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SPA브랜드 H&M에서 전국 단 4개 매장에만 명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판매했어.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단 몇십만 원에 살 수 있는 기회니 꽤 솔깃하잖아? 예상대로 판매 당일 엄청난 인파가 모였어. 판매 날까지 일주일을 매장 앞에서 이불 깔고 노숙하는 이들마저 생겼지. ‘얼마나 그 옷이 갖고 싶었으면 그럴까’라고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지 싶더라고. 왜, 무한도전 가요제 할 때면 사람들이 끝도 없이 줄 서 있잖아? 그런데 문제는 순수하게 옷을 사려는 구매자들만 모인 게 아니라는 거였어.

그날은 ‘꾼’들이 모여 한바탕 작업에 들어가는 날이었지. 판매가 시작되자 중고나라 같은 중고 사이트에서 구매한 옷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우수수 올라왔어. 사자마자 마음에 안 들어서, 사이즈가 안 맞아서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옷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모두 두 배 또는 좀 더 웃돈을 받고 옷을 팔더라고. 중고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아치우려는 ‘꾼’들의 상술 아니겠어?

‘노숙대란’에 이어 ‘반품대란’도 일어났어. 사재기한 물건을 반품하려는 사람과 그 반품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린 거야. 이윤을 남기려 되파는 리셀러(reseller)들이 기승을 부렸지. 이들은 여럿이 그룹을 이뤄 조직적으로 행동해. 매장 측에서 수량을 제한해도 리셀러들이 다시 리셀러를 고용하니 구매하는 데 무슨 장애물이 있겠

어? 그들은 몇백만 원 씩 무더기로 구매해서 폭리를 취하는 데 도가 텄지.

리셀러들의 판매에는 보통 기존 가격의 두 배 이상으로 시세가 형성되는데, 그 때문에 매장에 반품하려던 사람들도 발길을 돌렸지. 피해를 보는 건 순수하게 사고 싶은 옷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야. 사실 이런 일은 공연 티켓이나 다른 상품의 경우에도 비일비재해. 꾼들이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자나 구매자보다 더 큰 이윤을 취하는 거야. 전문가들은 이들을 조세범 처벌법으로 처벌하기에는 현실적으로는 법 감정이 너무 약하다고 해. 엄연히 불법인데도 인터넷상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니, 판매자와 구매자들을 기만하는 그들을 감히 누가 막을 수 있겠어? 사실 소비자들도 리셀러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

게다가 이번 반품대란에서 엄청난 몸싸움도 벌여졌다고 해. 중국인이 모자를 가로채서 대판 싸웠다느니 하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나왔지. 그러니 세일기간이나 한정품 판매 때는 몸 좀 사려야겠어. 온갖 꾼들과 눈 먼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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