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사건, 윤일병 사건 등 이슈가 된 폭력 관련 사건이 올해만 해도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인성이 나쁜 일부 사람들의 악행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게 보지 않는 시선이 많다. 이것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갑질’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갑질 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아닌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만큼 당연한 전통처럼 만연해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슬프게도, 지성의 광장이라는 대학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한 대학의 예비군 모임에서 회식자리 후 시내 한 복판에서 팬티바람으로 군가를 부르게 하는 모습을 찍은 충격적인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신입생 단체 기합 사건으로 신입생이 자퇴까지 하는 등 대학교 내 악폐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학교도 매년 3월이 되면 경북대신문 1면에 일반 시민들도 오가는 캠퍼스 내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기합 주는 사진이 실린다.여전히 교육목적이니 단합목적이니 하며 폭력을 마치 그럴 듯한 문화로 합리화시키는 사람들과, ‘우리도 당했으니 너희도 당해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런 악폐습이 아직까지도 완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형법 제324조 강요죄에 해당하는 범죄이다. 실제 대학 내 악폐습과 관련된 사건으로 고소 고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신입생 환영회 등 일 년에 한두 번만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그런 것을 하는 것이라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도둑이 364일을 착하게 살다가 하루만 도둑질한다고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도덕성이나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인 것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윗사람에 대한 예절은 수없이 배우고 강요받아왔다. 하지만 아랫사람에 대한 예절과 지위, 나이 등에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해주는 소통방법에 대해서는 잘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부모님과 선생님, 혹은 군대에서의 강압적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배우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즉 강요와 굴복이 익숙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악폐습에 무뎌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성의 새싹들인 우리 대학생들만큼은 기존의 악폐습이 허용 가능한 문화가 아닌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여, 선후배 서로가 존중해주고 함께 소통할 수 있고 모든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학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배들이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후배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하고 위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신승훈(수의대 수의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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