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면 다들 명동 같은 번화가를 떠올리지만 저는 다른 곳을 여행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전통이 남아있는 인사동과 궁궐을 추천해요. 얼마 전에 창덕궁을 다녀왔는데 후원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이국적인 분위기의 이태원도 재밌어요. 서울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고 오길 바라요

 

서울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도’로서의 서울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빽빽이 들어선 고층 빌딩들, 정신없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야경을 수놓는 화려한 불빛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다른 곳에 숨겨져 있다. 또 다른 서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기차에 올랐다.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창덕궁이었다. 궁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조선 왕조의 공식 궁궐인 경복궁을 떠올리지만, 창덕궁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창덕궁이야말로 가장 한국다운 궁이라 생각할 것이다. 풀과 나무에 둘러싸여 단아함과 정갈함을 뽐내는 창덕궁을 감상하기 위한 입장료는 3,000원이다. 만 24세 미만이라면 신분증을 제시한 뒤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시원스레 뻗어있는 돈화문 일원을 지나 인정문을 통과하면 나라의 공식 행사를 치르던 인정전이 나온다. 왕이 나랏일을 보시던 청기와를 얹은 선정전, 왕의 생활공간으로 쓰이던 희정당, 왕비의 생활공간인 대조전과 뒷마당, 헌종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낙선재… 내전과 외전을 한 바퀴 쭉 돌며 창덕궁 곳곳에 담긴 이야기들을 더듬어 음미해보길 바란다.창덕궁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넓은 후원으로도 유명하다. 후원에 입장하기 위해선 5,000원의 입장료가 별도로 필요하다. 입장시간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입장권을 먼저 끊어두고 내전과 외전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후원은 왕과 왕실 가족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창덕궁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넓고, 가끔 호랑이가 나타나기도 했을 정도로 깊다. 봄날의 후원은 알록달록한 꽃들로 물들어있었다. 녹음 속 연못과 아담한 정자들의 절경은 골짜기 깊숙이까지 직접 걸어온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다음 여행지는 도심 속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인사동이다. 큰 대로와 사이사이 얽혀 있는 골목들에는 전통음식점과 찻집, 카페, 화랑 등이 밀집되어있다. 인사동에 도착할 무렵,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듯 먹구름이 끼기 시작해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날이 흐려서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궂은 날씨로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밝히기 위해 켜둔 전구들은 묘한 분위기를 풍겼고 눅눅한 공기가 감도는 거리에는 우리 전통의 멋에 매료된 외국인들과 엿장수 할아버지, 전통 공연을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대로를 따라 산책하듯 걷다보면 ‘ㄷ’자 형태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이는 건물, 쌈지길을 발견할 수 있다. ‘주머니’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쌈지’에 건물 전체가 하나의 골목으로 연결 돼 ‘길’이라는 말을 붙인 이곳은 공예품전문 쇼핑몰로서 인사동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았다.마지막으로 서울 속 세계의 모습을 보고자 이태원에 들렀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이국적인 풍경의 골목들이 나타난다. 코를 톡 쏘는 향신료 냄새를 풍기는 주택가를 지나 이슬람 사원으로 향했다. 예배당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예배당을 제외한 모든 구역은 관람이 가능하다. 해가 진 후의 이태원 거리는 낮보다 더 활기차고 반짝였다. 깜박이는 전광판과 온갖 군것질거리 덕에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 채,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 시간을 원망하며 끌리다시피 돌아와야만 했다.세계 도시로 주목받고 있음과 동시에 문화와 유행의 중심,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전통과 역사의 흔적들을 짧은 시간 안에 모두 포착할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휴일 하루 정도만 투자해 서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 여행지는 이교항(공대 기계공학 14) 씨가 소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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