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있다. 이 장난감들을 어른이 된 이후에도 다시 그리고 새롭게 찾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키덜트’라고 한다. 각박한 삶 때문인지 장난감과 즐길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키덜트족 상품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6%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키덜트 문화와 산업의 핵심들이 모이는 부산 ‘키덜트&하비 엑스포 2015’ 현장을 방문해봤다●

키덜트, 무슨 말이야?키덜트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들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키덜트라는 말이 처음에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사회적으로 독립심이 부족한 어른들을 묶어 키덜트라고 칭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키덜트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등 넓은 범위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20~30대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최근에는 연령층도 다양해져 40대와 그 이상까지 아우르고 매년 20~30% 고성장률을 보여주는 새로운 산업이자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4년의 경우 5,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보여줬었다. 피규어를 모으거나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 RC카를 만드는 것까지 모든 것이 키덜트 문화에 속한다.

장난감으로 공감해보자, ‘토이공감’이런 키덜트 산업에 발달에 힘입어 장난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장난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도 등장했다. 올해 출간된 ‘토이공감’이 그것이다. 기존의 잡지들이 장난감들에 대해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토이공감’은 우리나라의 장난감 문화 전반에 대해 분석하고 그것에 대해 기록한다. 토이공감 창간호에서는 70~80년대 놀이문화와 키덜트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토이공감 대표 정창우 씨는 “자녀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어렸을 때 내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며 “하지만 장난감을 유치하고 사소한 것으로 봤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장난감에 대한 기록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장난감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어른과 아이 상관없이 장난감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추억을 담고 있는 장난감을 어린이 장난감과 키덜트라고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함께 읽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키덜트 엑스포, 키덜트들 모두 모여라!입구에는 커다란 플레이모빌들이 관객 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비틀즈의 포즈를 따라하고 있는 모빌들 앞에서 다들 ‘인증샷’을 찍기 바쁘다. 어디로 눈을 돌리든지 개성 넘치는 제품들이 관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이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프라모델들이었다. ‘300만원에 호가하는 작품들이 있으니 손으로 건드리지 말아주세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만든 이의 열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일명 ‘가챠머신’이라고 불리는 피규어 뽑기기구가 모여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저렴한 가격에 피규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키덜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손에 두세 개씩 피규어가 들어있는 공을 들고 있었다.엑스포가 열리는 한 켠에서는 KNN배 RC레이싱 경기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자동차들이었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부스에 있던 사람들도 ‘쌩’하는 RC카의 소리에 모여들었다. 그 옆 그물망이 쳐진 공간에는 드론 시범운행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피규어와 작품들이 있을 때는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눌렀다. 현장에서 특가로 판매되는 피규어와 제품들도 있었다. ‘아이언맨’, ‘반지의 제왕’ 등 유명 영화의 캐릭터를 모델로 한 피규어들도 전시돼 있었다.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르는 부스였다. 피규어 전시대 앞에서 만난 이준용(35) 씨는 “전시된 제품들이 고가라 구매하기는 어렵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기회가 되면 구매해 나만의 컬랙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자녀와 함께 참여한 회사원 황 씨는 평소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자녀들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을 보기 위해 참석했다”며 “피규어를 사는 비용이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이상의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단순히 키덜트 제품들을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종이모형 프로그램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도자기에 직접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인형을 만들 수 있는 ‘무스인형’도 현장에서 만들어 볼 수 있었다. 5,000~15,000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모양을 선택하여 픽셀아트를 만들 수도 있었다. 현장에는 한국종이모형페스티벌도 진행됐다. 종이모형 작가들이 만든 제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단단해보였다. 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모형에서부터 몇백 센티미터에 이르는 큰 모형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2,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간단하게 캐릭터 종이모형을 만들 수 있는 세트를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한국종이모형페스티벌 관리자로 참여한 종이모형 작가 이현성 씨는 “키덜트나 취미전문 행사가 2013년도까지만 해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며 “현재는 수많은 행사들이 생겨나는 걸 보면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종이모형이나 키덜트 문화가 특정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신기한 볼거리로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취미인 만큼 ‘키덜트는 오타쿠이다’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좀 더 성숙한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상 속으로 들어온 키덜트 상품들최근에는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 상품들을 이용한 콜라보 상품들의 제작과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보여주듯 현장에서 ‘쿠키런’과 ‘앵그리버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자리가 있었다. 게임과 더불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품화 시키는 것이다. 엑스포에서 ‘쿠키런’캐릭터 상품을 구매한 이성현(29) 씨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라며 “게임을 하다 보니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관련 상품도 모으는 재미가 있어 구매했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키덜트 상품들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 대표적 예로 맥도날드의 ‘해피밀’을 들 수 있는데, 맥도날드는 최근 해피밀을 구매한 사람에게 영화‘미니언즈’의 캐릭터 상품을 증정했다. 이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매진되며 ‘해피밀 대란’, ‘미니언 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또한 화장품 업계에서도 귀여운 캐릭터들과 연계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 소재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아름(22) 씨는 “수능이 끝난 후 취미를 찾다가 캐릭터 상품을 보고 모으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실용성도 뛰어난 제품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사진: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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