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경상북도 의회가 지정한 독도의 달이다. 최근에는 독도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져 독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있고, 독도가 우리의 영토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독도의 생물학적 가치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번 호에서는 독도가 지닌 생물학적 가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독도 생물 연구 왜 필요하지?

독도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연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그러한 연구가 왜 필요한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 따르면 자국은 자국의 생물자원에 대하여 주권적 권리를 가지는 것은 물론 이들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용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이 협약은 2003년 9월부터 국제적으로 발효됐다. 협약에 따라 독도의 생물자원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은 이후 영유권 분쟁 시에 결과를 바탕으로 주권적 권리를 주장할 때 점유권 인정에 있어서 중요한 사실 자료가 될 수 있다.  

생물주권의 중요성이 영유권 분쟁에서 실제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과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시파단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1998년 국제헌법재판소에 해당 사안을 제소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시파단 섬에 자생하는 거북이에 대한 보호법을 제정하고 실행해 자생생물에 대한 지속적 관리를 했었다. 이  점이 섬에 대한 실효적 점유로 인정받았다. 마침내, 2002년 말레이시아는 국제헌법재판소로부터 시파단 섬의 영유권을 인정받았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식물들

독도의 환경은 생물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바람도 많이 불고 해발고도가 낮다보니 파도가 많이 친다. 이런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독하게 버텨야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 독도에 있는 식물은 총 111종으로 확인됐다. 독도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대부분 바람, 새의 배설물, 바닷물에 의해 섬으로 들어와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들이다. 

우선 독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해 소개하겠다. 가장 먼저 ‘땅채송화’가 있다. 이름에 ‘땅’자가 들어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땅채송화는 땅에 거의 붙어서 사는 식물이다. 땅채송화는 강한 바닷바람과 바위 위에서 살아가기 위해 진화했다. 땅채송화는 독도가 만들어진 초기 단계에 정착해서 살았을 것을 추정된다. 그리고 '해국'이라 하여 바닷가에서 자라는 국화도 많이 볼 수 있다. 해국은 25~60cm 정도의 비교적 큰 키를 가지고 있다. 독도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보라색의 꽃이 해국이다. 독도 해국은 대구지방환경청에 의해 2010년에 세계유전자은행에 그 유전자가 등록됐다.

한편 독도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생식물들이 있는데 섬기린초(Sedum takesimense Nakai), 섬초롱꽃(Campanula takeisimana Nakai) 등이 그것이다. 섬기린초는 7월에 황색 꽃, 섬초롱꽃은 8월에 연한 자줏빛의 꽃을 피운다. 둘 모두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섬기림초 같은 경우에는 최근 피부 미백 효과를 보이는 2,6-di-O-galloylarbutin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이 현재 독도의 자생식물들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위에 제시한 식물들의 학명을 자세히 보면 두 식물 다 학명에 ‘다케시마’라고 표기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학회에 독도의 식물들을 다케시마라고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일제강점기 동안 주권은 물론 생물주권도 빼앗겼던 것이다.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독도의 동물들

제한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우선 조류의 경우 주로 이동하는 동안 잠깐 들리는 장소로 독도를 거쳐가는 경우가 많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6종의 조류를 독도에서 볼 수 있다. 독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라고 하면 ‘괭이갈매기’일 것이다. 봄이 되면 독도에 괭이갈매기들이 찾아온다. 1만 2천마리 정도가 찾아오니 독도 단골고객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동도보다는 서도에 더 많은 둥지를 튼다고 한다. 괭이갈매기의 경우 독도의 거의 모든 곳에 둥지를 틀 수 있다. 독도는 괭이갈매기 이외에도 바다제비, 슴새 등의 번식지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탓에 독도는 1982년부터 문화재청에서 ‘독도천연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학술이나 관리 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독도에 사는 곤충은 총 11목 47과 93종이다. 육지와 울릉도에 비하면 적은 종수이다. 이 역시 독도의 서식환경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들 곤충들은 식물의 번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독도의 곤충들은 한 종이 집단을 이루면서 갈 수 있는 서식 환경의 지리적 한계를 나타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연구 초기에는 독도의 곤충들이 울릉도에서 넘어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했으나 울릉도에서 발견되지 않고 독도에만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그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독도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13년부터 진행한 자생생물 조사에서 5개의 신종이 발견됐다. 절지동물의 한 분류군의 하나인 소형 갑각류인 요각류 2종, 배에 특징적이 털을 가지고 있는 복모류가 3종이다. 요각류 중의 하나에는 가칭으로 ‘독도쿠울노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섬의 주민, 미생물

