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이었다. 학과의 모 선배로부터 페이스북의 어느 한 페이지에 대한 ‘좋아요’ 요청이 들어왔다. ‘총장임명 거부를 거부한다’라는 이름의 페이지였는데, 그 이름만으로도 그 페이지와 ‘좋아요’를 요청한 그 선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했다. 당시에는 총장 공석 상태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고, 그 일을 문제 삼아 공론화하는 사람 또한 주변에서 잘 보이지도 않았던 터라 선심 쓰듯이 ‘좋아요’를 누르고 지나갔는데,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지금은 어딜 가나 이 일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라며 의문을 표하기엔 나는, 우리는 이 일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 총장의 퇴임 이후 9개월째 경북대학교의 총장 자리는 공식적으로 비어있다. 두 번의 선거를 거쳐 총장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교육부는 퇴짜를 놓았고, 뚜렷이 해결된 것 없이 총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었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정부가 제 입맛에 맞는 후보를 임명하려 한다,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등등의 무성한 뒷얘기들은 제쳐두고, 한발짝 멀리서 보더라도 이는 이해가 안 가는 처사이긴 하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대학의 결정을 제멋대로 무시하는 것은 헌법 31조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다. 전례가   거의 없던 일이라 황당하기까지 하다.이 일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누구는 가두시위를 하고, 누구는 교육부의 총장임명 거부를 반대한다는 글귀를 자필로 적어 올리고, 누구는 이 일을 패러디한 글이나 만화를 인터넷에 게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북대 총장 임용을 촉구하는 일만인 서명운동이란 것을 전개하기도 했고, 나 또한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이 일을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지나칠 수는 없는지라,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학교를 이루는 사람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건 어찌 보면 장관이지만 그 계기가 교육부의 총장 임명 거부라는 비정상적인 일이라는 건 실로 가관이다.교육부의 대학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이 일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더라도 임용제청에 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는데, 정부의 총장 임용권이 법보다 위에 있다는 뉘앙스의 위 발언은 교육부가 경북대학교와 그 구성원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전에는 아무 말 않아도 학교의 주인은 그 구성원인 학생들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목청 높여 외치는 사람이 있어도 믿지 못하는 때가 되었다. 눈앞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도둑맞았으니, 통탄할 일이다. 빼앗긴 학교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가? 서럽다.

김우범(인문대 국어국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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