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의 일부분이다. 수능을 치고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저 문장들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지금 저 문장을 마주하고서 느끼는 것은 내가 외로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깊이 친해진 친구나 취재를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 늘 곁을 지켜준 가족들까지. 하지만 아직 철이 없는 나는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대할 때 마치 순간순간의 외로움을 때워주는 존재처럼 그들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바쁜 것을 핑계로 지인들과의 약속도 자주 늦거나 쉽게 취소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시간을 가벼이 여겼던 것 같다. 사실 ‘나’ 자신을 위주로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해가 지나자 상황이 악화됐다. 신입생 때는 동아리, 신문사 등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면서 시간을 메웠고 외로움의 공백을 친구들로 채웠지만 더이상 이기심은 통하지 않았다. 한 친구는 그런 나에게 지쳐 나를 떠나기까지 했다. 신문사 동기들은 모두 각자의 맡은 일을 하느라 바빴고, 학과 동기들은 공부하느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면서 <포구기행> 속 문구가 떠올랐다. 외로운 순간이 더 귀한 시간이라는 말처럼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찾으려 노력했다. 혼자 산책을 하는 동안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바쁜 일상 속에서 겪는 외로움이 여전히 힘들지만 이 쓴 외로움에 정면으로 맞서보려 한다. 외로움을 혼자가 아닌 친구와 가족과 같이 이겨내보려고 한다. 나에게 지쳐 떠난 친구도 있지만 내 곁에서 끝까지 위로해주고 함께 해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있었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 ‘숫파니파타’에서 나온 말이다. 공지영 작가는 동명의 소설에서 홀로 설 수 없어 고통 받는 사람들에 빗대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포구기행>처럼 외로움을 받아들이다 보니 주변이 보였고 그동안 챙기지 않았던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 주변 친구의 고민을 깊이 들어준다거나, 약속에 늦지 않는 등 소소한 노력을 하게 됐다. 곁에 남은 사람들도 그런 노력에 조금씩 기뻐해주고 반응해줬다. 홀로 서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 가고 싶지 않다. 혼자서 우직하게 가기보단 외로운 순간도 받아들이며 가고 싶다. 외로운 순간, 나를 돌아보다 보면 불교의 ‘인드라망’처럼 그물처럼 연결된 내 주변 세상이 보였다. 그동안 ‘나’ 위주로 생각하고 신경 써주지 못했음에도 내 곁에 남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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