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고 싶어서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며 메이저 언론사의 취재 요청도 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 그의 주된 관심사를 보여주듯 인터뷰 시작 전부터 그는 실종 어린이 전단을 보여주며 경북대신문에 협조를 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웃긴 대학’에서 ‘가수엔터스’로 활동하며 봉사활동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는 유정호(23) 씨를 만나봤다●

 


Q. 봉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가요?
8년 정도 전에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형편이 어려워 밥 한 끼 먹는 것도 걱정하고 살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술이라도 드시면 저희는 밥을 굶어야 했죠. 중학교 때 학교 마치고 중국집에서 배달을 했는데, 홀몸 어르신이나 자장면 하나를 여러 명이서 나눠 먹는 아이들을 보니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실천하게 된 겁니다.

Q. 인터넷 커뮤니티와 연계하여 활동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글을 보고 봉사할 용기가 생겼다는 분들을 많이 봐요. 제가 한 방식으로도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한국의 복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소년소녀 가장 같은 경우는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어서 복지 차원에서 3000원짜리 식권을 받아요. 그런데 <김밥천국>에 가보세요. 그 식권으로 라면밖에 사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고 정부 측에서 제 글을 본다면 복지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립니다.
Q. 큰 병에 걸리셨을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부릴레이가 있었던 걸로 압니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고 몇 달 동안 하루에 2시간 자면서 일했어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도 아버지의 약값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딱 5천원이었어요. 그걸 모아서 기부하곤 했는데 그때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그때 사람들이 제 사정을 알게 됐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간이 흘러 저 또한 암에 걸렸어요. 아버지가 암에 걸렸을 때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었죠. 어머니께는 해외에 돈을 벌러 간다고 말하고 다른 데 가서 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6, 7년간 커뮤니티를 했었기 때문에 유저들이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싶은 사람은 전화를 달라고 했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돕고 싶다고 했어요. 돈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너도 남을 돕고 살았는데 왜 너는 힘들 때 도움을 안 받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수술을 받고 나아서 잘 지내고 있어요.

Q. 요즘 청년들은 스펙 쌓기 등 개인 활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봉사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봉사활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헌혈도 일종의 봉사라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돕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스펙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스펙을 쌓는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도움을 받는 분들에게 정말로 득이 된다면 그게 좋은 거죠. 하지만 이왕이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면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으니까요. 

Q. 봉사활동 단체를 만든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름은 좀 촌스러운데 ‘Shadow Hero’입니다.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 이름을 알리지는 말고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돕자는 의미에요. 수백 명이 문자로 가입의사를 밝혔고 재능 봉사 같은 것을 생각 중이에요. 그런 봉사활동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큰 기부에요. 봉사활동 참가자들을 재능별로 팀을 구성해 요청이 들어오면 노래 이벤트나 벽화 그리기 같은 것을 할 겁니다.

Q. 경북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봉사를 하고는 싶은데 실천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요. 단체를 통해서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이웃 분들을 도와주는 것도 봉사라고 생각해요. 동네에 100원, 200원을 얻고 다니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힘드신 것 같은데 쌀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댁을 방문했어요. 그런데 집에 쥐와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냉장고 음식물은 다 썩어있는 등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동네 복지관 측에 이야기해서 도와드렸어요. 이웃에 대한 봉사도 봉사예요. 주변 이웃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한 번 실천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아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망설이지 말고 꼭 한 번만 실천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진 : 최지은 기자/cje1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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