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인재연구원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들어온 이유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41%)’가 가장 많았다. 반면 1990년도 통계청에서 실시된 사회 조사 결과에서는 ‘인격이나 교양을 쌓기 위해서(47.6%)’가 가장 많았다. 이는 현재 대학의 목적이 ‘학문을 통해 배움을 얻도록 하는 곳’이 아닌 ‘취업을 하기 위한 곳’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런 사회 상황에 맞춰 본교도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토익 강좌를 개설하고, 고시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이 취업에 맞춰 그 운영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대학 목적이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본지는 대학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에 관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1 본교 4학년 재학생은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토익(TOEIC)이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토익뿐만 아니라 자격증까지 준비를 해야 해서 몸이 두 개가 있어도 모자란다”라고 말했다.

#2 본교 경상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고등학생 때 안 받던 사교육을 대학생이 돼서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자격증을 따려고 해도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학원을 다니는 것이 독학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다니게 된다. 남들이 다하기도 하고 대학생이 되기 전부터 사교육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자율적인 노력으로 공부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3 사교육을 통해 외국어 구사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말하는 한 재학생은 “영어나 제2외국어와 같은 언어를 공부할 때는 혼자 하는 것보다 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을 많이 받는 이유는 현재와 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조건 사교육을 나쁘게만 보는 것보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해 보고 그에 맞는 적절한 도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취업 8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 인턴, 수상경력) 중 토익과 자격증 준비를 위해 학생들은 사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정원균(농생대 생물산업기계공학 08) 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기계 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교수님이 가르치는 것은 자격증과 관련해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 자격증 문제에 초점이 잘 맞춰진 강의를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에 맞춰 본교는 학생들을 위해 ‘어학교육원’에서 ▲영어 회화 ▲제2외국어 ▲한국어 강좌 ▲토익 등을 개설하여 운영 중이다. 토익 같은 경우 ‘해커스어학원’이 연계하여 강좌를 운영 중이다. 이에 김태완(과학대 나노소재공학14) 씨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잘 파악해 운영 하는 것 같다”며 “요즘 학원비도 많이 비싼 형편이라 학교에서 연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강의를 개설한다면 부담이 줄어들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학 운영바람직한가?또한 고학력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자 본교는 고시지망생이나 공직사회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고시준비반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본교의 고시준비반은 현재 ▲홍인재(종합반) ▲함현재(공인회계사) ▲청운재(사법시험) ▲백학재(행정고시) ▲호현재(농림직공무원) ▲양현재(교원임용고시) 등 여섯 개의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예산투입 금액은 고시원마다 다르며 6백만~7천만 원 사이, 공부할 수 있는 장소 제공과 더불어 장학금도 지원한다. 이러한 본교 운영과 관련해 본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고시 준비반을 편성하여 운영할 경우 대학이 학과 전공보다는 취업을 우선시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혜택 또한 좋다보니 고시 준비를 부추기는 상황까지 벌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호현재 담당 이미향 주무관은 “워낙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학문을 중요시하다 보면 취업률이 떨어져 학생들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며 “학생들의 요구도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대학의 목표이기 때문에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대학 운영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시홍(경상대 경영학 11) 씨는 “본교의 고시원 운영은 대학의 본래 목적에서 어긋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회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도태되고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이처럼 취업이 중요한 시대에서 취업 준비와 관련해 학생들의 요구 또한 늘어나자 ‘학문을 통해 배움을 얻도록 하는 곳’이었던 대학의 본래 목적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학벌없는사회’ 관계자는 “현재 대학의 목적이 변질되고 있는 것을 바로잡기에는 많이 늦어버린 상황”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노동시장과 대학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해가며 대학을 다니고 있고 기업들은 고학력자를 원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대학에 노동력에 대한 부담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시장과 대학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변질되고 있는 대학의 목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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