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를 거닐다 보면 여러 조형물과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스쳐지나가는 길의 감상으로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이 말했듯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각 구역에 짤막한 설명들이 부착되어 있지만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본지는 학내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함께 기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문을 지키고 있는

수의대 앞 동상,‘진호우’

가장 먼저, 정문으로 가보자. 상징탑에서는 고고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뒤편의 잔디밭은 넓고 푸르르다. 예전의 정문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정문에서 수의과대학 쪽으로 향하면, 정문의 한 중심을 딛고 서 있는 듯한 소 동상을 볼 수 있어. 

소 동상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 정규식(수의대 수의) 교수를 만났어. 왜냐고? 이분이 ‘진호우(進虎牛)’라는 이름의 소 동상에 대해 기획, 제작을 총괄했거든. 수의대 동창회장이었던 김우홍 동문이 기부를 통해 본교에 상징물을 기부하고자 한 게 시작이었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고 본교의 정신과 역사를 담을 만한 동물을 선정하기 위해 오랜 조사와 생각이 필요했어. 그 끝에 결정된 동물이 ‘호반우’야. 어두운 갈색 등판에 검은색 줄무늬를 띄어 마치 호랑이 무늬와 흡사하여 호반우라는 이름이 붙었지.

왜 호반우를 선정했을까? 소는 농경사회 때부터 인간 친화적인, 가족과 같은 동물이었어. 소는 은근과 끈기, 성실함, 봉사의 표상이지. 호반우는 물러섬이 없는 진취적인 기백과 지치지 않는 강인한 투지를 지니고 있어.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호반우를 선정했지. 화가 이중섭의 유명한 소 그림을 떠올려보면 호반우의 특색을 느낄 수 있어.

동물이 선정된 후, 동물 동상 제작 전문가가 ‘진호우’를 만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만들 당시가 아주 추운 겨울이었어. 찰흙으로 소 모양을 잡고 비닐을 씌워 모형을 떠야 하는데, 기온 탓에 이게 무너져 버린 거야. 하지만 실패가 최대의 창의를 만들었지. 아예 소를 크게 만들기로 한 거야. 그러면서 해부학 책을 제작자에게 주며, 본교 구성원들이 지식을 많이 생산하라는 의미에서 커다란 생식기를 만들도록 요구했어.

소의 형상에는 재미있는 의미들이 숨어 있어. 소가 앞으로 갈수록 위로 경사진 것은 늘 정진하라는 의미야. 꼬리를 횃불처럼 높이 들어 올린 것은 달리는 형상, 즉 역동을 의미하지.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는 것은 물의 흐름, 즉 자연의 이치를 상징해. 큰 덩치와 부풀어 오른 근육은 호랑이의 근육이지. 

진호우가 수의대 앞 현재 위치에 세워지면서, 이 주변이 크게 바뀌었다고 해. 당시에는 주변이 지금의 단정한 공원의 모습이 아니었어. 동상이 세워지고 나서 담장이 트이고, 전체적으로 공원을 단장하여 조경이 새로워졌어. 호반후가 정문 앞을 잘 딛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있었지 않을까?

예술대생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조소동

북문을 향하는 길을 많이 지나 봤겠지만 그 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나오는 예술대 조소동 쪽으로도 지나가 봤니? 여길 지나갈 때 각종 작품들이 눈길을 빼앗아. 작품을 품은 조형동은 유리 재질의 곡선형으로 지어져서 외관에서부터 아름다움이 느껴져.

보고만 있지 말고 들어가 보자. 조소동 입구에는 마치 문지기처럼 미노타우로스를 닮은 형상이 있어. 구경하다 만난 조소 전공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졸업생이 만든 작품이래. 1층 복도를 봐. 여기에는 여러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학기말이 되면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전시가 끝나면 조소동으로 돌아온대. 그것들 중 몇 개가 남아 복도에 있는 거야. 조소 전공생들은 한 학기 공부한 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내서 전시해. 4학년은 1년 동안 졸업작품을 준비한다고 해. 정말 많은 작품들이 조소동을 거쳐 갔겠지?

