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는 2015년 5월 28일 개교 69주년을 맞이한다. 한강이남 최고 명문대학인 경북대의 재학생, 동문, 직원 그리고 교수들을 포함한 경북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개교기념일을 진심으로 자축한다.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태양의 움직임이 반복되는 1년이라는 시간의 단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새해 첫날 또는 생일과 같은 기념일들을 정해놓고 축하한다. 경북대학교는 대구사범대학, 대구의과대학, 대구농과대학이 국립대학으로 승격된 1946년을 개교년도로 그리고 국립 경북대학교의 첫 입학식이 거행되었던 1952년 5월 28일을 개교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북대의 기년(紀年)과 개교기념일이 각각 기준에 의해 정해졌기에, 일견 69주년 개교기념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흘러간 지난 시간들을 재조명해 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개교기념일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지금 경북대는 지속적인 경쟁력 약화, 대학구조조정,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총장부재사태 등 갖은 난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논의는 다소 한가로운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본에 충실할 때, 의외로 쉽게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난제들이 풀린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2013년 까치글방)”에서 기존 패러다임에 배치되는 변칙현상들이 출현할 때, 새로운 세계관이 도출되어 혁명적 진보가 이룩된다고 설파하였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대학의 사회적 기능은 학문연구와 사회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취업률이라는 황금잣대(?)를 들이대며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대학이 취업교육에 매몰된 교육을 할 수는 없다. 거점대학인 경북대의 정체성을 ‘경북대고등직업훈련원’으로 바꿀 수는 더욱이 없다. 기초학문 연구를 육성하고 신진 학자들을 양성하는 것은 경북대와 같은 지역거점 국립대학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기능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양적 성장에 몰두하고 있다. 경북대도 예외는 아니다. 그 결과 캠퍼스 곳곳에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회색 빌딩숲 속 어디에서 대학의 참모습과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볼 수 있는가? 양적 규모나 외형을 보고 대학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학의 정신이 살아있는 상아탑을 명문 대학이라 부른다. 교육부는 ‘행·재정지원’이라는 저급한 통제 수단을 활용하여 국립대를 장악하고 있다. 대학이 자본에 예속된 외형 부풀리기 놀음에서 해방될 때, 대학 본연의 자세를 찾을 수 있다.갈기갈기 찢겨진 마음들을 다시 모으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경북대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대학의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야 교시인 ‘진리, 봉사, 긍지’를 구현할 수 있는 작은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대학본부는 작은 실리에 연연하지 않고, 경북대 구성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 현안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작금의 현실은 원칙을 지키기도, 기본에 충실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더딘 길이지만 정도(正道)이기에 마음을 모아 한 걸음씩만 더 내딛도록 하자. 다시 희망을 얘기하자.1년 후 개교 70주년을 맞이하여서는 새롭게 거듭나 국립대의 위상을 제대로 갖춘 경북대를 마주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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