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즈음이었다. 힙합 사이트를 둘러보던 나는, 굉장히 낯선 이름을 발견한다. MC 기형아. 자신의 녹음물을 올리는 게시판에서 추천수가 항상 1등이었던 그의 노래들은 회원들에게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궁금해 노래를 틀자마자 그의 욕설, 외설적인 농담, 트림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장난으로 올린 녹음물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왔던 그의 랩은 장난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어떤 래퍼보다 직설적인 가사, 타이트한 플로우, 적재적소에 배치된 펀치라인. 그 후로, 나는 그가 만든 곡들이 올라 올 때마다 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흔히 말해, ‘팬’이 되었다. 그 이후로 개인적인 일들로 바빠, 그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지 못했고 MC 기형아의 노래도 찾아듣지 못했다. 이후 3년쯤 뒤엔가, 스윙스의 앨범을 듣던 도중에, 나는 MC 기형아가 랩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찾아보니 그 래퍼의 이름은 블랙넛, 과거의 MC 기형아였다.그는 여전했다. 직설적이고, 타이트하고, 강렬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는 시대의 돌연변이와 같다. “술 처먹고 하소연에 친구도 없는 찌질이에 대학 자퇴한 잉여에도 군대도 아직 안 간 막장이라며 내게 낄낄대”라며 가사에 자신의 과거를 숨김 없이 밝히며 열등감에 대해 끝없이 토로했다.블랙넛 랩의 주제는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저 열등감과 패배감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 문제 또한 그의 노래에 깊숙이 녹아들어가 있다. 어떤 이들에게 그러한 모습들은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20대에겐 공감을 전해준다.블랙넛은 서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전북 전주출신의 촌놈에 돈도 없고(심지어 장래에는 부모님의 부채를 물려받을), 얼굴도 평범한데다, 키도 크지 않다. 키 크고 잘생기고 돈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TV라는 매체에서 그들과 대척점에 서있는 그의 존재 자체가 굉장히 이슈였을 것이다. 빛나는 삶과 신나는 젊음. 아이돌이라는 말처럼 우상이 되어버린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낀다. 몸은 이상 속에 걸쳐있지만 여전히 뱉어내는 랩 속에선 여전히 현실의 공기가 가득한 블랙넛은 우리에게 ‘나도 너희랑 똑같애’라는 메시지 때문에 우린 그에게 공감을 던지는 게 아닐까?그가 나아갈 길은 여전히 멀다. 아직 내놓은 것이라곤 미니앨범 두 장. 정규앨범은 한 장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주목을 받는 래퍼는 블랙넛뿐이다. 여전히 논란은 많다. 하지만 그가 우리 시대의 한 모습을 비추는 등불 혹은 현미경이라는 점에서 그의 존재는 빛을 발한다.

박윤환(사회대 정치외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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