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인문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학문이며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학문이다. 강의실 밖에서도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칠곡 인문학 마을과 본교 북문에 위치한 인문학 카페다. 칠곡 인문학 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주도하여 자발적으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카페는 학생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카페라는 공간에 인문학을 접목시켰다.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문학의 두 현장에 다녀왔다●

 

 

인문학, 마을에 소통의 자리를 놓다

경북 칠곡에는 인문학 마을이 있다. 마을 속에 어떻게 인문학이 있을까. 그 시작은 2004년도부터 교육문화회관에서 실시한 평생학습이었다. 평생학습이 시발점이 되어 점차 각각의 마을 속으로 인문학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자발적으로 인문학 마을들이 만들어지게 됐다. 인문학 마을의 시작에 대해 북삼읍 어로1리 이장 이영석(54) 씨는 “도시는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농촌에는 전혀 없었다”며 “농촌 마을도 어느 정도 문화적 욕구를 가지고 있고, 나이 많으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전수하는 것도 필요하다보니 인문학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학을 통해 “아파트 마을(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마을로 젊은 층 중심의 마을)과 전통 마을(농촌 마을로 주로 어르신들이 중심의 마을), 전통 마을과 전통 마을 사이에 없었던 교류도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류가 인문학 마을의 핵심이 됐다. 전통 마을과 아파트 마을이 하나가 되어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마을에 살고 있는 김명신(42) 씨는 “요새는 이웃 간에 얼굴을 못 보니까 범죄도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며 “인문학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웃들과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고 이런 것이 소통의 다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올해 1월 26일 인문학마을협의회를 칠곡인문학마을 협동조합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협동조합에는 기존에 사업을 함께해 오던 14개의 마을들이 포함됐다. 2013년부터 활동을 해왔던 마을들은 조합원으로,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마을들은 준조합원이다. 올해 안에 협동조합은 20여 개의 마을들로 더 커질 예정이다. 마을 스스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싶어서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하게 됐다. 주민들이  마을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간다.
인문학 협동조합의 설립 이사장인 신현우 (61) 씨는 “인문학 마을들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며 “학문으로서 어려운 인문학이 아니라 누구나 재미있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통해 공동체문화를 확산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한 잔 하실래요?

본교생들이 인문학을 접하고 싶을 때는 어떤 곳을 이용하면 좋을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그 해결소가 있다. 바로 북문에 위치한 인문학 카페다. 대구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은 본교 북문에 있는 카페드림 및 본교 인문학술원과 각각 MOU를 체결하고 인문학 카페 1호점을 만들었다. 인문학 카페에는 300여 권의 책들이 비치돼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인문학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 인문학 카페 사업을 담당한 서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팀의 정강욱 장학사는 “책을 갖다 놓는 것만으로 인문학 카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경북대학교 김규종 교수(인문대 노어노문)의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고, 교수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초청해 상시적으로 콘서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문의 인문학 카페 1호점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인문학 사업은 대구광역시 교육청의 주요 역점 사업 중 하나다. 메말라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고민 등 인문학적인 성찰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게 사실 초·중등학생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 또한 인문학이라고만 했지, 실제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은 물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 정 장학사는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일반인들이나 대학생들, 학부모들이 자주 이용하는 카페에 인문학 도서를 두고 오가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인문학 서적을 넘겨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시작해서 더 관심이 생기면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인문학독서토론동아리 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취지에서 인문학 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카페드림은 대학가, 특히 북문에 위치해 근접성이 뛰어나고 아카데믹한 상징도 준다. 동시에 내부가 넓어서 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하기에 알맞다.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준비하고 있는 인문학 카페 2호점은 서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카페봉봉’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인문학 카페는 아주머니, 할아버지, 어린아이 등 누구나 환영한다.
정 장학사는 “이 같은 인문학 카페의 인문학적인 부분들에 대해 공감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의 자원봉사를 받아 초·중학생 애들과 함께 편안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면 좋은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본교의 인문학술원에서는 인문학 카페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나 마을 등 여러 곳에서 인문학 지원을 위한 활동들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인문학술원장을 맡고 있는 윤재석 교수(인문대 사학)는 “인문학이 사회 병리적인 현상들의 치유를 돕고 배움의 소외계층들에게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인문학 열풍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추세는 인문학에 대한 순수한 욕구가 아니라 인문학을 통해 ‘납땜’식으로 사회 병리적인 현상들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국가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마냥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에 대한 투자의 이중성이다. 인문학 열풍이라고 불리는 요즘에도 대학 내에서의 순수 인문학에는 여전히 투자가 줄어들고 있고, 대학 바깥에서의 대중 인문학에만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윤 교수는 “대중 인문학도 결국 대학 내 인문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대중들의 수준에 맞춰야 하는데 대학 내에서의 인문학은 죽고 대학 바깥의 인문학은 키운다고 하는 것은 마치 식물의 뿌리는 잘라내고서 가지에서는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며 “사회 병리적 문제는 그 문제가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마음의 치유를 주는 인문학,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인문학 마을에는 ‘마을 강사’라는 조금 특별한 강사들이 있다. 자신의 소소한 재능을 마을 주민들과 재능기부 형태로 나누는 것이다. 현재 총 54명의 마을 강사들이 활동 중이다. 신현우 씨는 “반찬을 하나 만드는 것도 재능이다. 이런 형태로 나만의 기술을 전해주는 것이 마을 강사다”고 말했다.
기존의 인문학 마을에서 신설된 인문학 마을을 가르치기도 한다. 예비인문학마을학교가 그것이다. 인문학 마을 1기와 2기의 경우 외부강사가 주민 역량 교육을 1박 2일 동안 실시했고 3기 마을은 인문학마을협의회에서 교육을 진행했었다. 교육을 마친 마을들이 인문학 마을협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마을마다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다른 것도 특징이다.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동아리 활동처럼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할머니들로 구성된 연극단, 사람도서관, 아버지 요리교실, 꼬마농부학교, 한지공예, 천연염색 등 각 마을의 특징을 살린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협동조합 사무국장 정태원(53) 씨는 “마을 주민들 주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한 명, 한 명에게 역할이 생기게 됐다”며 “역할을 맡다보니 다들 참여를 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별로 ‘생각밥상’이라하며 밥을 먹으며 회의 하는 시간을 가진다. 밥상에서 함께 한 해 결산을 하고 다음 해 계획을 하는 것이다.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삶의 학교, 인문학 마을’ 책도 발간했다. 기자에게 마을을 설명해주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마을. 그것이 주민들만의 인문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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