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상이 발표됐다.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 복지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상이 바로 노벨상이다. 1901년에 시작된 노벨상 수상은 올해로 115번째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에 올해 노벨 생리의학·물리학·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그것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생리의학상: 인류를 기생충으로부터 구하다이번에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총 3명으로 투 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주임교수,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윌리엄 캠벨 미국 드류대 명예연구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번에 수상한 연구들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투 유유 교수는 중국인 처음으로 생리의학상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다. 그녀는 ‘개똥쑥(Artemisia annua)’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물질을 추출하고 약으로 만든 공로를 가지고 있다. 개똥쑥은 우리나라에도 분포하는 식물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녀가 만든 약의 이름은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이다. 투 유유 교수는 중의학 서적인 ‘주후비급방’(?後備急方)에서 개똥쑥에 대한 단서를 찾고 그것에서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말라리아(Malaria)는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질병이다. 말라리아 원충인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은 암컷 모기의 장내에서 포자소체가 되고 그 모기에 물린 사람에게 포자소체를 전달한다. 이 포자소체는 간에서 증식하고 이것이 적혈구를 공격하면서 병이 발병한다. 말라리아는 일정 시간의 잠복기를 가진 후 발열, 두통, 빈혈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굉장히 치명적인 질병이다. 현재 34억 인구가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르테미시닌의 경우 말라리아 발병 초기에 기생충을 빠르게 죽여서 치료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도 쓰일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합리적이다. 오무라 사토시 교수와 윌리엄 캠벨 연구원의 연구는 기생충을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연구는 특히 사상충과 회선사상충에 의해 발생한 질병을 치료한다. 사상충의 경우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상충 중 밴크로프트 사상충은 상피병(Elephantiasis)이라고 불리는 병을 유발한다. 이 병은 림프관이나 정맥 주변의 결합조직을 증식시켜 코끼리 피부같이 두꺼운 피부를 만든다. 회선사상충(Onchocerca volvulus)은 하천 실명(River blindness)이라고 불리는 질병을 유발한다. 이 병은 각막 혼탁, 동공 위축, 시신경 위축 등을 유발하고 마지막에는 실명이 되게 한다. 오무라 사토시 교수와 윌리엄 캠벨 교수는 위의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약을 만든 업적을 가지고 있다. 우선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방선균 중 ‘스트렙토마이세스’의 속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이들에서 항생제 후보 물질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분리하기 위해 미생물을 배양하고 배양물을 추출하는 연구를 계속했었다. 캠벨 교수는 오무라 교수팀의 배양물들 중에서 기생충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을 골라냈다. 이 물질이 바로 ‘아버멕틴’(Avermectin)이다. 이 물질은 이후 ‘이버멕틴’(Ivermectin)이라는 약물로 개발됐다. 이버맥틴을 복용하면 약 4시간 후 대변과 소변을 통해 약과 기생충이 함께 배출된다. 

물리학상:중성미자, 그것의 질량을 찾다 중성미자(neutrino)는 중성자가 방사선 원자핵의 자연 붕괴의 일종인 β붕괴 양자와 전자로 파괴될 때 함께 방출되는 소립자를 말한다. 중성미자는 광자 다음으로 우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질이다. 중성미자는 방사능 물질의 β붕괴 때 에너지보존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었다. 그리고 이후 실험을 통해 실제로 존재가 확인됐다.중성미자는 전하를 가지지 않아서 다른 물질들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관통력이 크다. 이 중성미자는 결합하는 미립자에 따라 전자, 뮤온, 타우 총 세 가지로 구분된다. 2015년 노벨상은 이 3종류의 중성미자들이 서로 형태를 자유롭게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한 도쿄대 가지타 타카아키 교수와 퀀즈대 아서 맥도날드 교수에게 수여됐다.중성미자는 우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질로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 그것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도 거의 없어 ‘유령입자’로 불렸다. 가지타 다카이키 교수는 일본의 대형 체렌코프 우주소립자 관측 장치인 ‘슈퍼가미오칸데’를 통해서 중성미자의 변환을 관측했다. 슈퍼가미오칸데는 일본 기후현 히다시의 가미오카 관광산에 있는 연구소이다. 