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이들의 책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시작을 인용한 것이다. 네 마디를 쓰기 위해 일주일을 고민한 김훈 작가처럼 이들은 책 한줄한줄을 고민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이번에 ‘펌킨(pumpkin)’이라는 팀명으로 ‘전자회로1’ 책을 출판한 이들을 만나봤다●

 

Q. ‘전자회로1’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우리 학과의 경우 2학년에 진학하면서 전공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그 과목 중 전자회로가 어려운 과목에 속한다. 우리도 2학년이 됐을 때 막막했었다. 학생 입장에서 모르는 것이 있는데 교수님들이 모르신다. 그래서 우리들이 학생의 입장에서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 과목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책을 만들었을 때 학생들에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 생활하면서 ‘이렇다’할 추억이 없는데 책을 만드는 것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나중에 기억날 것 같다. 우리들도 집에 다 한권씩 가지고 있다.

Q.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아무래도 처음 쓰는 책이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저렇게 조그만 책 한 권 나오는 것도 진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 명이 다 개성이 강하고 고집도 세다보니 책을 쓸 때 의견 충돌도 있었다. 한 문장을 쓸 때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도 1학년 때부터 알고지낸 친구 사이이다보니 큰 문제없이 만들어갈 수 있었다.   

Q. 브랜드 이름이 펌킨이다. 펌킨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책 만들기를 시작하고 이 일을 부를 수 있는 명칭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때 펌킨이라고 편하게 부르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왔었다. 호박이 못생겼지만 맛이 있으니 우리끼리 보잘 것 없이 시작하는 책이지만 양질의 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정했고 그게 굳어졌다. 그리고 9월까지 책이 나와야 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책의 내부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8월 중순쯤 마무리를 짓고 출판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때서야 브랜드이름을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펌킨으로 그대로 할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만들지. 그래도 우리가 ‘펌킨’이라는 이름으로 1년 동안 작업을 했었으니 그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표지의 그림도 셋 다 동의했고 펌킨에 가장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Q. 기존의 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우선 학생들이 이런 책을 만드는 것이 처음이다. 기존에 책이 있더라도 그런 것들은 학교를 이미 졸업한 선배들이 출판사에서 낸 그런 책들이었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전공책을 만든 것은 서점 직원 분들도 처음 봤다고 하셨다. 잘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서 그냥 의미가 있고 뿌듯하다 다른 교과서들에서는 없는 기본개념도 챕터에 들어가기 전에 설명한다. 이후 단원들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지만 다른 책들에는 없는 내용을 우리가 찾아 정리했다. 하지만 원래 전공 책이 워낙 두껍다 보니 우리의 책에서 모든 것을 다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강조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최대한 학생들이 전자회로1을 공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전공 책에서 예제를 가지고 왔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두 새로 적었다. 학생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접근 방법을 강조했다. 교과서에 있는 풀이는 식으로만 제시를 했다면 우리는 이야기를 하듯이 푸는 식이다.그리고 처음부터 책을 읽었을 때 단계적으로 이해가 되도록 중점을 뒀다. 처음부터 읽으면 ‘이것은 뒤에서 설명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책 전체가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지금 100부가 만들어졌다. 책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바로 고칠 예정이다. 지금 나온 책이 반응이 좋다면 ‘전자회로2’도 만들어보고 싶다. 우리의 책이 어려운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