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4대강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강은 문명시대 이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사이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낙동강을 ‘금강 파수꾼’ 김종술 기자, ‘오마이뉴스’ 탐사보도팀 등과 함께 방문해 봤다●

지난 8월 24일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앞에 흐르는 낙동강을 찾아갔다. 강 쪽으로 내려가니 푸른 강이 아닌 초록 강이 눈에 들어왔다. 강 근처로 좀 더 내려가자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하수구에서 나는 냄새와 유사한 냄새가 났다. 강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강 둔치에서 강 중심까지 10m정도까지 녹조가 띠를 이루고 있었다. 강물은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진한 초록색이었다. 녹조가 있는 부분은 원래 강의 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녹조 현상이란 부영양화된 호소 또는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와 남조류가 크게 번식하면서 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녹조가 오랜 시간 유지될 경우 수중 생물이 죽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유독 남조류가 독소를 생산할 경우에는 이 물을 마시는 동물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강물을 떠서 보기 위해 투명한 페트병을 들고 갔다. 페트병을 녹조가 있는 강물에 담가 보았다. 페트병 입구를 수면에 평행하게 담가 보았으나 녹조로 인한 점성 때문에 페트병에 물이 잘 담기지 않았다. 녹조가 있는 강물은 페인트처럼 점성이 있다. 녹조물을 시멘트 바닥에 뿌려봤다. 일반적인 물이라면 증발 후에 흔적이 남지 않아야겠지만 녹조물은 증발하고도 그 자리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녹조가 있는 부분에 발로 모래를 차보니 녹조 때문에 모래가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그대로 떠 있었다. 카약을 타고 강 중간으로 나가봤다. 강 중간은 모퉁이 부분보다는 유속이 빨라 녹조가 덜했다. 강 중간에서 모퉁이 쪽을 보자 녹조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은 경계가 확실히 보였다. 하지만 강의 중간도 깨끗하지 만은 않았다. 중간 부분의 물도 강 모퉁이보다는 적었지만 작은 녹조 덩어리들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의 반대편 모서리로 이동했다. 강의 반대편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쪽도 녹조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녹조가 많이 쌓여 있는 곳 가운데에는 작게 하얀색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녹조가 물위에서 썩으면서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강 반대편으로 이동하자 녹조 강물에 빠져 있는 잠자리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잠자리는 녹조로 인해 물에 가라앉지도 못하고 녹조 위에 떠 있었다. 카약으로 잠자리를 옮겨 왔지만 잠자리는 몸에 묻은 녹조를 떼어내기 위해 한 동안 계속 날갯짓을 해야 했다. 녹조가 쌓여 있는 곳 중간 중간에 물고기가 죽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투명카약의 바닥과 옆면도 전부 초록색으로 보였다. 카약의 노에도 녹조가 묻었다. 노에 묻은 녹조는 그냥 노를 저어서는 떨어지지 않았다. 손으로 닦아내자 그제서야 녹조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 어귀에는 한 척의 작은 보트가 있었다. 조금 있으니 보트의 주인이 왔다. 그리고 보트의 시동을 걸고 녹조 쌓여 있는 곳에 물살을 일으키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강의 녹조를 흩뜨리기 위해서” 라고 했다. 하지만 그 노력도 잠시, 다시 강어귀에 녹조가 쌓이기 시작했다. 녹조는 잠시 잠잠해졌지만 한번 생긴 녹조는 사라지지 않고 흩어지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에 의하면 “기온이 내려가면 녹조가 감소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10월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트를 움직인 이는 수자원공사에서 돈을 받고 활동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가 떠난 후 조금 있다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선착장에 보트를 세워 둔 채 모터를 작동시켜 그 자리에 있는 녹조를 흘려보냈다. 낙동강에서 어업을 했던 마을 주민은 “현재 마을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 30일 낙동강 내수면 어민들이 선상 시위를 통해 수자원 공사에 항의를 하기도 했었다. 마을 주민 조문철(47) 씨는 “마을 주민들도 녹조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사업 전에는 강 반대편에 감자를 심었었는데 현재는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23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결과 발표(이하 4대강사업 조사평가)에 따르면 ‘보와 준설로 인한 체류시간 증가가 조류 농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 조류 농도 증가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금강은 대체로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와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하였으나, 낙동강 상류지역 4개보 구간에서는 BOD가 증가했고, 영산강은 식물플랑크톤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술 기자는 “낙동강은 금강보다 수량이 많아 녹조가 덜하다”라고 했다.이후 구미인근 낙동강 지류로 이동했다. 