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들 중 누구도 내 연락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나빠서가 아니고, 내가 착해서도 아니다. 더 아쉬운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한다. 나는 항상 더 아쉬운 쪽의 사람이었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 드라마 ‘초인시대 1화 영웅의 탄생’ 中- 이 영상을 보고 웃고 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것은 작년 조별 과제(발표)를 하기 위해 회의를 하던 날이다. 대학에 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평소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과 일을 진행하다 보니 의견 대립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준비기간이 길어져 지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나 또한 일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일이 점점 하기 싫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원 한 명은 이왕 준비하는 발표를 잘 하고 싶었는지 유독 많은 일을 도맡아서 했다. 일도 점점 하기 싫어지고 그 친구 한명이 자신의 일을 일찌감치 끝내고 남들을 도와주기까지 하니 일을 그냥 떠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충해도 쟤가 알아서 하겠지’란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고 결국 나에게 부여받은 할당량을 똑바로 채우지 않고 자료를 넘겨줬다. 내 예상대로 발표 당일 그 친구가 따로 자료보강을 더 해왔다. 그 덕분에 발표는 어찌 마무리 됐고 나는 그저 지루했던 발표 준비가 끝났다는 것에만 기뻐했다.그날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무책임 했단 사실에 부끄러워진다. 또한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해서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별과제 특성상 조원 모두가 같은 점수를 받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선뜻 나서 일을 진행 하기는 쉽지 않다. 조원 모두 ‘무임승차’를 하게 되면 그 조는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 아마도 그 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소위 말하는 ‘총대’를 멨다. 즉 책임을 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내가 책임지는 것을 회피하려던 순간이 계속해서 생각이 났고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됐다. 아쉬운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고 그 사람의 우선순위에 그 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쉬운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이를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계속해서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겨난다면 그 누구도 어떠한 일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우스갯소리로 조별과제는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한다) 남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할 때 묵묵히 책임을 지려던 그 친구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해보려 한다. 아쉬운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는 세상이 아닌 아쉬운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이상봉 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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