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금요일 저녁의 한일극장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길에서 몇 명의 시민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피켓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들이다. 대구역사교사모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공동으로 준비한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는 과거 사용했던 국정교과서와 검인정교과서인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한 타 출판사 교과서를 전시해 시민들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대구역사교사모임 회장인 성산고등학교 차경호 교사는 “현재의 교과서가 좌편향된 것은 아니다”며 “이전의 교과서에 비해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정교과서 자체가 교사들에게 모멸감을 준다”며 “현재도 교사들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교과서 이외에 학습 자료를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는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집회에는 6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참석했다. 두 자녀와 함께 촛불시위에 참석한 강영익 씨(36)는 “아이들에게 촛불시위 같은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최근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문제에 공감하고 아이들이 하나의 시각으로만 역사를 배우는 것을 원치 않아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교뿐 아니라 타 대학 학생들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대구대 김아름(사범대 특수교육 14) 씨는 “학교 내에서 대자보를 붙이고 시험기간에도 아침저녁으로 ‘친일파가 만든 국정교과서 반대, 권력을 도구로 사용하는 국정교과서 반대’라는 구호로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학생들의 참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뒤에서 도와주는 등 학생들이 사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 대학 교수들과 현직 교사들도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3,904개교 2만 1,378명 교사들이 참여한 시국 선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다. 교육부는 이 시국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해 징계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장인 침산중학교 역사 교사 손호만 씨는 “국정교과서, 검인정교과서로도 학생들을 가르쳤었다”며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검인정교과서를 사용하게 됐는데 지금 국정화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시국 선언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교사들은 교육부가 징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다양하면서도 진실한 역사를 교육하기 위해 끝까지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아직 학교 안에 친구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5,000년의 역사를 정부가 마음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본교에서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 경북대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지난달 30일 사회대 402호에서 결성식을 가지고 교내외 다양한 활동을 결의했다. 네트워크는 학내에서 산발적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던 단체들과 개인들을 하나로 모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15일 본교 사학과 학생회 및 학생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19일에는 제47대 ‘V!VA’ 총학생회가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학생 개인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는 활동을 했다. 

결성식에서 황보영조 교수(인문대 사학)는“교과서 국정화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네트워크의 대표를 맡은 김한결 씨(인문대 사학 11)는 “학과 과제를 할 때도 최소한 10권의 책을 빌려서 과제를 한다”며 “학생들도 다양한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공부하는 것을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결성식을 가진 직후 동성로 한일극장 앞 촛불시위에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참석했다. 네트워크는 학내 대자보 릴레이와 캠페인 활동을 이어 나가며 시민 연대 촛불집회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타 대학의 경우 약 3주 전부터 네트워크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대의 경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인 모임(이하 서울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500여 명 이상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대자보 게시, 릴레이 편지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서울대인 만민공동회’를 개최하는 등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우 씨(인문대 언어 13)는 “다들 고등학생 때 한국사교육을 받았다보니 한국사교과서국정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네트워크가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다보니 활동에 대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던 학생들도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에서 국내 최대 역사학계 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가 개최됐다.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 소속 학회 및 역사학 관련 28개 학회 일동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같은 날 ‘전국 대학생 대표자 595인 및 4만 2천 대학생 국정교과서 반대선언’이 있었다. 본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36개 총학생회와 학생회 연합 4개, 단과대학/과/동아리/소모임 550개, 대학생 단체 7개 등이 참여한 이 반대 선언의 규모는 학생대표자 규모로는 최대 규모였다.    

