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한 시간 TV를 틀면 ‘먹방’과 ‘쿡방’을 볼 수 있다. 지글지글 끓는 찌개와 바삭한 튀김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맛있다’는 출연진들의 감탄사가 계속 이어진다. 최근 이런 음식을 소재로 한 방송들이 증가하고 있다. 음식과 음식의 맛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는 음식을 먹고 맛을 느낀다.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맛을 느끼고 음식을 즐기는 것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맛은 어떻게 인지될까 맛은 혀에 있는 미뢰에서 느낄 수 있다. 혀를 봤을 때 우둘투둘하게 보이는 부분이 유두이다. 이 유두에는 수백 개의 미뢰가 분포돼 있다. 미뢰에는 수백 개의 미각세포들이 겹쳐져 있다. 물론 미뢰는 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입천장 등 입 안의 여러 부위에 분포돼 있다. 입에서 음식물을 씹으면 침이 나오는데 이 침이 화학물질을 미뢰에 닿기 쉽게 만들어 준다. 음식물의 화학물질이 미뢰에 닿으면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이에 마른음식보다는 촉촉한 음식이 좀 더 맛을 느끼기 편하기 때문에 맛있게 느껴진다.미각세포와 연결된 뉴런은 뇌신경을 통해 뇌간으로 들어간다. 그 후 뇌간을 거쳐 측두엽 내부에 있는 편도체가 신호를 받아 맛을 평가한다. 간혹 음식을 먹다가 뱉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뇌간에서 행동을 지시한 것이다. 또한 뇌간은 삼키기 등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을 지시한다.미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굉장히 순응을 빨리한다. 미각의 순응시간은 1~5분으로 그 시간 동안은 같은 맛을 먹을 경우 맛이 인지되지 못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음식의 경우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기에 계속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맛은 사실 5가지사람이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5가지이다. 즉 미뢰를 통해 인지되는 맛은 5가지이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이 그 것이다. 이 맛들은 미뢰에서 각각 다른 물질들에 의해 인지된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은 아리스토텔레스가 2,000년 전 기본 맛으로 정한 후 큰 반론이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고 19세기 미뢰가 발견되면서 기본 맛의 개념은 더 튼튼해졌다. 그리고 20세기에는 ‘맛지도’라 하여 혀의 부위에 따라 느끼는 맛이 다르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졌다. 이후 그것은 연구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현재의 기본 맛 중 하나인 감칠맛 역시 인정받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감칠맛은 우마미라고도 하는데 우마는 일본어로 ‘맛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1908년 가츠오부시 국물에서 기존의 맛들과는 다른 맛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맛을 내는 물질을 분리시켰다. 그렇게 분리된 물질은 글루탐산이라는 단백질이었다. 이후 이 글루탐산을 나트륨과 결합하면 조미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이 MSG라고 불리는 글루탐산나트륨이다. 단맛의 경우 주로 저분자의 당류에 의해서 느낄 수 있다. 단맛의 경우 당류뿐만 아니라 특정유기물과 무기물에서도 느껴질 수 있다. 쓴맛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맛이다. 쓴맛의 경우 25종의 수용체가 있다. 다른 맛들의 수용체가 1개 혹은 2개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수이다. 그럼에도 쓴맛은 단 하나의 맛으로 느껴진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느끼는 맛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콜릿과 커피 등 맛을 조화롭게 해주는 쓴맛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맛과 감칠맛은 영양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쓴맛의 경우 몸에 해로운 음식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의 입은 쓴맛을 경계하도록 진화한 것이다.신맛의 경우 산에 의해 느껴진다. 짠맛은 주로 중성염들이 만들어내는데 단맛과 감칠맛이 있는 식품에 더하면 해당 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신맛에 첨가하면 신맛을 덜 느끼게 해준다. 음식이 입에 닿은 후부터 모든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맛마다 인지되는 시간이 다르다. 가장 반응시간이 짧은 맛은 짠맛이고 그 이후에 단맛, 신맛, 쓴맛의 순이다. 이것에 의해 해당 맛을 더 많이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 먼저 전달된 짠맛을 인지하고 있는 사이에 단맛이 전달되면 앞에 전달됐던 짠맛을 단맛으로 인지하게 되고 단맛의 상승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위의 5가지 맛과 매운맛 등을 제외하고도 우리는 다양한 맛을 느낀다. 그런 맛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우선 매운맛과 떫은맛 그리고 박하사탕의 시원한 맛에 대해 알아보자.우리가 흔히 맛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매운맛과 떫은맛의 경우 통증과 압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매운 맛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매운 맛을 유발하는 즉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양파의 매운맛은 가열하면 단맛이 되지만 고추의 매운맛은 가열하는 등의 조리과정을 거쳐도 변하지 않는다. 캡사이신과 같은 분자가 수용체에 붙으면 이온통로가 열리면서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반응하고 매운 맛을 느끼게 된다. 떫은맛은 혀의 점막 수축에 의해서 느껴지는데 주로 탄닌이라는 성분에 의해 유발된다. 박하맛 사탕을 먹었을 때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맛은 실제로 입안의 온도가 내려가서 느껴진다. 박하성분이 침에 녹으면서 입안 점막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직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들은 위의 맛들보다 더 다양한 맛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맛과 딸기 맛 등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것 일까?

