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사, 사회복지사, 볼링선수, 도서관 관장까지. 1급 시각장애인이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직업들이다. 스스로의 열정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대구점자도서관 관장 서관수 동문(인문대 국어국문 84)을 만나봤다●

 

Q.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질병으로 시력을 점점 잃었다고 하던데 학교생활은 어떻게 했는지?4학년이 되니 글자가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업은 들을 수 있었지만 내가 교재를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때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가 거의 필기를 해줬었다. 시험 칠 때에는 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 교수님들의 배려를 받았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나 스스로가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스스로 장애인이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눈이 유독 안 좋다고 생각해왔었기 때문에 장애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장애인의 삶이 나와 관계없는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Q. 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동안 집에만 있다가 ‘안마학교’에 입학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학교 졸업 후 눈이 점점 나빠져 일상생활이 불편해졌다. 눈이 나빠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집에만 있게 됐다. 결혼을 하고 자연스럽게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고 나는 가정생활을 했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고 눈이 많이 나쁘다고만 생각하면서 상황에 맞춰 살다보니 그렇게 10년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재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각장애인센터에 나오니 그곳에 있는 시각장애인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도 컴퓨터, 점자, 흰지팡이 보행 등을 배우며 시각장애인에 적응하느라 1년을 보냈다. 재활을 하고나니 사회복지쪽으로 공부를 하거나 안마를 배우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단은 실용적 기술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마학교를 2년동안 다녔다.

Q. 집에서만 생활했던 10년이 아깝지는 않은지?재활을 처음 시작하니 지나간 10년의 시간이 아까웠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진작 있었다면 내 진로를 더 생각해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방향성이 없었다. 가정에만 있으니 장애가 심하게 불편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으니 자극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지나온 시간도 헛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음자세는 더 치열해질 수 있었다. 뭐라도 치열하게 해야겠다는 자극이 컸다.

Q.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지?나처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없어 가정에 방치되어 있는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을 만나서 내 이야기를 해주고 재활과정에 들어오도록 설득한다. 큰 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생활의 영역, 사는 방향 등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10년 정도 일했었다. 직장에서 보니 동료들을 설득하려면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야 했다. 내가 재활교육을 한 제자가 200명이 넘는다. 그 중에 100명 정도는 직업적으로 연계도 됐다. 후배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보고 졸업식 때 이분들이 자기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찾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Q. 지금은 점자도서관 관장을 맡을 정도로 점자 읽는 것이 능숙하지만 중도 실명으로 점자를 배우기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는지?점자도 수준이 있는데 저처럼 중간에 눈이 나빠진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 능력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점자라는 것은 어릴 때부터 손으로 감각적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중도에 실명할 경우 점자가 묵자처럼 읽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국가에서 열리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점역교정 부문에서 전국 1등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자신감도 더 생기고 내가 상담하는 동료들에게 재활을 추천하기도 좋았다. Q. 사회복지사를 거쳐 지금은 대구점자도서관 관장인데 관장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지?점자도서관은 사회도서관과 달리 규모가 작다. 주로 점자도서나 녹음도서들 제작해서 대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도 다 마찬가지지만 대구시에서 주는 지원금이 직원들 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점자도서 제작 등으로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수익사업을 잘 운영해 가고 싶다. 또한 일반도서관들처럼 평생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 사이에서 배우기는 매우 힘들고 교육효과도 떨어진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도 배움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입맛에 맞는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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