한국사 교과서 변천과 검정,

국정 논란의 역사

정부 수립 이후 1차 교육과정 때 한국사 교과서는 검인정 체제로 시작됐다. 한국의 교과서 발행 체제는 국정제, 검정제, 인정제가 있는데 주로 국정제와 검정제가 사용된다. 국정제는 국가가 관리하여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는 방식으로, 편찬 과정을 국가에서 철저히 관장하며 단 한 종을 모든 학교 및 학생이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검정제는 저작자와 출판사가 교육부가 제시한 검정 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하고 검정을 통과하면 교과서로 인정되며, 다양한 교과서를 학교별로 학교장 승인 하에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를 오갔다. 1945년 8월부터 1954년 4월까지는 미군정에 의해 입안된 교육과정으로 중등학교 교과서가 발간되어 근대적인 한국사 교육이 시작됐다. 정권이 수립되고, 1950년에 이승만 정부는 교육과정 제정 작업을 시작하여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을 공표했다. 그리고 1956년에는 검정 체제로 중학교 10종, 고등학교 4종의 역사교과서가 도입됐다. 그 이후로 2차 교육과정(1963년 2월∼1973년 2월)까지 국사교과서는 검ㆍ인정 제도로 편찬됐다. 그러나 검정제 역사교과서는 유신정권을 맞아 국정교과서로 전환됐다. 3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1974년부터 중ㆍ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편찬하기 시작했고, 6차 교육과정까지 역사 과목은 국정교과서로 편찬됐다. 정부가 국사를 국정제로 편찬하며 내세운 이유는 학습 부담 경감, 물자 절약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에 독재 미화, 정권 홍보 수단으로의 활용을 목적으로 한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이러한 비판이 커지자 김대중 정부는 획일적 역사교육에서의 탈피를 목표로 2002년, 국사교과서를 다시 검인정 체제로 변경했다. 2003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 국사 교과서는 국정제로 유지됐으나, 고교 2학년부터 선택 가능한 한국근현대사는 검정제로 8종이 사용됐다. ‘교육의 자율화 확대’라는 기조로 검·인정 교과서는 확대됐으며, 2010년 ‘한국사’로 국사와 한국근현대가사 합쳐지며 2011년이 되어 완전 검정 체제로 국사 교과서가 편찬됐다.

한편 지난달 12일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와 교육과, 시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에 크게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기 전부터 비밀 기구를 만들어 국정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진다. 이처럼 역사를 입맛대로 왜곡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역사왜곡·미화 교과서 절대로 좌시 않을 것" 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8종의 검정제 국사교과서에 오류가 많으며 좌편향성이 크다고 보며, 집필진들이 교육부의 수정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발행 체제를 개편하여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켜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나는 찬성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리는 그 앞에서 국정화 찬성에 대한 시위도 이어졌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8개 시민단체들이 ‘역사학 정치교수 규탄’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그들은 대회 1부가 종료된 후, 행사장에 들어와 ‘국정화 지지’를 외쳤다. 그 과정에서 원색적인 비난과 충돌이 발생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하 공학연)’은 ▲기존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 ▲그러한 교과서들의 시장 독식 ▲기존 교과서의 역사적 기술 부족으로 인한 아이들 교육에 대한 우려 등을 국정화 찬성 이유로 밝혔다. 공학연 이경자 상임대표는 “8종의 교과서 중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며 “교과서 집필진 38명 중 1명은 3권의 책을 동시에 쓰기도 하는 등 좌파 성향의 학자들이 교과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산업의 역군으로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들이 이룬 나라기도 한데, 그런 부분은 민중사관을 가진 학자들에 의해 제대로 기술되지 않았다”며 “그런 좌파 성향의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을 10여년 이상 가르쳤다는 걸 알았을 때 엄마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공학연은 국가에 국정화 요구 성명서를 최초로 제출한 단체이며, 작년 2월 510개의 시민단체와 ‘역사교과서대책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한 바 있다.

한편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되 전제 조건을 제시하는 단체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과거 국정화 체제의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약속 ▲논란이 되는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과 전 교원을 대상으로 합리적 절차 밟아 결정 ▲다양한 역사학자와 교사, 각계 인사로 이루어진 교과서 집필진 등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 국정화를 찬성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2년도에 출간한 마지막 국정교과서의 경우에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명시,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도 균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며 “우리사회의 투명성과 민주화가 많이 발전했고, 높은 국민의식을 고려해볼 때 그런 기정사실화는 생각으로만 머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교과서 발행에 있어 역사학적 관점이 아닌 역사교육적 관점에서, 사실적 지식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현실은 사실적 지식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에 대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자신의 의견을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교육 문제가 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 정쟁으로 치닫는 게 안타깝다”고 대답했다.