조소동에서 더 들어가 다른 통로로 나오면, 외부 작업실이 있어. 여기에는 인체 마네킹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어. 이것들은 폴리코트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야. 조소를 전공하는 4학년 학부생이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줬어. 먼저 흙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양을 잡는데. 그리고 그 위에 석고틀을 씌워. 그 이후에 틀을 벗겨내서 그 흙을 빼낸데. 그리고 남은 틀에다 폴리를 채워서 잘 섞은 후에 놔두면 굳어지겠지? 굳어지고 나면 틀을 깨. 그러면 작품이 나온다는 거야! 만드는 과정을 들어서 마냥 신기하기만 하겠지만, 사실 여기는 밤에 오면 굉장히 으스스한 장소야. 이러한 작품들이 없으면 조소동의 독특함과 예술성을 느끼기 힘들겠지! 학생들의 열정이 작품으로 남아 있어서 보기 좋아.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소문 속의 급수탑

본관 가까이에 있는 푸르뎅뎅한 이 탑의 정체를 아니? 여기에 관련해서는 온갖 소문이 무성하지. 나는 탑 아래에 비밀기지가 있어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본관 건물과 합체해 로봇 태권브이가 된다고 들었어. 하지만 ‘급수탑’이라고 불리는 이 탑의 정체는 사실 평범한 물탱크야. 1981년에 학내 구성원이 늘어나 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하수를 저장하는 심정호와, 이를 정화하기 위한 급수탑을 지었다고 해. 관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심정호는 없어지고 말았지만, 급수탑은 학교 건물이 높아지며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압을 높이는 용도로 남아있게 되었지.

급수탑은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고 해. 지금의 급수탑이 생기면서 원래 있었던 철재 급수탑은 철거됐대. 이 급수탑은 높이가 7~8m 밖에 되지 않고 철제 앵글로 휘감겨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어 8~90년대 시국 시위를 하던 학생들이 올라가는 일이 간혹 있었다고 하더라고.

만인의 쉼터를 넘어

경북대의 상징이 된 일청담

일청담은 1960년대 초 학교법인 일청학원 설립자이던 하영수 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대. 학교 측에서 도안을 현상 공모했는데, 그 결과 교화인 감꽃을 본뜬 지금의 모습이 결정됐어. 일청담이 태양광으로 가동된다는 사실, 알고 있니? 1979년에 장착한 강제순환펌프를 사용해오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태양광을 이용하고 있대. 또, 5갈래의 물줄기는 당시 본교를 구성하고 있던 5개의 단과대학(문리과대학, 법정대학, 농과대학, 사범대학, 의과대학)을 상징해.

완공 초의 일청담은 경북대신문의 단골이기도 했어. 수압 문제 등의 이유로 가동 횟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로터리 분수는 피로 회복 중?”, “귀빈의 내방은 분수가 먼저 알아”, “분수대는 수면제 먹었나?-수면제 과다복용,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해”와 같은 애정 어린 투덜거림을 그 시절 신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

매화동산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봄의 캠퍼스. 모두가 러브로드에 벚꽃이 만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경북대의 봄을 만끽하는 방법은 벚꽃놀이가 전부는 아냐. 본관에서 대학원동으로 가는 길목 사이에는 매화동산이 숨어있어. 3월 초만 되더라도 하나 둘 씩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를 볼 수 있어.

매화동산 중앙에 있는 동상이 누구의 모습인지 아니?  동상의 주인공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 경북대의 발전을 모색하고 계신 분이야. 지난달 본교생들에게 3,78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 효석 장학회의 조운해 이사장이야.

사실 매화동산이라는 이름이 정식 명칭은 아니야. 하지만 봄철 만발한 매화가 인상적이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과 동창들 사이에서 매화동산이라고 불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그 이름이 굳어진 듯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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