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댓글 창에서 ‘정몽주니어 1승’이라는 이상한 문구를 보았다. 처음에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은어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가 시야에 들어오는 일이 잦아지자 신경이 거슬렸다. 증폭된 궁금증을 가라앉히고자 뜻을 찾아 헤맸다. 알고 보니 ‘정몽주니어’는 정치인 정몽준의 막내아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세월호 참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말이다. 1승이란 말 그대로 그의 승리를 일컫는다. 이 문구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통용되고 있었다. 주로 부족한 시민 의식과 국민성을 꼬집는 게시물에 대한 공감의 의미로 쓰이는 듯 했다.뜻을 알고 보니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의 발언이 화두로 떠올랐던 당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물론이고 전 국민을 미개하다고 표현하는 데 있어 거부감과 동시에 의아함을 느꼈던 나였기 때문이다. 미개(未開)의 본뜻은 어떤 분야가 개척되지 않았음을 가리키지만 이 단어가 사람을 수식하는 순간 그 의미는 변질된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해 문화와 인지 발달 수준이 아직 낮은 사람’. 그런 사람들, 그들이 만든 사회라는 이유로 서구 사회로부터, 근대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했던 수모와 핍박이 정당화 되는데 있어 사용되던 단어가 바로 ‘미개함’이다. 이 미개함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동족을 겨냥해 쓰인다는 것이 찜찜하지 않고서야! 그가 말한 미개함은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이 온실 속에서 내뱉은 실수 아닌 실수처럼 받아들여졌다. 나에게 있어 용납은 물론이고 이해 또한 불가능한 말이었다.하지만 얼마 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구 수성못에서 열린 신바람 페스티벌에서 나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축제 시작 전 무료로 입장권을 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권 없이 좌석에 앉기 위해 입구가 아닌 샛길로 몰래 올라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행사 관리자들에게 발각된 사람들은 우리도 들여보내달라며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입장을 저지하는 안전 요원을 밀치거나 때린 후 인파 속으로 숨기도 했다. 행동이 격해지자 경찰까지 등장하게 되었고, 행사 내내 온갖 파렴치한 일들이 일어났다. 축제가 끝난 후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돌아오는 내내 육안으로 본 상황을 곱씹어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사람에게 미개하다는 단어가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고의 틀을,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장벽을 깨부수고 있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긴 시간의 되새김질은 끝에 내린 결론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미개하다고 폄하하는 것이 옳진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이곳에서 너무 많은 ‘1승’들이 누적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1승이 n승으로, 무한대로 발산하는 현실에서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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