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모두에게 사소하고 가벼운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책 ‘안녕하세요 모로코에서 온 방낙타입니다’의 머리말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모두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공간, 독립출판서점 ‘슬기로운 낙타’의 점장 방지민 씨를 만나봤다●

Q. 독립출판서점인 ‘슬기로운 낙타’를 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회사를 다닐 때 퇴근을 하고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주변에 관심을 돌리다가 독립출판을 알게 됐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언젠가 나도 이런 것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회사를 그만 둔 후에 효율이나 목적을 따지지 않고 그냥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내 책을 만들게 됐어요. 저는 여행 갈 때마다 낙타인형을 들고 다녀요. 여행 중 독사진을 찍기 힘들 때 낙타인형으로 대신하면 편해요. 그렇게 인형을 찍은 사진을 싣고, 여행에서 겪은 일을 낙타의 입을 빌려서 동화 느낌의 책을 쓰고 있었어요. 책을 준비하는 과정 중 현재의 장소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서 서점을 시작하게 됐어요. 

Q. 서점이름이 ‘슬기로운 낙타’인 이유는?원래부터 라마, 알파카, 낙타 이런 동물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낙타가 들어간 이름을 생각했어요. ‘넉살 좋은 낙타’, ‘발 빠른 낙타’, ‘지혜로운 낙타’ 등이 있었지요. 그중에 서점을 가장 잘 설명하는 형용사가 ‘슬기로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은 우리가 흔히 ‘스펙’이라고 여기는 것을 위한 공간은 아니에요. 똑똑한 사람보다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서 이런 이름을 정하게 됐어요. 

Q. 많은 사람들이 독립출판을 생소하게 느낄 것 같다.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기성출판사의 경우 기획, 편집, 제작, 유통을 분야별로 나눠서 하고 많은 자본이 투자돼요. 그러다보니 ‘돈’이 중요해요. 또 큰 출판사에서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요. 그런데 요즈음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SNS에 글을 쓰는 사람도 많아요.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독립출판이에요. 글뿐만 아니라 사진, 드로잉 등 얼마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독립출판은 규모는 작지만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요. 진짜 간단하게 ‘이게 책이야?’라고 할 정도의 책부터 출판사에서 나온 듯한 책까지 다양해요. 독립출판의 경우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자유에요.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것을 배우지 않아도 출판이 가능해요. 실제로 한글 97로 작업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 후 인쇄소에서 인쇄를 하고, 책을 넣고 싶은 서점의 주인 분들에게 연락해 책방에 넣으면 돼요.

Q. 서점에서 진행 중이거나 하려는 프로그램이 있는가?현재는 ‘에세이 여행기 사진집을 위한 첫 걸음 워크샵 booking booking’을 진행 중이에요. 독립출판서적을 내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워크샵에서는 제가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현재 7명이 모여 작은 책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우리 서점이 서점 치고는 굉장히 넓은 편이에요. 서울에 있는 곳들의 두 배 정도예요. 넓은 자리를 얻은 이유는 사람들이 책을 읽기도 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소모임 등을 기획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에요. ‘우리 이거 한번 해볼까’하고 말로만 던진 것들을 진짜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간단하게 책을 만드는 워크샵과 여행 갔다 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 생각이에요.

Q. ‘슬기로운 낙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서점에 오는 사람들 중에 처음 보는 곳이라며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설레요. 그분들의 인생에 정말 조금이지만 제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해요. 독립출판을 모르고 살아도 잘살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저도 학교 다닐 때 무조건 회사에 가고, 돈을 벌고, 결혼하는 게 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생들보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잡다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학교에 다닐 때 생각했던 것처럼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제가 부유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글사진: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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