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신채호 선생의 말을 되새긴다면 35주년을 맞이하는 5.18민주화운동 또한 한국 현대사에 있어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이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불안한 대통령대행 체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군부의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 세력은 계엄령을 선포한 후 언론을 통제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투옥했다. 유신체제에서 민주헌정으로 복귀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독재정치의 서막이 오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던 시민들과 학생들의 불만은 극도에 달했으며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저항 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은 1980년 5월 15일 서울역에 모여 독재타도를 위한 대규모 민주시위를 벌였다. 군부는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탱크까지 동원해 대학교 교정에 진을 치고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다.
1980년 5월 18일, 폐쇄된 학교를 보며 분노한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학교진입을 시도하자 계엄군의 잔인한 폭력진압이 시작됐다. 광주시민들은 자식 혹은 동생뻘 되는 학생들이 무고한 피를 흘리자 한마음으로 들고 일어나 시위에 가담했다. 계엄군은 여지없이 총과 칼로 시민들을 진압했으며 통제하고 있던 언론을 통해 간첩이 주동한 소요사태라 보도했다. 물론 군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외신들을 통해 세계는 오히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5.18민주화운동은 한 나라를 넘어 세계가 기념하는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본고장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당시 군부가 조작한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일부 국회의원조차 북한개입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한다.
역사의 왜곡, 축소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늘날 많은 대학생들이 이런 역사적 사실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은 21세기에 들어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재벌언론, 부패한 정치인이 아니라 이를 보면서 분노하지 못하고 무감각한 젊은이들이라 말했다. 아마도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렸던 것처럼 소수언론의 독점보다 넘쳐나는 언론의 정보 홍수 속에 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위를 돌아 볼 여유가 없어져서인지도 모른다. 입시지옥 속에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야성이 죽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 속의 젊은이는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고분고분 지낸 적이 없다. 언제나 그것을 뛰어넘고 개혁했다. 사회와 구조만을 탓하고 있기에 그대들은 너무 젊다.
1980년의 젊은이들도 그랬다. 독재의 높은 울타리를 피의 희생으로 넘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저 얻은 것이 아니다. 그 열매를 값없이 먹고 누리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열매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을 잊은 세대는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하는 비극을 겪게 된다. 그렇게 본다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은 오늘 더욱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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