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교외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는 손님을 자신이 만든 쇠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 이런 이야기에서 생겨난 것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자기가 만들어낸 일방적인 기준으로 타인의 사유와 인식을 재단하는 아집과 편견, 오만을 일컫는 말이다.교육부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한국 대학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 298개 대학을 일반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등으로 분류하여 대학의 현황과 미래기획을 평가했다고 한다. 대학의 현재상황과 구조개혁방안에 대한 교육부의 평가기준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두 가지에 기초하고 있다.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애초부터 크고 작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법안도 없는 평가를 강행한 절차상의 하자다. 작년 4월 발의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통과하지 못하고 아직도 계류 중에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법률에 기초해 이루어진 대학평가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적잖다. 법과 원칙을 앞세우는 정권이 평가의 근간이라 할 법령도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를 강행한 것은 제 스스로 법과 원칙을 저버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대학구조개혁과 관련된 편람이 결과 발표 전까지 네 차례 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평가기준과 관련하여 담당자들이 보기 편하게 만든 책자가 ‘편람’이다. 그런데 편람이 평가기간 중에 네 번 바뀌었다는 것은 교육부가 평가기준을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편람에 대한 이의제기를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은 채 임의로 대응한 결과가 편람의 잦은 수정보완이라 할 것이다.세 번째, 평가지표를 보면 정량평가가 41점이고, 정성평가는 19점이다. 정량지표는 평균이상일 경우에는 만점을 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대학별 편차나 우열이 드러나지 않는 보나마나한 평가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정성지표는 등급차이가 과도하게 적용됨으로써 평가기준의 자의성이 여지없이 표출되었다. 평가자가 누구냐에 따라 대학의 명운이 갈리는 광대놀음이 백주대낮에 연출된 셈이다.네 번째, 대학평가 결과와 기존의 재정지원사업의 현격한 불일치가 문제로 제기된다. 이번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재정지원이 중단되는 53개 대학 중 19개 대학이 교육부의 특성화사업(CK)과 학부교육 선도대학사업(ACE),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LINC) 등으로 올해 정부예산 529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불과 1년 전의 평가와 상치되는 평가결과에 망연자실한 대학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나라의 근간은 교육이고, 대학은 교육의 정점이다.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엄격하고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보라. 성안도 되지 않은 법률에 의지해서 졸속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평가기준은 조변석개했다. 평가근거가 인간적인 정리가 작용하는 정성평가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야기되었다. 더욱이 동일한 평가기관의 평가결과가 상치됨으로써 그것을 둘러싼 부실과 불의에 대한 성토가 하늘을 찌른다.악행을 거듭한 프로크루스테스는 불세출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죽임을 당한다. 인과응보다!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올바르지 않은 기준과 그런 기준의 번복을 밥 먹듯 한 교육부의 대학평가를 수용하는 것은 21세기 대명천지에 프로크루스테스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재림과 악행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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