됐다. 또한 재스민 혁명은 2010-2011 아랍권 민주화 운동의 시초가 됐는데, 이집트로 확산되어 2011년 2월 11일 호스 니 무바라크 정권 전복이 이뤄졌다. 또한 튀니지의 온건 이슬람 정당 옌나다가 자유 총선에서 승리했는데, 옌나다는 터키를 모델로 평등과 여성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폈고, 이는 터키식 온건 이슬람 모델이 아랍세계에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혁명 이후,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워 내전 직전까지 몰리던 민주주의의 붕괴 위기에서 국민4자대화기구는 여야와 일반 대중이 모인 전국단위협력체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정 안정을 이끌었다. 국민4자대화기구는 시민사회와 정당, 행정부 사이의 평화적 대화를 유도했고 성과 종교,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 평등한 기본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진보적 헌법을 채택했다. 튀니지가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평화적인 민주주의 이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튀니지의 민주화 이행 과정은 시민사회 기구와 조직이 민주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노벨위원회의 설명처럼 국민4자대화기구의 활동이 크게 작용했다.

경제학상: 소비, 빈곤, 복지…

위대한 탈출과 불평등한 세상을 넘어

노벨 경제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인해 노벨 재단에서 수여하는 5개의 시상 분야에 포함되지 않고, 후에 추가된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300주년을 맞이해 설립됐으며,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올해 경제학상은 소비와 빈곤, 복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온 미시경제학자 앵거스 스튜어트 디턴(Angus Stewart Deaton)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수여됐다. 노벨 위원회는 “디턴 교수가 소비, 빈곤, 복지에 관한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해 탁월한 연구 성과를 보여줬다"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그 세 가지 질문은 '소비자는 서로 다른 상품에 어떻게 지출을 분배하는가' '사회적 부(富)는 어떻게 지출되고 저축되는가' '복지와 빈곤을 측정·분석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이다. 디턴 교수는 소비자 개인의 결정과 경제 전체의 결과물 간의 연계를 강조함으로써 현대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개발경제학의 혁신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디튼 교수의 연구는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고자 하는 노력에 적용되어 왔다.

소득이 급격히 변해도 소비는 완만하게 변화한다는 '디턴 패러독스'로도 잘 알려진 그는 소비와 소득의 관계, 공공정책 변화가 부유층 및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집중 연구해 왔다. 디턴 패러독스는 기존 이론에 따르면 소득이 줄어들거나 늘면 소비는 더 큰 폭으로 줄거나 늘어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의 변동폭이 소득보다 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평소 소비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소득 감소를 대비해 저축하기 때문이다. 또한 디턴 교수는 빈곤 국가에 대한 원조가 빈곤퇴치 및 성장을 가로막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와 몇몇 다른 나라에서 원조는 지역 제도를 약화시키고 장기 번영을 망친다. 디턴 교수는 수상 소감 발표에서 스스로를 “세계의 빈곤, 사람들의 행동 방식, 사람들을 좋은 삶으로 이끄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한 바 있다. 

그의 저서 『위대한 탈출』은 대탈출에 대한 이야기이자, 대탈출로 인해 인류가 누리는 혜택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서 대탈출이 오늘날 불공평한 세상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직까지 빈곤이라는 덫에 걸려 탈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왜 존재하는지, 그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때문에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간의 삶은 성장을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은 결국 더 가난한 사람들도 탈출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이자 불평등은 성공의 척도이기에 이러한 유인들을 억누르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져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가난과 질병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자가 다른 이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고, 사다리를 치워버린다면 불평등은 나쁜 것이 된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성장의 부산물도, 성장을 위한 인센티브도 될 수도 있지만 성장을 질식시킬 수도 있으므로 장단점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불평등한 사회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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