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실렸던 학생회 공약 중간점검에서 알 수 있듯, 올해 총학생회 공약 중 가장 호평을 받은 분야는 ‘소통’이다. 이는 대구캠퍼스 총학생회뿐 아닌 상주캠퍼스 학생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을 활용해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한 학생회는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박수를 친 사람들에게 묻고자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해졌는가? 다시 말해,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는가?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본 본교생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쪽에 더 가깝다. 뉴스피드에 올라온 주간 업무 보고 내용을 꼼꼼히 읽는 학생은 잘 없었다. 다수가 손끝으로 소식을 훑고 지나갈 뿐. 몇 달 전, 총학생회의 공약 중 하나였던 기성회비와 관련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학내 여론을 알기 위해 인터뷰를 했었다. 나 또한 기사를 담당하기 전까진 문제에 대한 윤곽만 그릴 수 있었기에 학생들로부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의 8할은 ‘잘 모르겠다’였다. 심지어 기성회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는 것이 없어 인터뷰를 못하겠다는 상황이란 얼마나 민망한 상황인지! 결국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기성회에 대한 내용을 줄줄 읊어야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답이 되돌아올 때의 허탈함과 공허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총학생회가 말한 ‘소통’은 일방향적인 소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속을 들여다 볼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껍질만 보고 성급한 판단을 내린 학생들 때문이다. 이는 비단 총학생회와 학생으로 대표되는 학내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범위를 지역으로, 국가로, 세계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책임자와 권력자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의식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길 바란다. 먼저 나서 문을 두드리지 않는 지도자를 권위적이고 꽉 막힌 사람으로 여기며, 때로는 독단의 위험이 있는 요주의 인물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막상 소통이 스스로의 무관심으로 인해 무마되어 버리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그렇다 해서 우리 모두가 무지한 사람으로 남진 않을 것이다.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구직을 위해 시사상식 책을 펼치는 성의 정도는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과 단체에 ‘나는 능력있고 깨어있는 사람’을 드러내기 위함을 목적으로, 뒤늦게 사회로의 손길을 뻗치는 것을 소통이라 볼 순 없다. 기술이 발달하며 더 큰 외침과 정보의 교류가 가능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권력의 부조리함이나 구성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소통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려하던 바와는 달리 진짜 문제는 수용자 스스로가 아닌지를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진보의 길을 걷고 있는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는, 역설적이게도 퇴보의 길을 향한다. 소통과 정보의 요구가 당연한 권리라 생각함과 동시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모습을 보이는 건 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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