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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을 달려온 네 시

두더지꽃

 

                                                                          안상학


어느 날 아침 현관 앞에 두더지꽃이 피었습디다
머리와 앞발, 몸통이 서로 나누어진 자리에 핀
선혈 낭자한 꽃이었지요 길냥이들이 피운 거지요
그네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한 지 꽤 오래고요
본격 사료를 공급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요만
보은인지 자랑인지 두더지꽃을 피워 두었습디다만
이건 또 무슨 꽃인지요
사료를 먹는 길냥이 중 한 놈의 입에 피꽃이 피어 있더군요

두더지꽃을 치우기란 쉽지 않더군요만
한낮이 되어서야 나가보니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더군요
꽃을 피우는 길냥이와 꽃을 먹는 길냥이는 따로 있나봅디다
감쪽같은 자리에 혈흔만이 한낮의 태양 아래 말라가더군요
인연 없는 서로를 아낄 때 꽃이 피는 법인데
나는 두더지꽃을 피우는 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요
길냥이는 내 꽃을 피우는 데 대체 무슨 역할을 한 걸까요
나는 피꽃을 피우는 데 대체 어떤 짓을 한 걸까요
두더지꽃은 내 꽃을 피우는 데 대체 어떤 향기를 보탠 걸까요

 

 

아무런 인연이 없다할 수도 없는 이 꽃의 순환은
내 몸속 내 피의 순환과 썩 다르다 할 수는 없겠지요만
대체 내가 먹는 이 쌀꽃은 또 누가 피운 걸까요만
점심을 먹는 내내 내 머리는 자꾸만 두더지꽃을
곱씹  고만 있네요만
없는 인연 서로를 아낄 때 꽃이 피기는 피는 거겠지요만

 

 

 

 

 

안상학 시인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는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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