슈퍼카미오칸데는 전하를 가진 입자가 광학적으로 투명한 매질 속을 통과할 때 입자의 속도가 그 매질의 속도보다 빠를 때 발생하는 체렌코프 복사(Cherenkov radiation)를 이용한다. 슈퍼카미오칸데의 내부는 물로 채워져 있는데 이 물과 중성미자가 충돌할 때 대전된 입자가 발생하고 그것에 의해 체렌코프 복사가 발생하는 것을 빛 센서로 관측한다. 이 빛을 측정하면 중성미자의 종류와 그것의 출처에 대해 알 수 있다. 관측 결과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뮤온중성미자와 전자 중성미자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뮤온중성미자가 검출기에 도착하기 전에 진동을 일으키며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된 것이다.그리고 아서 맥도날드 교수 연구팀은 태양에서 온 중성미자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성미자는 지구에 도달할 때 소멸하지 않고 관측소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된 채 검출됐다. 서드버리 중성미자 관측소는 중성미자와 탱크 내부 경수 사이의 반응을 통해 중성미자를 측정한다. 그들은 관측소에서 두 가지 경로로 관측소에 도착하는 중성미자를 관측했다. 하나는 대기에서 바로 관측소로 오는 중성미자들이고 또 다른 것은 지구를 관통해서 오는 것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이곳에 측정되어야 할 전체 중성미자의 개수를 예측하고 3종류의 중성미자를 관측했다. 그 결과 전체 중성미자의 개수는 예상과 거의 일치했으나 전자 중성미자의 개수가 부족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자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된 것이다. 이들이 발견한 현상을 ‘중성미자 진동’(neutrino oscillation)이라고 한다. 이런 발견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은 기존의 ‘표준모형’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표준모형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모형에도 수정이 필요하다.

화학상: DNA는 어떻게 복구될까DNA는 4가지 염기인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과 당, 인산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염기, 인산, 당으로 이루어진 구성체를 뉴클레오티드라고 한다. 이 뉴클레오티드가 DNA의 기본단위가 된다. DNA는 이중나선구조로 두 개의 가닥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이다. 가닥은 염기들 간의 수소 결합으로 연결된다. 아데닌은 티민과 쌍을 이루고 구아닌은 시토신과 쌍을 이룬다. 서로 다른 것과는 쌍을 이룰 수가 없다. DNA는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DNA가 손상된다면 생명체에게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초기에 DNA는 굉장히 안정적인 분자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화학물질, 자외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복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포 내 환경에 따라 하루에 10,000~1,000,000개 정도가 손상된다. 이것은 전체 DNA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지만 중요한 유전자가 손상될 경우 그 타격은 극심하다. 이러한 오류를 수정하는 방법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낸 것이 이번 수상자들의 업적이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토마스 린달 교수는 ‘염기 절단 복구(base excision repair)’, 미국듀크대 의대 모드리치 교수는 ‘미스매치 복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산자르 교수는 ‘뉴클레오티드 절단 복구’과정을 밝혀냈다. 염기절단복구의 방법은 하나의 뉴클레오티드에 손상이 일어났을 때 발생한다. 짝이 잘못지어진 염기가 있을 경우 DNA글리코실화 효소가 잘못된 것을 제거하고 DNA 중합효소가 새로운 뉴클레오타이드를 그 자리에 채워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DNA 중합효소는 DNA가닥 중 하나의 가닥을 주형으로 하여 다른 가닥을 합성하는 효소를 말한다. 다음으로 뉴클레오티드 절단 복구는 발암성 물질에 의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과정이다. 오류가 발생할 경우 핵산 분해효소인 엑소뉴클라아제가 주변 12개의 뉴클레오타이드를 잘라낸다. 그리고 빈 부분을 DNA 중합효소가 메워 준다. 미스매치 복구는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복구하는 과정이다. 과오 염기결합을 발견할 경우 DNA의 메틸기를 주형에서 복제된 줄기로 옮긴다. DNA메틸화는 주형 가닥에만 있고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가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잘못 복제된 부분을 자르고 DNA중합효소가 빈 공간을 채워준다. 이러한 DNA복구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DNA 손상 복구와 암이 밀접한 관련을 가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제시한 복구 과정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 돌연변이의 빈도가 증가하고 이는 암 유발의 원인이 된다. 이런 DNA 수선 단백질 유전자를 ‘종양 억제 유전자’라고 한다. 종양 억제 유전자는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했을 때 종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이슬기 기자/lsg14@knu.ac.kr일러스트: 박성은 기자/pse14@knu.ac.kr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