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민족의 과제 중 필자의 머릿속을 가장 먼저 스치는 것은 바로 ‘통일’ 이다.

과거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분단 1 세대와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분단 2세대에게 통일은 당연히 해 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굳이 어떤 수치나 예측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세대 안에서 그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분단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시대 에 태어난 분단 3세대에게 통일은 선택의 문제로, 통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 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어야만 그 공감 대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이점들 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아온 분단 3세대 인 우리들은 통일만 된다면 현재 최악으 로 치닫는 청년 실업률, 노인 빈곤율, 출 산율 등의 수치로 반영되는 팍팍한 현실 이 막힌 하수구가 뚫리듯 한꺼번에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가진다.

그러나 과연 이런 문제들은 ‘통일이 안 되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것일 까? 다시 말해, 통일이 이 문제들에 대한 유일한 돌파구인가? 통일만 된다면 북한 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해 모든 분야에 획기적인 성장이 일어날 수 있고, 국내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어 경제 에 긍정적인 선순환이 일어날까? 어디선 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 식민 지배를 정당 화하던 논리와 똑 닮아있다. 이는 약탈적 통일 의식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은 내부 식민지를 만들어 국내 GDP를 올리 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 정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통일 이후 급격한 경 제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논 란의 여지가 없고, 이는 여러 자료와 통계 에 기반을 둔 명백한 사실이다. 허나 양적 으로 팽창된 경제 성장의 과실이 우리들 에게,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정당하게 배분되어 지느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와 자본주의의 성숙도에 달려있다.

북한학에서 독일의 통일 사례를 연구할 때, 동서독의 통합 과정을 연구하는 것보 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라 한다. 성숙된 민주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통일은, 결국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들의 해결이 아닌 문제들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 통일을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우리의 민주주의, 시민의식은 통일이라는 숙제를 풀어나갈 만큼 성숙한가? 또, 그런 고민의 끝에는 반드시 행동의 변화가 있 길 바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발자 크의 말처럼,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에.

김정은

(경상대 경영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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