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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따라 길 따라

바다와 맞닿은 그의 고향 통영, 그리고 나의 포항

 

날을 골라도 한참을 잘못 골랐다. 하필이면 전국적으로 태풍 ‘고니’가 휘몰아치던 날. 김춘수의 고향, 통영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비가 많이 오면 또 그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을 테지 하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에서, 꽃의 시인 김춘수의 흔적을 찾아가기 까지는 두 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 고향 포항에 온 것과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그 이유는 전시관 바로 앞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짠 내, 늘 보아오던 몇 척의 배, 삼삼오오 모여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 떼. 어쩌면 시인 김춘수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영에 있는 김춘수 유품전시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는 화창한 대낮 길을 가다가 문득 어디선가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듣곤 한다. 물론 환청이다. (중략) 대구에서 20년이나 살면서 서울에서 10년 넘어 살면서 나는 자주자주 바다를 꿈에서만 보곤 했다. 특히 통영앞바다- 한려수도로 트인 그 바다는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고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김춘수 시인에게 있어 바다란 시를 구성하는 본질이다. 그 자체가 시이므로 결국 바다는 그의 인생인 것이다. 나에게도 바다는 중요하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시험이 끊이질 않았다. 매달 모의고사를 쳤고 그때마다 뒤에 등수가 붙었다. 어느 순간부터 성적이 떨어졌고 내 고등학교 생활은 걱정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나는 북부 해수욕장을 찾았다. 탁 트인 바다, 시원한 파도와 바람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동력이 되었다.
또, 한편에 <하늘에는 고래가 한 마리>라는 시가 펼쳐져 있다. “그녀의 밤하늘에는 보늬 쓴 바끄럼타는 별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중략) 하늘에는 대문이 없다. 지붕이 없다. 하늘에는 나라가 없으니 국기가 없다. 하늘에는 아무 일도 없으니 너무 싱겁다고 천둥이 치고 어느 날 하늘에는 고래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나는 시집을 읽을 때, 이해되지 않는 시이면 넘기고 다른 시로 쿨하게 넘어간다. 그런데 이 시는 달랐다.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알아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의 시였다. 그 자리에 서서 다섯 번을 곱씹었다. 좋아하는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뜬금없이 하늘은 정해진 길이 없고 그 하늘에는 고래가 죽어있단다. 뭘까. 시는 자신이 느끼기 나름. 아름다운 그녀가 내 마음의 하늘에서 어느 순간 죽어있었다. 시인은 그녀를 자신의 마음에서 떠나보낸 것이 아닐까.
비는 심하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불어 우산을 쓸 수도 없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도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시인 김춘수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혼자 네 시간 넘게 버스를 달렸던 나. 다음에 한번 더 이곳을 찾게 될 때는 <하늘에는 고래가 한 마리>라는 시를 이해하기 바라며 대여 김춘수 선생과의 추억을 가슴 한켠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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