그곳은 녹조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큰빗이끼벌레’를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큰빗이끼벌레에서는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암모니아라기보다는 물비린내가 났다. 이끼벌레를 만진 후 손을 강물에 씻어보았지만 냄새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큰빗이끼벌레는 1mm 안팎의 작은 개체들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루는 외래 태형동물로, 흐물흐물하고 투명한 갈색 덩어리의 모양을 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주로 유속이 정체된 호수의 돌, 수초 등에 붙어 서식한다. 4대강 공사 이후 공사가 진행된 강의 유역에서 이들이 발견되면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부패하면서 암모니아가 발생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정부 등에서는 독성 이 없다고 주장하며 양측은 아직까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정부가 말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대신하여 제시한 사업으로 우리나라 하천의 문제점을 해결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4대강 사업은 치수?이수?하천?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수변 문화 공간조성, 실물 경기 회복을 위해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진행됐다. 국토해양부가 발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하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수계 농경지 리모델링 지구인 창원시 신촌지구에 집중호우가 발생했던 2010년 당시 농경지 60ha가 물에 잠겼었으나 공사 이후 준설토가 농경지 침수를 막았다고 말한다. 대구 달성군 화원유적지와 경남 창원시 북면 외산리 오곡마을 등에서도 사업 전과 비교하였을 때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2012년 태풍 내습 때 본류 홍수위(하천의 수위 중에서 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할 정도의 홍수 때의 수위) 저감 효과, 사업 이전 대비 낙동강 상류 낙동 지점의 수위 약 4.9m 감소, 하류 진동 지점의 수위 약 3.3m 감소 등 4대강 사업으로 수위가 감소해 태풍 산바가 내습했을 때 홍수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천 생태환경과 수변공원에 대해서는 4대강변 경작지 및 비닐하우스 정리를 통해 경작으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차단했다. 그리고 샛강?습지 등을 확충하고 멸종 위기의 어류 방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작지 등이 있던 장소에는 34종의 편의 시설 7만 100개, 50종의 안내 시설 8,300여개와 체육시설 등이 설치됐다. 또한 여러 단체에서 제기했던 ‘4대강 사업이 사실 대운하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4대강 사업은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퇴적토를 충분히 준설하고, 물부족과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보를 설치하며, 강을 문화와 관광자원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운하 사업과 달리 4대강 사업은 화물선 운행을 위한 갑문과 터미널 등의 설치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2009년 ‘4대강 국민소송단’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법의 절차를 무시했고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원고인 국민소송단의 패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낙동강 생태의 미래를 말하다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고민의 하나로 ‘낙동강 유역보전을 위한 2015년 낙동강 포럼’이 지난 15일 대구지방환경청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낙동강 주변 수변둔치개발과 생태공원문제와 낙동강 유역 바람직한 수자원 배분과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와 그 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강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것을 강 현장에서 목격 한다”며 “강이 막혀 강이 아닌 상태이고 그렇게 되면 땅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을 원래 자연적 흐름으로 돌리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할 일”라고 말했다.이어 ‘낙동강 유역 생태 하천 복원 현황 및 개선 방향’에 대해 발제한 경남람사르환경재단 이찬우 씨는 “현재의 조사 결과를 통해 보면 생물을 위한 공간인지 사람을 위한 공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우선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은 동식물 플랑크톤의 종 다양도가 높고 개체수가 많아 유수계의 특성보다는 정수계의 특성을 보였다. 또한 어류의 경우 다양도 지수가 낮고, 유기물 내성종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또한 이찬우 씨는 “낙동강에 대한 생태, 문화 자료가 부족하다”며 “과거의 자료들을 모으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류승원 씨는 정부가 진행하는 생태 하천 복원 사업에 대해 “생태 하천은 자연 하천을 의미하는 말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하천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천 복원을 할 때 산책로를 내고 예쁜 꽃과 나무를 심는 것은 전형적인 공원의 모습”이라며 “환경 복원에 있어 돈과 결부시켜 그런 식으로 복원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4대강 살리기 사업」-국토해양부

이슬기 기자/lsg14@knu.ac.kr사진: 최지은 기자/cje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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