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역 버스정류장은 여느 버스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다른 버스 정류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행자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한 줄로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는 점이다. ‘한줄서기’는 기초 질서의 기본이지만 보행자들은 인도까지 이어진 줄 때문에 통행에 불편함을 겪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행동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켰다. 닫힌 괄호[ ] 사이에 열린 괄호와 화살표‘ ]▶▶▶[ ’를 넣었다. 설치비용은 단 3천원. 괄호 사이의 화살표로 보행자들은 편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됐다. (예시 [ ]▶▶▶[ ] )
이처럼 일상의 작은 노력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려는 시도 ‘LOUD 프로젝트’는 ‘Look over Our community, Upgrade Daily life’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LOUD 팀은 시민들의 힘으로 생활 속 문제를 개 선하는 변화를 이루자는 공공소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LOUD 프로젝트처럼 본교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생활 속의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빨리보다 안전하게, 한 줄로 버스 타기
버스 승차 시 질서의식 평가 문제, 다음 중 표면적에 가장 많이 닿을 수 있는 배열, 버스 승차 상황에서 시험의 문제형식으로 만든 안내판 등은 본교 <경제통상 세미나 1>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준비한 ‘버스 정류장에서의 승객들 질서의식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LOUD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아 시작하게 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 12일 그랜드 호텔 앞과 13일 북문 앞 버스 정류장에서 한줄서기를 유도하도록 줄 서는 곳을 알리는 발자국 모양 및 화살표 스티커를 붙이고 캠코더 촬영을 통해 시민들의 줄서기를 관찰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승훈(경상대 경제통상 10) 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주 이용하게 되는 706, 937 같은 버스 노선의 경우 등하교 시간이랑 출퇴근 시간이 맞물려 불편한데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했다”며 “(LOUD 프로젝트가 진행된) 서울 합정역 정류장은 광역버스라 이용객이 많아 한줄서기가 보편화된 반면 대구지역은 그렇지 않아 한줄서기를 유도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3시간여 동안 걸친 관찰에서 일부 시민들은 한줄서기를 했지만 버스가 줄을 선 지점에 서지 않거나 시민들이 표식을 따라 서지 않는 등의 문제점도 있었다. 북문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던 이다은(사회대 정치외교 13) 씨는 “버스 번호 별로 스티커를 붙여 줄서기를 유도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며 “이런 식으로 시민들에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관찰에 대해 이승훈 씨는 “일부에서라도 성공한 것에 만족한다”며 “캠페인이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고 브랜드화되거나 하나의 운동이 되어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목표이니 앞으로도 프로젝트를 더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소한 노력으로 일상 문화를 만들다
본교 수업중 일상으로부터 사소한 변화를 유도하는 프로젝트들이 다수 진행된 수업이 있다. 사회학과의 <문화사회학실습> 수업에서는 실습의 일환으로 ‘문화적 일상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혼자 식사하는 ‘혼밥’ 학생들을 위한 ‘밥먹자 친구야!’ 캠페인은 SNS 홍보 및 중앙도서관 신관에 쪽지를 나눠주는 방식을 통해, 복지관 및 정보센터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몇몇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참여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캠페인이 마무리됐다.
또 다른 캠페인인 ‘줄을 섭시다’는 본교 복지관과 공대 매점 앞 대구은행 ATM기 앞에 발자국 그림과 대기선을 바닥에 붙여 한줄서기를 유도했다. ATM기의 앞에 두 줄로 서다보면 줄을 먼저 섰음에도 불구하고 옆줄에 선 사람이 먼저 들어가기도 하고 한 줄로 서서 순서대로 비는 곳에 들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 캠페인을 실행한 이창훈(사범대 영어교육 09) 씨는 “디자인이나 생활에서의 소소한 변화를 통해 생활을 이롭게 하자는 취지에서 캠페인을 만들었다”며 “사소한 것이지만 평소 빨리 줄어드는 줄에 서려는 경험에서 우러 나왔는데 들인 노력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는 것에 고민을 덜게 된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행복한 일상’은 단지 꿈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구어 나가는 것!
학생들과 함께 작업했던『일상문화공간』이라는 책을 전달할 일이 있을 때마다 ‘행복한 일상’은 꿈꾸는 것이 아니라 일구어 나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라는 문장을 적어 드리고 했다. 보다 정확히 풀어 이야기하자면 ‘행복한 일상’은 단지 꿈만 꾼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위해 나/우리가 지금 여기서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자기 몫으로 주어진,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기에.
‘문화사회학실습’과 ‘문화와 일상’이라는 수업을 통해 꾸준히 우리 삶의 현장을 조금 더 즐겁고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작은 노력들을 해왔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 ‘문화와 일상’ 수업을 함께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는 어떤 것인지를 조사하기도 했고, 학교 식당 다 가보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고, 같이 수업을 하는 다른 과 친구들과 밥 먹기 ‘과제’를 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학기 ‘문화사회학실습’ 수업의 일환으로 ‘문화적 일상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아주 소박한 작업도 진행했었다. 취지는 아주 단순하고도 간단했는데, 일상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러나 크게 비용은 들지 않는 작은 아이디어들을 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직접 그 아이디어들을 구현해보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교실 앞뒷문에 교수님들과 학생들을 격려하는 문구와 청소노동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문구를 써 붙였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자를 늘려보고자 하는 시도를 했으며, 은행 ATM기와 식당 입구의 한 줄서기를 유도하는 픽토그램을 부착했고, ‘혼밥’하는 친구들끼리 함께 식사하자는 작은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교내 제각각인 각종 명패와 표지판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 중 “친구야, 같이 밥 묵자” 캠페인은 어느 정도 관심은 이끌어냈지만 실천적 동조자를 찾지 못해 제일 좋지 않은(?) 성과를 낸 아이템이었는데, 그에 대한 내 평가는 ‘찬란한 실패’! 물론 준비과정이 다소 소홀했을 수도 있고, 혼밥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면, 참여 학생들이 그 의미를 공유하고 있었다면 이미 그것으로 충분히 ‘찬란’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지난 스승의 날, 이번 학기 교양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가 수줍게 전해 주고 간 카드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이전에 저는 저에 대해, 저의 주변 사람들, 주변의 것들에 대해 무신경했습니다.(수업시간의 모든 학우들이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월요일마다 (저에게)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되어요! 저에겐 이것만 해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시간입니다” 이 친구에게 실제로 A학점을 줄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는 A+을 주었다. 수업의 취지를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교수회 총무를 맡고 있는 나는 또 하나의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름 하여 ‘복현살롱’. 교수님들의 일상을 조금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하며 만든 점심모임인데, 한 분 한 분 모두 ‘귀중한 자원’이신 교수님들이 각자의 관심과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서로의 삶을 북돋고 응원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의 시작은 너무도 당연하게 삶의 현장인 일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삶의 자리를 문화적 시각에서 관찰하고, 보다 나은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면서 ‘문화적 주체’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문화적 삶! 그 현장은 우리의 일상이다. 그리고 일상이 모여 일생이 된다! 하여 일상에서 일구는 문화에 대한 고민은 우리의 삶 자체를 문화로 길러내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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