특별취재팀/knun@knu.ac.kr

전현수 교수

(인문대 사학)

평화문제연구소 소장, 한국현대사 전공

2013년도 한국사교과서 검정위원

Q. 지난 19일 본교 사학과 교수 전원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했다. 그 이유는? 

사학과 교수들은 일평생 역사 연구와 교육에 헌신해 왔다. 이 분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역사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이라 우려한다. 국정 교과서로 학생들에게 한 가지 시각만 가르치는 것은 역사교육의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 역사에는 긍정적인 면도 많고 부정적인 면도 많다. 이 두 가지 모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교과서로 다양한 시각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것이 역사교육의 본질이다. 사학과 교수들은 국정 교과서로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역사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국정화에 반대하고, 정부가 대다수 역사 교수들 및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향후 집필이나 검정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Q. 국정교과서가 가지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국정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하나의 시각만을 주입시킨다는 것이다. 국정 교과서는 독재나 전체주의 국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 국정 교과서는 국가가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목적에 복무한다. 민주국가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검인정이나 자유발행 교과서를 사용한다. 유엔에서는 각국 정부가 특정 교과서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유신독재와 함께 강요된 국정 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인정 교과서로 전환했다. 국정화는 다시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퇴행적인 시책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이룬 민주화를 부정하는 ‘역사쿠데타’다. 

Q. 정부와 여당에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위해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 개념이 잘못된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란 내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교학서 교과서만 옳고 다른 모든 교과서들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런 주장은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이런 해석도 있고, 저런 해석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해석의 차이가 왜 생기는가를 학생들이 탐구할 수 있게 역사교육이 설계되어야 한다.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가 모두 ‘좌편향’됐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엉터리 주장이다. 검인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설계한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집필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검정에 통과할 수 없다. 교육부의 집필 기준을 준수하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가 모두 ‘좌편향’이라면 우리 교육부는 ‘극좌편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인정 교과서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가르친다고 말하고 있다. 확실히 검인정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굉장히 비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주체사상은 김일성 개인 독재를 강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상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좌편향’도 아니고 ‘종북’도 아니다. 교육부 집필 기준에 따라 주체사상을 반드시 다뤄야하기 때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은 ‘종북’ 행위라는 매카시즘적인 색깔론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국정 교과서를 강요해 우리 사회를 북한처럼 획일적인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려는 것이 바로 ‘종북’ 행위인 것이다. 

Q.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대학의 역사 교수들과 교사들이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집필진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뉴라이트’ 성향의 극소수 학자들이다. 이들은 이전에도 대안교과서를 만들고,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의 친일 행위를 문명 개화운동으로 인식하고 ‘5·16쿠데타’를 ‘5·16혁명’으로 해석한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은 2013년 한국사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교학사 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을 검토했다. 교학서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는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상식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500건이 넘는 오류 사항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교학서 교과서 집필자들이 한국사를 수십 년씩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뉴라이트’ 교과서들이 가장 올바른 교과서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얼치기 학자들을 시켜서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 목적이 아니라면 왜 국정화를 강요하겠는가.

Q. 한국사 교과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해방 이후 70년대 초반까지는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했다. 유신독재가 시작되면서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게 됐다. 80년대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정 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로 전환하려는 오랜 운동 끝에 검인정 제도가 정착되었다. 다시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는 것은 역사퇴행적인 정책이다. 국정 교과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의 민주적인 시민의식이 이것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못한다.

이런 국정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부의 정책이 안타깝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정화 시도를 중지하고 교과서 편찬을 역사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역사 전문가들이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정부는 교과서 편찬에 대한 간섭을 중지하고 검인정 제도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율발행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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