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자발 아닌 자발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동행해 취재를 가게 됐다. 부끄럽게도 나는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구차하게 변명하자면 이과 출신이라 고등학교 때 한국사를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역사를 몰라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역사를 굳이 알 필요도 없었고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출발 전날 지식백과를 찾아 읽어보는 것 정도가 내가 한 준비였다. 처음부터 크게 관심도 없었던 터라 1박 2일이라는 일정 동안 취재만 하고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광주로 가는 버스 한편에 몸을 실었다.
도착해보니 각 지역에서 온 많은 대학생이 있었다. 그들과 ‘5.18 재현 퍼레이드’를 하며 금남로를 걸었다. 다들 무엇인가를 외치고 있었다. ‘5.18을 기억하자. 5.18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감탄했다. 광주의 금남로에서 나부끼는 깃발들이 그렇게 자유로워 보일 수 없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렇게 활동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단했다. 한 시간이 넘는 퍼레이드 행군이었지만 다들 지쳐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자유로웠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스키가 그의 묘비에 남긴 말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즈음이다. 바라야 할 것은 많고 두려워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렇게 해야 사회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고 내가 피해보는 일이 없다. 자유가 기본적인 것이 아니게 됐다. 자유가 하나의 사치가 됐다.
요새는 다들 바쁘다. 취업준비, 학점관리, 어학 공부, 공모전. 할 일이 너무 많다. 다들 무엇인가를 바라고 행동한다. 나도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가가 없으면 활동하지 않았다. 손해볼 일은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고 내가 아는 사람들도 그랬다. 하지만 취업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니 누구를 탓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역사, 정치, 학교 등에 대해 몰라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 5.18 민주화운동 역시 몰라도 사는 데 문제없다. 전공이 아니라면 5.18 민주화운동 같은 역사를 공부하고 활동을 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그 시간에 취업 공부나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광주에서 느낀 역사는 지식백과에서 보던 것들과는 달랐다. 그곳에서 역사는 다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한 번의 체험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런 역사적 운동들과 노력이 있어 지금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대구로 돌아온 지금도 광주 대학생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나가지 않는다. 그들이 내가 되고 싶었던 대학생의 모습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과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사치스러워져 달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행동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자유, 우리가 대학에 진학하며 바라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이슬기 기획팀 차장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