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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따라 길 따라

꽃 피는 고래처럼 아름답지만 슬픔이 있는 장생포

 바다를 낀 공업도시. 내게 울산이란 도시는 가족들과 함께 바다 구경 및 해산물 외식을 하러 가거나 학교에서 포스코 공장 견학을 할 때 가는 곳이었다.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처럼 말이다. 구름인지 공장 연기인지 모를 것이 뭉게뭉게 고래모양으로 핀 날. <꽃피는 고래>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울산에 도착했다. <꽃피는 고래>에서는 배경이 울산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가상의 공간인 처용포가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고래박물관, 생태체험관 등을 돌아보니 포경작업이 한창이었던 포구라는 점부터 고래박물관, 고래관광사업 육성까지, 장생포에 소설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소설은 실제 장생포 인근에는 처용암이라는 유명한 바위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실제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쓴 듯, ‘니은’의 아빠는 고래 떼가 그려진 선사시대 바위그림이 남아있는 고향을 ‘니은’에게 자랑했다. 또, 부모님은 아랍 상인 처용과 인도 공주 허황옥이 처용암에 왔던 신화를 좋아해 서로 처용과 황옥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향을 사랑하던 부모님들이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며 어린 ‘니은’은 홀로 남아 그 슬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그런 ‘니은’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다. 옛날 고래잡이의 일등 포수였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나이인 열일곱 살보다 한 살 어릴 때 고래 배를 타고 바다를 누볐다는 것과 초경이 시작되자마자 열다섯 살에 시집을 갔다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언제 어른이 되었냐고 묻는다. 슬픔을 이겨내고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다. 또 어느 날 잘못 잡혀온 고래가 꽃처럼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니은은 부모님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자신도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박물관을 돌아보며 참고래와 대왕고래의 크기에 새삼 놀랐다. 그만큼 큰 고래들은 죽음으로써 몸의 모든 부분을 인간에게 내어준다. 기름부터 향수, 호르몬제까지 말이다. 그 사실이 새삼 슬펐다. 공업단지에 자연을 내어주는 울산의 모습과 고래가 닮아있다고 느꼈다. 장생포를 둘러싼 화려한 고래조형물들과 각종 고래 관련 시설을 보면서 슬퍼진 것이다. 울산과 고래, 그리고 니은의 이야기까지 전부 슬픔에 하나로 묶였다. 박물관 꼭대기에는 고래를 해체하던 모습, 고래와 사람의 크기 비교 등 옛 포경작업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니은’이 장포수 할아버지 집에서 본 옛 포경사진들처럼, 당시 젊고 활기 있던 마을의 모습이 사진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잡힌 고래가 해체되는 모습에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고래 박물관과 생태체험관에 부모님을 따라 돌고래를 보러 온 아이들이 있었다. 부모님께 고래와 처용이야기를 듣던 모습, 니은이 마을 신화이야기를 지루해 했듯 아이들도 지루해하겠지만 언젠가는 이 순간을 떠올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버스를 타고 해 저무는 울산을 떠나왔다.


최지은 기자/cje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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