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은 수원대학교가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용하면서 비싼 등록금에 비해 환경이 아주 열악한 실험·실습 교육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적절한 회계 집행으로 교비 회계가 잠식되고 실험, 실습, 시설, 설비 예산이 전용되면서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고,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라는 판결로 대학의 올바르지 못한 회계집행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한 사립대학교의 적립·이월금의 운영문제가 아니라 ‘대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정당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주었다.수원대학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결코 절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결국 대학 주요구성원인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자발적이고 용기 있는 참여와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학생은 등록금이라는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거기에 합당하고 정당한 권리를 누린다. 그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것이다.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교육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학교 평가와 위상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취업률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는 인문학 분야의 강의는 대부분이 최대수강인원을 넘어서도 분반이 되기 어렵다. 결국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은 깊은 생각과 고민을 발산하는 토론의 장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호 소통부재의 수동적인 수업을 받게 된다. 등록금이 비싼 이공계열이나 예술대의 경우도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제때 교체되지 않은 노후한 실험실 기구들, 공연 연습장으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작은 연주회 장소는 그 높은 등록금의 행방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대학평가지표에 의한 기계적인 학점부여로는 정당한 평가가 어렵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지금 현실은 국가의 대업인 교육과는 거리가 먼 영리추구의 경제이론이 대학운영에 적극 도입되었다. 이렇게 경영되는 대학은 배우고 가르치고 고민하는 진리탐구의 장이 아니라 자본의 끝없는 축적이라는 경제이익에 몰두하는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앙대의 최근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요즘 대학생들은 대학을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데 필요한 취업관문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교육환경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단지 시험 잘 쳐서 학점 잘 부여받아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것을 개인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실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고민과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대학과 교육 환경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만든다. 앞으로는 ‘돈이 없다’고만 하고 뒤로는 돈을 축적하려는 대학을 상대로 끊임없이 학교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와야 한다. 국립대 대학재정회계법이 통과되고 불법 기성회계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이는 ‘기성회계’라는 이름만이 사라졌을 뿐 학생들이 주장하는 ‘등록금 인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국립대학의 운영은 사립대학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인다. 기업의 경영이론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학생들이 나서야한다. 경북대 총장 임용 제청마저 거부되고 있는 우리 학교의 발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교육환경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경북대 학생들이여,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다시 목소리를 드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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