대부분의 맛은 후각이 결정한다위의 5가지 맛 이외에도 우리는 많은 다른 맛들을 느낀다. 5가지 외의 맛은 모두 향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이다. ‘사과 맛’도 사실 ‘사과 향’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유기산과 당에 의해 신맛과 단맛을 느끼더라도 향기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사과와 포도의 맛인지 알 수 없다. 반대로 적당한 신맛과 단맛에 원하는 향을 추가하면 그 맛은 더욱 느끼기 쉬워진다. 이해가 잘 안된다면 코감기에 걸렸을 때 음식의 맛을 평소처럼 느낄 수 없는 것을 떠올려 보자. 이처럼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맛있게 먹는 고기도 향이 없다면 그 맛을 느끼기 어렵다. 입에서 고기를 씹더라도 고기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너무 커서 미뢰에서 그 분자를 받아들여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고기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물들은 무미(無味)이다. 미각의 경우 분자량이 2만 이하이면 느낄 가능성이 있다. 분자량이 적을수록 맛을 느끼기 쉽다. 분자량이 2만 이하라고 말하니 굉장히 범위가 넓은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포도당이 3~5개 결합한 올리고당의 맛조차 느끼지 못한다. 탄수화물의 경우 포도당이 수천 개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수백~수천 개가 결합한 것이다. 물 분자의 경우도 분자들이 뭉쳐서 다니기에 무미이다.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자의 조건도 까다롭다. 분자량이 300, 탄소수로는 16개 이하가 되어야 후각으로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분자의 경우 이 조건보다 많다. 또한 이 기준보다 너무 적을 경우 향을 가지기 어렵다. 다행히도 우리는 아주 적은 양의 향이 있어도 그것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후각은 다른 감각들 보다 훨씬 민간하고 다양한 감각세포를 가지고 있다. 후각수용체는 약 400여종이다. 위에서 말했듯 단맛의 수용체가 1개인 것에 비해 엄청난 숫자이다. 이렇게 다양한 후각수용체가 있어 우리는 다양한 향을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맛을 느낄 수 있디. 실제로 음료수 같은 것을 사서 성분표를 보면 과일의 농축액과 그 과일의 향료가 동시에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과일을 농축액 형태로 만들면 만드는 과정에서 과일의 향을 많이 잃게 된다. 이후 주스를 만들며 물을 더 타게 되고 잃어버린 향을 보충하기 위해 향료를 넣게 된다. 음식을 숙성할 경우 맛이 더 깊이 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음식의 숙성과정에서 새로운 합성물질들이 생성되고 이것들이 후각으로 인지되지 때문이다.

미각과 후각 그것으로 맛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야물론 맛이 미각과 후각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각 간의 조화로도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2~3가지의 맛이 섞일 경우 더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촉각도 음식의 맛을 느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눅눅한 김을 먹어본 적 있는가? 김 고유의 맛은 그대로지만 눅눅해진 김은 그냥 김보다 맛이 없게 느껴진다. 음식의 온도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음식은 차가워야 맛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음식은 따뜻해야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나 채소가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도 맛을 느끼는데 영향을 준다. 미각과 후각보다 영향이 적긴 하지만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각도 맛에 영향을 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이 시각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시각은 음식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파란색 수박을 생각해 보자. 일반적인 빨간 수박보다 맛이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음식의 색은 노랑, 주황, 빨강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보에 없던 음식에 대해서는 시각적으로 판단하고 먹지 않게 돼 있는 것이다.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맛을 좌우한다. 생리적 요인도 그 중 하나인데 특정 음식물에 대해 굶주릴 경우 그 음식을 먹었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몸에 나트륨이 부족할 경우 평소보다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더 맛있게 느낀다. 특정 맛에 적응하고 다르게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처음 마실 때 쓴맛을 느낀다. 이후 반복적으로 커피를 마시다보면 그 맛에 적응하고 커피가 주는 다른 효과를 느끼게 된다.  

참고

「우리 몸이 원하는 맛의 비밀」(노봉수)「Flavor 맛이란 무엇인가」(최낙언)「미각의 지배」(존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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