독도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독도에 살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여러 미생물들이 발견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오태광윤정훈 박사 연구팀이 가장 먼저 새로운 미생물들을 발견했다. 그 첫 번째는 ‘버지바실루스 독도(Virgibacillus dokdonensis)라는 세균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에도 새로운 발견은 계속됐다. 2005년에는 독도 주변 해수에서 ‘독도 동해(Dokdonia donghaensis)’를 분리했다. 학명의 경우 주로 라틴어로 표기하는데 독도의 경우 학명에도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이용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해 ‘독도 한국(Dokdonella koreensis)’과 ‘동해 독도(Donghaeana dokdonesis)’가 분리됐다. 학술상 편의를 위해 라틴어로 표기하는 학명의 경우 그 생물에 대한 전세계 공통적인 이름이 된다. 학명에 독도를 사용함으로써 전세계에 독도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이러한 미생물 중에는 우주에 다녀온 미생물도 있다. 2008년 한국인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씨와 함께 ‘동해 독도’가 우주로 갔었고 우주 환경에 노출됐었다. 

‘동해 독도’의 경우 이후 2008년에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했다. 이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이용해 다른 유전체와 비교, 진화, 기능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물에 항세균 물질을 생산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었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독도에서 발견된 미생물 중에는 콘크리트 구조의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이처럼 미생물이 유용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외에도 해수와 토양에서 분리한 미생물의 분리와 영향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미생물들의 경우 신약후보 물질, 효소 등 의학적, 산업적으로 연구가 중요하다. 

강치가 일본동화의 주인공이라고?

지금은 독도에서 볼 수 있는 생물은 아니지만 한때 독도의 상징과도 같았던 생물이 있다. 바로 ‘강치’이다. 독도에는

류가 만나는 바다가 있어 먹이를 구하기가 쉬웠고 강치가 쉴만한 장소도 많았다. 이런 이유로 독도에는 많은 수의 강치가 살았다. 하지만 현재 독도에서 강치는 멸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초 일본 내각관방 소속의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에서 일본인의 독도 강치 조업 모습을 담은 그림책 '메치가 있던 섬'을 만들고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홍보에 나섰다. 동화에서 강치는 일본 소년과 어울려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친다. 

일본은 전쟁으로 강치의 가죽과 기름의 값이 상승하자 마구잡이로 강치를 포획했다. 1904년~1905년 사이 포획되었던 강치의 숫자가 5,000마리가 넘을 정도로 대량 포획이 이뤄졌었다. 현재 강치를 독도에서 볼 수 없게 만든 원인을 일본이 제공한 것이다. 물론 일본이 제작한 동화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외에도 일본은 강치를 캐릭터화하여 일본에서 독도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치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5월 국립해양조사원은 독도 해저 지형에 ‘강치초’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치초’ 주변은 실제 강치들이 서식하던 장소여서 강치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더 특별하다. 해양 지형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은 독도에 대한 해양주권 강화에 도움이 된다.

참고

「한국의 자연유산 독도」(문화재청)

「독도의 자연」(경북대학교 울릉도독도 연구소)

「괭이갈매기, 땅채송화와 미생물의 섬」(김사열)

▲ 독도에 피어있는 ‘해국’의 모습        (출처: 경북대학교 울릉도독도 연구소)

▲ 독도의 ‘땅채송화’의 모습   (출처: 경북대학교 울릉도독도 연구소)

▲ ‘독도 한국’을 20,000배 확대한 사진

                 (출처: 한국생명공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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